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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결정됐다. 시간이 부족하다

  • 김원철
  • 입력 2018.01.21 07:10
  • 수정 2018.01.21 08:50
ⓒ뉴스1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팀을 남과 북이 함께 꾸리기로 20일 최종 확정됐다. 북한 선수 12명이 가세해 35명으로 엔트리를 꾸린다. 경기당 출전 엔트리는 22명으로 타 팀과 같다. 북한 선수 3명이 매 경기 22명 엔트리에 포함되는 조건이다. 첫 경기까지 21일 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라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조직력이다.

새러 머리(30·캐나다) 감독은 2014년 9월 부임했다. 3년 넘는 시간 동안 한국팀에 전술과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북한 선수들에겐 생소할 수밖에 없다. 서로 쓰는 아이스하키 용어마저 다르다. 머리 감독은 지난 16일 "(북한 선수에게) 대표팀의 시스템을 가르치는 데만 해도 한 달이 걸린다. 나 역시 불안하다"고 말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스위스(2월 10일), 스웨덴(12일), 일본(14일)과 차례로 경기를 갖는다.

전체 엔트리에 포함될 북한 선수 규모가 예상보다 많아진 것도 변수다. 기량을 새로 파악해야 할 선수가 12명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SBS'는 "선수 장단점을 분석해 경기에 나선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올림픽 사상 첫 단일팀인 'COREE' 여자 아이스하키 팀은 자기 팀 선수들의 전력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최고 무대에서 최고의 팀들과 기량을 겨룰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북한 선수단은 2월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8일 전인 2월1일 올림픽 선수촌에 입소한다.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더 빨리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가능하면 빨리 내려와서 호흡을 맞추자고 북한 측과 논의됐다"고 말했을 뿐 구체적인 시기는 못 박지 않았다.

기존 선수들 피해는 불가피하다. 경기마다 22명 엔트리에 북한 선수 3명을 반드시 포함시킨다("The head coach will at each match select at least three players from the NOC of the DPRK for the team.")는 합의 때문이다.

여자 아이스하키는 22명의 출전 엔트리 중 골리 2명을 제외하고, 20명의 필드 플레이어가 5명씩 4개 조를 구성한 뒤 교대로 경기를 치른다. 같은 조 선수들끼리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단일팀 1~3조는 기존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맡고, 4조에 한국 선수 2명과 북한 선수 3명이 호흡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

'한겨레'는 "현실적인 방법은 머리 감독이 경기당 투입되는 북한 선수 3명에게 우리 대표팀의 취약 라인인 4라인을 맡기는 것이다"라며 "북한 공격수 3명 또는 수비수 2명에게 한 라인을 책임지게 하면 북한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보장하는 것은 물론 호흡 문제에 대한 부담을 어느 정도 덜 수 있다. 우리 대표팀은 지금까지 형식적으로는 4라인까지 구성했지만 실제로는 거의 1∼3라인 위주로 경기를 운영했다. 4라인의 경기 출전 시간은 극히 미미했다"라고 보도했다.

반면 SBS 김형열 기자는 '[취재파일] '선수만 35명' 대규모 단일팀의 문제점은?' 제목의 기사에서 "단일팀은 (1~3조에서 제외된) 5명의 한국 선수와 북한 선수 12명, 총 17명의 선수를 가지고 4조에서 뛸 선수 5명을 추리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라며 "한국 선수들의 포지션과 북한 선수들의 포지션을 맞춰야 하고(중략)최상의 조를 짜더라도 매 경기 이 선수들만 내보낼 수 없다는 게 또 문제(중략)모든 선수가 최소한 한 번 이상은 경기를 뛰게 해야(중략)매 경기 상대팀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맞춤 전술을 짜야 할 시점에 우리는 출전 엔트리를 다시 짜는데 시간을 들이게 됐습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제는 다른 팀들이 우리들을 경쟁상대로 생각하지 않고, 퍼포먼스나 쇼를 위한 팀으로 생각할 것 같아서 속이 상합니다.”

남북 단일팀에 대해 취재하면서 한국 대표 선수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세계 최고 무대에서 당당하게 기량을 겨루고 당당하게 첫 승을 거두기 위해서 누구보다 많은 땀방울을 흘렸는데, 이제는 경기력으로 평가받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마음 아파했습니다. 꿈의 1승은 더욱 멀어졌고 (단일팀 문제로 선수들이 흔들리고, 매 경기 출전 명단이 바뀌어야 하면서 전력의 약화는 불가피해졌습니다.) 만약 기적 같은 승리를 거두더라도 당당할 수 없게 됐습니다. (경기력에 보탬이 되냐는 여부를 떠나서) 한 팀만 전체 엔트리를 1.5배 이상으로 꾸려서 승리를 거둔다면 이긴 팀도, 진 팀도 뒤 끝이 좋을 수가 없습니다.

-SBS, [취재파일] '선수만 35명' 대규모 단일팀의 문제점은?

한국과 경쟁하는 다른 나라 반응은 부정적이다.

첫 상대인 스위스는 이미 "단일팀의 전체 엔트리 확대는 공정하지 않고 경기를 왜곡한다(it's not fair and distort competition)"라고 입장을 밝혔다. 일본아이스하키연맹도 "(남북 단일팀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이 들지만 말로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런 결정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의 난감한 처지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겨레'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는 세계 최고의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이 평창올림픽 불참을 선언하면서 흥행 악재를 만났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에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구성된다면 세계의 관심을 불러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은 남북 단일팀 타결 소식과 함께 "한국의 젊은이들과 보수주의자들은 외교 편의를 위해 올림픽 정신을 희생시켰다고 비난한다"라며 부정적인 국내 분위기를 전했다.

남북 단일팀은 과거 두 차례 있었다. 1991년 4월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같은 해 6월 포르투갈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 때였다. 탁구는 사실상 개인 종목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과정과 비교할 수 있는 건 축구다.

남북은 91년 2월12일, '4월 탁구, 6월 축구'에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대회를 넉달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남북은 각각 출전권을 획득해둔 상태였다.

남과 북은 각각 후보 선수 18명, 17명을 추렸다. 35명 선수를 섞어 91년 5월8일 서울, 5월12일 평양에서 평가전을 치렀다. 평양평가전이 끝난 뒤 남북이 합의해 9명씩 18명을 선발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18명을 가렸기 때문에 승복이 가능했다. 과정이 순탄했기 때문에 결과도 좋았다. 단일팀은 1차전에서 강호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꺾는 이변을 일으켰고 8강까지 진출했다.

그에 비하면 이번 단일팀은 첫 경기까지 21일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결정됐다. 해결해야 할 문제는 너무 많고, 시간은 정말이지 너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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