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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 잘나가던 그 제품은 조작과 댓글 알바로 만들어졌다

  • 백승호
  • 입력 2018.01.23 06:38
  • 수정 2018.02.01 02:56

페북 그 제품, 사봤어?

페이스북에 자주 보이는 광고가 있다. 한 다이어트 제품은 '먹기만 해도 빠진다'고 광고하고 있다. 올라오는 영상은 여러 개지만 구성은 비슷하다. 보통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1) 기름에 제품을 부으니 기름기가 융해된다.

2) 사용자의 체중 비포/애프터가 공개된다.

3) 일반인이 다시 나와 자기가 직접 효과를 입었다며 제품의 효능을 강조한다.

또 다른 기능성 제품은 성인방송을 방불케 하는 자극적인 영상으로 채워져 있다. 성기를 연상케 하는, 크기가 다른 소시지 몇 개를 나열해 놓고 한 여성에게 '어느 것을 좋아하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자사의 제품을 쓰면 사이즈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고 광고한다. 무려 '이 링만 있으면 수술 없이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제품에 효과가 있을까? 궁금하던 찰나 댓글 반응을 본다. 호평 일색이다. "이거 효과 정말 좋대", "나를 약쟁이로 만들어준 장본인" 등이 달려있다.

광고에 자극받은 사람들이 구매좌표를 클릭한다. 물론 망설이다 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비슷한 내용의 광고가 잠시 후 또 올라온다. 세 번, 네 번. 페북 알고리듬은 한번 관심을 보인 사용자를 놓치지 않는다. 다섯번째 광고에 노출된 페북 이용자는 결국 클릭하고 만다.

이런 제품은 하루에도 수없이 우리의 뉴스피드를 채운다. 지겨울 정도로 다양한 제품이 올라오지만 제품의 종류는 대동소이하다. 뷰티 제품, 다이어트 약물, 체형보정 속옷. 알고리듬에 따라선 앞에서 언급한 '페니스 확대 링' 같은 것도 올라온다.

정말 효과가 있을까?

그런데 이상하다. 실제 써본 사람들을 찾아 이야기를 들어보면 댓글과는 다르게 효능을 못 보았다는 사람이 상당수다.

ㄱ 씨는 "여드름 패치는 붙이면 보통 티가 많이 나는데 페이스북 광고를 보니 티가 전혀 나지 않아서 구매했다"고 한다. ㄱ 씨는 이어 "그런데 붙이고 화장하면 누가 봐도 티가 많이 났고 얼굴이 다 뜯어진 것처럼 보였다"며 "광고와 전혀 달라서 제품은 한 번 쓰고는 쓰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골반, 체형교정용 기구를 페이스북에서 구입한 ㄴ 씨는 "의료기구가 아닌 건 알고 있었지만 너무 효과가 없다. 나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이 다 효과를 못 본 것 같다"고 설명한다. 그는 "심지어 써보니 발가락이 아팠고 수족냉증이 있는데 발은 더 차가워졌다"며 "골반을 더 안 좋게 하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설명한다.

페이스북 광고를 보고 여러 제품을 구입해보았다는 ㄷ 씨는 "커버력이 좋고 유분을 잘 잡아줘서 종일 사용해도 뽀송뽀송하다는 광고를 보고 구입한 쿠션"을 쓰자마자 "피부가 건성임에도 불구하고 얼굴에 기름기가 좔좔 흘러내렸다"고 한다. 그는 "그렇다고 커버력이 좋은 것도 아니"라며 "로드샵에서 파는 저렴한 컨실러가 나았다"고 설명한다.

한 제보자가 보내온 영상, 방금 배송받은 제품인데 몇 번 쓰니 없어졌다고 한다

ㄷ 씨는 "다음날까지도 향이 지속되고 세 가지 오일 성분이 머리에 스며들어 윤기가 난다는 상품"을 구입했지만 결과는 "물로 헹궈내면 향은 끝났고 머리를 감으면 푸석거려 '개털'이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ㄹ씨는 "피부와 다이어트로 계속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터라 페이스북 광고를 보고 여러 제품을 구입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하지만 제품을 아무리 써도 광고에서처럼 트러블이 제거되지도 않았고 성분을 살펴보니 오히려 자극적인 성분이 많더라"라고 이야기를 전했다.

광고의 허위 내용을 걷어내고 제품만 살펴보자면 어떨까? 페이스북 등에서 유행하고 있는 다이어트 식품의 원료 '가르시니아'는 식약처에 고시된 기능성 원료다. 식약처에 따르면 이 성분은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합성되는 것을 억제하여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준다"고 되어있다. 설명은 그러하다.

하지만 미국 국립 의학 도서관에 올라온 논문에는 이 성분이 체중 감량 효과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The result of our systematic review corroborates the findings from a previous systematic review of weight loss supplements, which reported that the weight reducing effects of most dietary supplements is not convincing - The Use of Garcinia Extract (Hydroxycitric Acid) as a Weight loss Supplement(2011)

즉 그들이 광고한 제품 성분 자체는 '체지방 감소에 도움 되는 작용'이 포함돼 있을 수 있지만 실제 그 복용 결과가 '체중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말장난 같은 차이를 가지고 '가르시니아'는 '먹기만 해도 놀라울 정도로 체중이 빠지는 제품'으로 광고된다.

말장난은 계속 이어진다. 페이스북 피드에 '가르시니아가 함유된 분홍이 초록이'가 도배되자 보라색 병의 다른 제품이 등장한다. 이 광고에는 해당 제품에 HCA 성분이 포함되어있다고 홍보한다. HCA는 가르니시아의 또 다른 이름이다.

페이스북에서 과장광고하는 제품 상당수가 "제품 자체만" 놓고 보면 불법은 아니다. 다만 이 제품이 광고되는 방식은 '허위'와 '조작'으로 얼룩져있다.

댓글은 알바가, 광고는 포샵으로

페이스북 바이럴 마케팅용 영상 모델이었던 A 씨는 제작업체로부터 "피부 트러블은 없어도 된다. 우리 쪽에서 포토샵으로 입혀서 제작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한다. 사용 전(Before)/사용 후(After)로 제품의 후기를 극대화하는 광고에서 사용 전(Before) 화면이 조작되었다는 설명이다.

A씨는 "광고가 후킹(낚시)이 잘 들어오려면 일단 모델이 잘생기고 예뻐야 한다. 피부는 조작할 수 있으니까"라고 이야기했다. 광고 캡션에 붙은 설명도 자기 생각과 달랐다고 한다. 자신이 발언한 적도 없고 동의하지도 않았던 이야기가 마치 자신이 제품을 사용한 후기처럼 버젓이 영상에 문구로 삽입되었다고 했다. 없던 트러블만 조작해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후기까지도 조작해서 만든 것이다.

바이럴 마케팅 업체에 근무했던 B 씨도 비슷한 말을 했다. B 씨는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가 포토샵 등을 이용한다고 보면 된다. 뷰티 제품들이 특히 그렇다"고 말한다. 그는 "페이지 관리자는 악플을 숨길 수 있지 않으냐"며 "나쁜 평가는 보이는 족족 숨긴다"고 설명한다.

또 다른 제보자 C 씨는 "제품 포스팅에 달린 댓글을 믿으면 안 된다"고 설명한다. 그는 올겨울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구인사이트를 찾았다고 한다. '집에 앉아서 쉽게 돈 버는'이라는 문구가 궁금해 연락을 취했더니 담당자는 한 페이스북 비밀 그룹을 소개해줬다.

그 그룹에는 '어떤 게시물에 댓글을 달아라, 선착순 10명이고 한 건에 200원'이라는 내용의 콘텐츠가 있다. 어떤 식으로 댓글을 달아야 하는지 구체적인 내용도 포함되어있다. 제품 게시물 아래에 달린 '제품 추천 댓글'이 알바에 의해 운영이 되고 있었다는 내용이다.

이런 내용은 불법이다. 표시광고법 심사지침에는 "소비자가 특정 상품을 사용해 본 경험적 사실에 근거하여 해당 상품을 추천·보증 등을 하는 내용이 표시·광고에 포함된 경우에는 동 소비자가 당해 상품을 실제로 사용해 보았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광고주가 추천인에게 경제적 이해관계를 제공한 경우에는 이를 공개해야 한다"고 하고 있지만 위에서 보았듯 알바들은 '그 정체를 숨길 것'을 요구받고 있다.

이런 광고가 양산되는 이유

온라인 커머스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문제에는 '관행'과 '산업의 특성'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한 관계자는 페이스북으로 광고하는 업체 중 많은 곳이 '제조'에 중점을 둔 게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바이럴 마케팅 능력이 핵심인 업체를 보통 미디어 커머스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광고만 만드는 게 아니라 잘 팔릴 것 같은 물건을 직접 판매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이들이 선택한 '팔릴 것 같은 물건'이 바로 앞에서 이야기한 다이어트 식품, 체형보정 속옷, 뷰티상품 들이다.

그는 "미디어 커머스는 보통 제조업체에 지분을 갖고 들어가거나 제조업체와 판매분에 따른 수익셰어를 하거나 직접 제조업체를 차리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 광고 전문회사는 소비를 유도하는 자극적인 광고를 잘 만들 수 있겠지만 이들이 제품 개발에까지 힘쓴다고 보기는 힘들다.

한 온라인 마케터는 "제품 하나를 라벨만 바꿔서 판매하는 경우도 잦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어차피 영세한 업체에서 브랜드로 승부보기는 힘들다"며 "신제품에 대한 고객 니즈를 파악, 동일한 제품을 라벨만 바꾼 뒤 기존과 다른 기능만 부각시켜 판매한다"고 밝혔다. 그는 '오래된 관행'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한 사업자가 여러 개 업체를 내기도 한다"고도 말했다. 라벨도 바꾸고 회사도 다른 곳 처럼 꾸며 새로운 제품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미디어 커머스 업체가 '과장 광고를 하기 좋은 제품'들을 들여 법망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사기에 가까운 광고로 마케팅을 하고 엄청난 수익을 올린다. 과장/불법 광고에 대해 제재를 하기도 힘들지만 만약 제재한다고 해도 다른 업체를 새로 차리면 된다. 게다가 페이스북 등은 국내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회사에 주의의무를 부과하기도 힘들다는 게 행정당국의 입장이다.

허위/과장 광고, 규제할 방법은 없을까?

페이스북 광고에서 특히 자주 볼 수 있는 다이어트 식품과 화장품은 식약처의 규제대상이다. 하지만 식약처는 앞서 언급한 다이어트 식품 등에 대해 '식약처에서 인정한 원료를 통해 적법하게 신고했기 때문에 판매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허위/과장 광고는 원칙적으로 규제대상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모든 내용을 다 모니터링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현실적 한계를 이야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페이스북 광고 중 몇 가지 사례에 대해 설명하자 '표시광고법 위반일 소지가 다분하다'고 했지만 '인터넷의 특성상 모니터링을 한다 해도 모든 광고를 다 확인할 수는 없다'며 "일반적으로 신고가 들어오면 확인한다"고 이야기했다.

페이스북코리아에서 정책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박상현 부장은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과장 광고 게시물에 대해 "원칙적으로 내부 규정에 따라 사전 검수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규정에 의하면 다이어트 및 한방 보조식품은 만18세 이상만을 타게팅해야 하며 광고 이미지는 '비포 앤 애프터' 이미지 또는 기대할 수 없거나 비현실적인 결과를 나타내는 이미지를 포함해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다. 또 광고 이미지는 '비포 앤 애프터' 이미지 또는 기대할 수 없거나 비현실적인 결과를 나타내는 이미지를 포함해서는 안 된다.

'페이스북 측이 사전에 광고 콘텐츠를 검수한다 해도 실제 과장 광고가 많이 올라오고 있다'는 질문에 박 총괄은 "규제기관에서 연락을 주면 바로바로 처리하고 있고, 또 사용자들이 부정적인 피드백을 남길 경우에도 사후처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과장의 정도가 심할 경우 아예 광고 계정을 삭제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한중의 박기태 변호사는 이 경우 "민사소송도 가능하고 과장 광고의 정도가 심한 경우는 사기죄를 물어 형사고소를 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박 변호사는 "당연히 제품에 문제가 있어 부작용이 발생하였다면 그 부분까지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효과도 없고 딱히 부작용도 없는 경우'에는 손해액이 제품가격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소액이고 소송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그냥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허위 과장 광고로 부당한 이득을 보는 업체를 격이 되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모여 공동소송으로 대응하는 편이 낫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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