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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MB국정원 "정부비판 연예인 프로포폴 중독 증거 찾아라"

  • 김성환
  • 입력 2018.01.18 04:42
  • 수정 2018.01.18 04:47
ⓒ한겨레

국가정보원이 정부에 비판적인 연예인을 배제하기 위해 “관련 연예인의 수면마취제 중독설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라”고 하는가 하면, 문화·예술계 친정부화를 위해서 ‘국정원 찬가’를 제작하도록 한 것으로 17일 드러났다. 검찰은 이같은 국정원의 방송장악 시도와 관련해 김재철 전 <문화방송> 사장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불구속기소했다.

<한겨레>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이명박 국정원’은 문화·예술계 친정부화를 위해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겨냥한 악의적 공격을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했다. 2009년 10월 국정원은 “정부·비판적 발언 연예인과 관련한 수면마취제 중독설의 진위를 파악하고, 마취제 중독설 증거확보 방안을 찾도록 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한 게 대표적이다.

연예인들에 대한 불법 개인정보 수집 정황도 드러났다. 국정원이 작성한 2010년 8월 보고서에는 ‘개인정보 등 수집결과를 토대로 정부비판 연예인들을 ‘강성파’와 ‘포섭 가능한 연예인’으로 구분하고, 강성파는 광고 등 주요 수입원을 끊어버리고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방안이 포함됐다. 2010년 6월 작성된 보고서에 ‘정부 주관행사 등으로 개별적 회유를 시도한다’는 내용은 포섭 가능한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문화예술계를 정부나 국정원 홍보 목적에 동원하려던 정황도 드러났다. 2010년 1월 작성된 국정원의 ‘당원 소재 작품 및 국정원 찬가 제작지원으로 우군화’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드라마 <아이리스2> 제작시 국정원 직원의 역할을 부각하고 국민 안보강화가 스토리 속에 잘 스며들도록 노력하도록 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드라마 배경음악 관련해서도 ‘장엄한 곡과 밝고 경쾌한 곡 등에 적합한 후보를 물색해 엄선하고 출연자들에게 국가안보 중요성 강조하고 국정원 찬가 제작을 계기로 직원들의 충성심을 도약할 수 있도록 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밖에 검찰은 2010년 6·2지방선거를 앞두고 국정원이 각 방송사에서 구성한 선거기획단 기자를 대상으로 평소 언행 등 성향을 파악하도록 한 내용도 확보했다.

검찰은 이런 문건과 당시 관련 피해자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원세훈 전 원장에게는 <문화방송>을 비롯한 공영방송 장악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한 혐의(국정원법상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를 적용하고, 김 전 사장에게는 국가정보원법 위반(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이날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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