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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프인터뷰] 장덕철은 '그날처럼'이 역주행한 이유를 모른다

  • 김태우
  • 입력 2018.01.21 07:29
  • 수정 2018.01.21 07:34

소리소문없이 음원 차트에 진입해 1위를 차지하더니 그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는 곡이 있다. 장덕철의 ‘그날처럼'이다. 당신은 아마 음원 차트를 확인하기 전까지 장덕철이라는 이름도, ‘그날처럼’이라는 제목도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장덕철'이 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은 어느샌가 ‘2018년 1호 역주행 가수'로 등극했다. 장중혁, 강덕인, 임철로 이루어진 보컬그룹 장덕철이 1위 가수가 되고 2~30대 남성들의 공감을 산 비결은 무엇인지 허프포스트코리아가 직접 만나 물어봤다.

‘장덕철'

중학교 친구를 통해 만난 장중혁과 강덕인은 함께 음악을 만들기로 했다. 그러다 저음 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두 사람은 아는 사람을 통해 임철을 만났고 2014년 여름에 ‘장덕철'을 결성했다. 세 멤버는 순서대로 고음, 중음, 저음을 맡고 있다. 첫 시작은 2015 전국영상가요제였다. 탑 10에 올랐는데, 자작곡을 부르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만든 곡이 장덕철의 데뷔곡 ‘그때, 우리로'였다. "처음 팀으로서 성과를 이룬 거라 뿌듯하기도 했고, ‘이제 시작이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장중혁)

그 후 연달아 싱글 앨범 세 장을 낸 이들은 갑자기 활동을 중단했다. 데뷔 1년 만의 공백기였다. 음악을 자비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열의가 떨어진 게 이유였다. 이들은 각자 음악 작업과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 덕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곡 ‘그날처럼'을 썼다.

‘그날처럼'

덕인은 당시 여자친구에게 이별 통보를 받았던 순간을 떠올리면서 곡을 썼다. 당시 여자친구는 일이 바빴고, 덕인은 수입이 전혀 없었다. 당시 여자친구는 힘들어하는 덕인에게 일자리를 구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권했지만, 구직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던 덕인은 결국 이별 통보를 받았다. "수중에 정확히 5만원이 있었다. 꽃다발을 샀는데 남은 돈으로는 여자친구가 그토록 원하던 이니셜 새긴 팔찌를 살 수 없었다. 그래서 만원짜리 커플링에 서로의 이니셜을 새겨 선물했다." 여자친구는 반지를 받아 들고 ‘잘못 생각한 것 같다'며 울었고, 두 사람은 그 덕에 재회했다. 이들은 얼마 뒤 다시 헤어졌고, 그로부터 일 년 반 후 덕인은 ‘그날처럼’을 썼다.

“소박하고 아름다운 여자가 좋은 사람 만나서 사랑받고, 옛날의 그 모습처럼 찬란하고 밝게 웃으며 지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다. 이 곡 덕에 상대방을 놓아주는 방법을 배웠다. 20대 때 연애를 하다 보면 모든 걸 간섭하려고 들지 않나. 아직 20대 중반이기는 하지만 전보다는 관대해진 것 같다."

'그날처럼'은 2~30대 남성들 사이에서 특히나 인기를 끌었다.

“20대 때 학생과 군인의 삶을 한 번씩 거치지 않나. 돈이 없다 보니 데이트 중 해주고 싶어도 못 해주는 게 많다. 그래서 2~30대 남성들이 특히 공감을 많이 한 것 같다"(임철)

반면에 덕인은 이 곡을 남성만을 위해 쓴 게 아니라고 말했다. 주인공의 성별이 가사에 언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할 수 있는 것은 많아졌는데 가치관이 격변하고, 사랑이 무산됐을 때 오는 좌절감도 겪는 시기이기 때문에” 남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찌질한 구남친이 부르는 노래'라는 호칭도 있고, '좋니'랑 비교하는 말도 있더라. 우리 노래에는 '네가 보고 싶고,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라는 말은 없다. 단지 당시 여자친구를 위한 헌정 곡일 뿐이다. 그때 좋은 추억을 선물해줬으니, 앞으로도 웃으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덕인)

노래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냐는 질문에는 “처음에는 솔직하게 쓰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곡이 잘 돼서 지금은 부담감을 조금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상대방에게 실례가 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 않은가. 이렇게 화제가 될 줄은 전혀 몰랐다."(덕인)

‘1위 가수'

덕인은 앞서 Mnet ‘쇼미더머니 2’에 출연해 스윙스와 대결에 나섰다 탈락한 바 있다. 그 후 약 반 년간은 알아보는 사람들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려웠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그날처럼'으로 1위를 한 후에는 오히려 다가오는 사람들이 줄었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는 남자 셋 무리가 자신을 지나치면서 수군댔다. ‘그날처럼'을 부른 가수인지 궁금해 뒤로 뛰어와 얼굴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한다. 그렇게 10분을 따라오고 나서야 그중 한 사람이 ‘장덕철의 덕 아니냐'고 물었다. 덕인이 왜 10분 동안이나 말을 못 걸었냐고 묻자 그들은 ‘1위 가수'라는 게 너무 부담스러웠다고 답했다.

‘장덕철'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건 페이스북에 올라온 영상 덕이다. 덕인은 친구의 연락을 받고 술자리에 나갔는데, 갑자기 ‘그날처럼'이 나왔다. 덕인의 친구는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래를 얘가 불렀다'고 외쳤고, 뒷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수군수군 대더니 후렴 부분에서 ‘떼창'을 하더란다. 그래서 노래를 같이 부르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그 후에는 미교가 부른 답가 영상이 화제가 됐다. 임철은 "미교의 커버 영상을 보고 감정이입이 돼서 마지막에는 거의 울었다"고 한다. “여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저런 말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혁은 “우리 노래를 불러준 게 아니라, 새로운 노래를 부른 느낌이 들었다"라며, “시간이 흘러갔는지도 모를 만큼 넋을 놓고 봤다"고 말했다. 이들은 미교에게 감사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직 확인해주지 않았다며, 바쁜 활동이 끝나면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밝혔다.

1위는 이들이 꿈도 꾸지 못했던 자리였다. 그래서 음원차트 진입 자체가 오히려 더 크게 느껴질 것 같았다. 더군다나 활동이나 홍보 없이 발매 당일 100위 내로 진입한 것은 놀라운 결과였다.

"1위를 한 지금보다도 100위에 진입했을 때가 피부로 더 와닿았던 것 같다. 사람들이 우리한테 관심을 가져주는 게 신기하다"(중혁) “당일에 100위 진입한 건 신기하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러다 30위권에 들었을 때는 세 사람 모두 환호했다. 순위가 계속 올라가니까 ‘뭐지, 왜 계속 올라가는 거지'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때부터는 부담감에 차트를 확인하지 않았다." (덕인)

얼마 후, 택시 안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멜론 음원차트 순위를 확인했더니 3위였다고 한다. 그리고 정확히 3분 뒤, 1위를 기록했다. 생애 첫 1위였다.

“꿈이겠구나. 그래프가 잘못된 걸 거야라고 생각했다. 몇 초 후에야 이게 사실인 걸 깨달았고, 대성통곡했다."(덕인)

‘역주행'과 ‘원 히트 원더'

단 한 곡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자취를 감추는 가수를 ‘원 히트 원더'라고 부른다. 반짝 유명세를 타고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냐고 물었다.

“전혀 없다. 다음 앨범이 차트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꿋꿋하게 음악을 할 생각이다.한 곡이라도 히트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한 곡도 유명해지지 못하는 가수도 많은데, 우리는 엄청 복 받았다고 생각한다."(임철)

중혁은 “꾸준히 음악만 할 수 있다면" ‘원 히트 원더' 칭호도 상관없다고 한다. ‘그날처럼'이 앞으로 활동할 많은 곡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에 “부담은 크게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곡이 차트를 ‘역주행'한 이유를 모른다.

“비결을 미리 알았다면 진작에 1위를 했을 것이다. 그래서 더 얼떨떨하고 꿈만 같다."(덕인)

“계산을 하거나 목적을 두고 한 게 아니라서 왜 우리가 1위를 했지라는 생각을 지금도 한다. 아직도 이 모든 게 어색하다"(장중혁)

지난해 멜로망스부터 올해 초 문문까지, 별다른 활동이 없었던 가수들이 음원 차트 상위권을 장식하는 이변이 계속되고 있다. 정작 장덕철은 자신들이 ‘역주행 가수'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역주행이라는 건 몰랐던 곡이 어떠한 이유에 의해 수면으로 떠 오르는 건데, 저희는 차트를 야금야금 올라갔다. 100위권에 안착해서 한 단계씩 서서히 올라갔으니까. 그 기간이 총 한 달이 걸렸다. 보통 역주행은 곡을 발매하고 5~6개월 후에 매체의 조명을 받아서 10위에 올라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역주행'이라는 단어가 안타깝다고도 말했다.

“저희보다 훌륭하고 음악성이 짙고 너무 열심히 하는 가수들이 많다. 그런 분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 ‘역주행이라는 꼬리가 붙는다는 게 마음이 아프다. 그분들도 정말 열심히 해서 이제야 결실을 보는 걸 텐데, 이 사람의 노력은 몰라주는 게 안타깝다. ‘역주행'이라는 개념은 정말 좋지만, 그 단어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한다. 보물찾기나 재조명이라는 단어가 나을 것 같다.”(덕인)

“좋은 곡이 수면 위로 올라와서 대중분들께 사랑받는 건 좋지만 마음이 아프다. 모르는 사람이나 익숙하지 않은 노래가 올라와서 대중분들이 이질감을 느끼시는 것 같다. 조금 더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주셨으면 좋겠다.” (장중혁)

장덕철은 20일 밤, ‘유희열의 스케치북' 출연에 나섰다. 이들에게는 꿈만 같았던 일이다. 출연 제안이 왔을 때는 “큰일 났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라며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좋은 일이 생기니까 머릿속이 백지가 됐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덕인은 “미국에 가고 싶다고 생각해서 이것저것 찾아봐야 하는데, 미국 가고 싶다고 말하자마자 6박 7일 티켓을 받은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2018년'

임철의 2018년도 목표는 “더 재밌게 음악을 하는 것"이다. 덕인은 반대로 우려를 드러냈다. “장덕철이 유명해져도 지금 생활이랑 똑같았으면 좋겠다. 늦잠 자고 일어나서 피시방도 가고. 종로 탑골 공원에서 할아버지들에게 옛날얘기 듣고 술 마시는 걸 좋아하는 데, 앞으로 그걸 못할까 봐 제일 두렵다. 거기서 마음의 위안을 많이 얻었다. 마지막으로 장중혁은 “무대에서만큼은 범접할 수 없어도, 사석에서는 편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8년은 장덕철에게 잊을 수 없는 해가 될 것이다. 마침내 이름을 알렸고, 꿈의 무대였던 ‘유희열의 스케치북’에도 출연했다. 어느샌가 1위 자리를 차지한 ‘그날처럼'은 1월 21일 현재까지도 음원 차트 상위권에서 내려올 줄을 모르고 있다. ‘그날처럼'은 언젠가 차트에서 자취를 감출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장덕철 멤버들은 앞으로도 음악을 계속할 것이다.

사진: 허프포스트코리아 윤인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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