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양승태 대법원의 ‘원세훈 판결 동향' 문건 보니

  • 허완
  • 입력 2018.01.22 09:50
  • 수정 2018.01.22 11:38
ⓒ뉴스1

양승태 대법원장 때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의 요구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2심 재판부의 동향을 파악한 문건이 확인됐다. 원 전 국정원장의 2012년 대선 선거 개입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정당성과 직결된 문제였으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1심은 무죄·2심은 유죄로 판단이 엇갈렸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처가 청와대 요청으로 재판부 동향을 파악한 것은 판사의 독립성과 재판 공정성을 훼손하는 ‘헌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

양 대법원장의 ‘판사 사찰’ 관련 의혹을 조사한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는 22일 행정처 심의관이 사용한 컴퓨터에 저장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 파일을 공개했다. 문건을 보면 ‘BH(청와대) 최대 관심 현안→선고 전 ‘항소기각’을 기대하면서 법무비서관실을 통하여 법원행정처에 전망을 문의’, ‘(판결 선고 후) 우병우 민정수석→사법부에 대한 큰 불만을 표시하면서 향후 결론에 재고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상고심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줄 것을 희망’ 등 청와대가 직접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 선거·정치 개입 2심 판결에 관심을 표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행정처도 청와대 입장을 반영해 선고 전후 재판부와 사법부 내부 동향을 적극적으로 파악해 법무비서관에게 ‘보고’했다. 문건에는 ‘(판결 선고 전) 법원행정처→매우 민감한 사안이므로 우회적·간접적인 방법으로 재판부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알리는 한편, 재판 결과에 관해서는 1심과 달리 결과 예측이 어려우며 행정처도 불안해하고 있는 입장임을 알림’, ‘(선고 후) 법원행정처→법무비서관을 통하여 사법부의 진의가 곡해되지 않도록 상세히 입장을 설명함’ 등 행정처의 선고 전후 행보가 기재돼있었다.

이어 행정처는 ‘향후 대응방향’으로 ‘항소심 판결과 1심 판결을 면밀히 검토해 신속처리 추진’, ‘기록 접수 전이라도 특히 법률상 오류 여부 면밀히 검토’ 등을 제시했다. 대응방향에는 청와대가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당시 양 대법원장이 추진하던 상고법원과 묶자는 제안도 포함돼 있었다. 문건에는 ‘상고심 판단이 남아있고 BH의 국정 장악력이 떨어지고 있는 국면→발상을 전환하면 이제 대법원이 이니셔티브를 쥘 수도 있음’, ‘상고심 처리를 앞두고 있는 기간 동안 상고법원과 관련한 중요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추진을 모색하는 방안 검토 가능’이 적혀있었다.

원 전 국장원장은 1심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는 국정원법 위반과 함께 모두 유죄가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심 선고 뒤 5개월 만인 2015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만장일치로 원 전 국정원장의 대선 개입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고법은 파기환송심을 2년 넘게 끌다가 지난해 8월 2심과 마찬가지로 원 전 국정원장의 선거·정치 개입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4년을 선고한 바 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사회 #대법원 #양승태 #국가정보원 #원세훈 #박근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