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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즈 안사리 케이스 : 범죄가 아니지만 강압적으로 느껴지는 나쁜 섹스에 대해 말해보자

  • 김도훈
  • 입력 2018.01.17 12:01
  • 수정 2024.03.22 14:00

2년 전에 친구가 소개팅을 시켜주었다. 내가 예전에 파티에서 만나서 서로 눈길을 주고받았던 적이 있지만 대화는 하지 않았던 남성이었다. 그 다음 주에 그가 내 번호를 땄고, 우리는 문자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우리는 와인 바에 같이 가게 되었다. 곧 다정한 농담이 오갔고, 와인은 맛있었다. 그는 자기 집에 같이 가자고 했고 나는 수락했다.

그의 아파트에 가자 아주 빠르게 진도가 나갔다. 내가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그는 내 옷을 벗기고 침대로 데려갔다. 우리는 섹스를 하기 시작했다. 그 날 저녁엔 전희 따위는 없었다. 나로선 그 섹스는 나빴다고 밖에 할 수 없다. 그는 거칠게 내게 삽입했고, 내 머리는 그의 침실 벽에 계속 부딪혔다. 나는 인간 자위도구가 된 기분이었다. 그는 내가 손을 머리에 댈 때까지 눈치채지 못했고, 미안하다고 웅얼거리고는 계속했다. 내 몸은 축 늘어졌다. 나는 그가 끝날 때까지 천장만 바라보았다. 그는 사정한 뒤 돌아눕고 눈을 감았다. 나를 만지지도, 내게 말을 걸지도 않았다. 몇 분 동안 침묵이 흐른 후, 나는 일어나서 옷을 입고 나왔다. 그와 몇 마디 나누지도 않았다.

약 일주일 후 나는 그에게 문자를 받았다. 그는 우리가 “멋진 대화(와 조금 더)”를 함께 했지만, 자신은 보다 더 “장기적”인 것을 찾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내 팟캐스트는 들어보겠다고 했다.

그보다 일 년쯤 전에 나는 능력있는 책 편집자와 두 번째 데이트를 했다. 그는 똑똑하고 조금은 괴짜 기질이 있었고, 나는 그에게 관심이 많았다. 어쩌다 보니 내 집 근처에서 데이트를 했고, 그도 내 집이 근처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식사 후에 우리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건 괜찮지만 아직 섹스를 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 역시 아직은 너무 이르다고 동의했고, 마지막 한 잔을 마시려고 내 집에 같이 왔다.

스킨십을 하게 되었지만 나는 더 이상은 아닌 것 같아서 피곤하다, 오늘은 그만하자고 말했다. 그는 일어나서 화장실에 갔다. 나는 오늘 저녁은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내 방에 돌아왔을 때 나는 아직 옷을 조금 벗은 채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는 내 앞에 서서 자위를 하기 시작했다. 10초(영원처럼 느껴졌지만) 정도 후에 그는 “이래도 괜찮아?”라고 물었다. 나는 얼어붙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소동을 벌이기도, 그에게 창피를 주기도, ‘미친’ 사람처럼 보이기도 싫었다. 그냥 “응.”이라고 대답하는 게 더 쉽게 느껴졌다. 난 머릿속으로 숫자를 셌다. 그는 내 배에 사정하고 휴지로 닦은 다음 갔다.

분명히 해두고 싶은데, 나는 이 두 번이 성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남성들이 의도적으로 몰지각하게, 혹은 나를 해치려 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두 번의 경우, 나는 역겨웠고 조금은 강압적으로 당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내가 왜 이 남성들을 내 개인적인 공간에 들였을까, 혹은 내가 그들의 개인적인 공간에 들어갔을까 라고 생각했다. 왜 내가 경계를 더 분명히 말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왜 불편하고 관심이 없다는 내 언어적, 비언어적 신호에 그토록 배려도 관심도 없었을까 생각했다. 이 남성들이 나처럼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생각했다.

22세 사진가가 배우이자 코미디언인 아지즈 안사리와 데이트 후 성관계를 가졌다는 이야기를 읽었을 때 이 두 일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그레이스’라고만 밝힌 사진가는 안사리(사회 정의에 대한 TV 프로그램을 만들고 현대의 연애에 대한 책을 쓴 유명한 남성이다)와 보낸 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레이스는 불편하다고 언어적, 비언어적 신호를 보냈으나 성적인 상황으로 계속 치달았다고 주장했다. “[당신과 성관계를 갖도록] 강제된다고 느끼고 싶지 않다. 그러면 내가 당신을 싫어하게 될 텐데, 나는 당신을 싫어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도 한다. 그녀는 몇 분 뒤 안사리가 오럴 섹스를 요구했다고 한다. 그녀는 따랐다. (안사리는 당시의 일이 ‘어떤 조짐으로 봐도 완벽히 동의 하에’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아지즈 안사리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MeToo 운동이 도를 넘었다고 치부해 버리기 쉽다. (케이틀린 플래내건은 이미 그레이스가 강압적으로 섹스를 요구당했다고 느낀 것은 그저 ‘후회’에 불과하며, 기사로 나온 그녀의 경험담이 “3천 단어로 이루어진 복수 포르노”라고 쓴 바 있다.) 이 건은 10월에 시작된 폭로담들 대부분보다 더 골치 아픈 이야기다. 안사리가 저질렀다는 잘못은 하비 웨인스타인, 매트 라우어, 찰리 로즈, 케빈 스페이시, 로이 무어, 루이 C.K.의 경우와는 다르다. 하지만 #MeToo 운동이 그저 망가진 시스템 속에서 최악의 배우들만 솎아 내는 것을 넘어 지속적인 문화 변화를 이끌어 내게 된다면, 우리는 오랫동안 받아 들여왔던 성적 내러티브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러려면 강간에 가깝지만 범죄는 아닌 섹스에 대한 복잡한 대화도 필요하다.

그레이스가 이야기한 경험은 내가 보기에는 범죄가 아니지만 강압적인 섹스의 회색 지대에 있는 경험이다. 레베카 트레이스터가 2015년에 ‘이야기할 가치가 있는 나쁜’ 섹스라고 말한 섹스다. 제시카 발렌티가 트위터에 “문화적으로 ‘정상’이라고 간주되지만 ‘해로울 때가 많은’” 섹스다.

말할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말할 필요도 있는 섹스다. 법적으로 성폭력이나 강간이라고 정의되지 않는 행동이라 해도 잘못된, 강간에 가까운, 언짢은 행동일 수 있다. 내가 아지즈 안사리의 이야기에 대해 대화해 본 거의 모든 여성들은 비슷한 경험담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볼 만하다.

안사리의 발언, Babe.net에 실린 데이트 후 그레이스와 주고받았던 문자를 보면 안사리는 그레이스가 둘 사이의 경험을 자신과 다르게 느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어젯밤은 당신에겐 즐거웠을지 모르지만 나는 아니었다. 당신은 명백한 비언어적 신호를 무시했다. 당신은 계속 밀어붙였다.” 그레이스가 안사리에게 한 말이다.

“그 말을 들으니 정말 슬프다. 당시 내가 오해했던 게 분명하고 진심으로 미안하다.” 안사리가 보낸 답 문자다.

이것은 그레이스가 데이트 후에 ‘강압적으로 요구받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아지즈 안사리에게 보낸 문자다. 그녀는 안사리가 자신을 정말 불편하게 느꼈으며 “명백한 비언어적 신호를 무시했다, 계속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나는 안사리가 그레이스의 언어적, 비언어적 신호를 무시하고 있다는 걸 그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을 거라고 믿는다. 그것도 문제다. “성적으로 유해한 행동을 하는 경우, 우리는 사람들이 그 행동을 같은 시각으로 볼 거라고 상정한다.” 성가해자 치료 협회의 마이아 크리스토퍼가 작년에 허프포스트에 했던 말이다. 하지만 같은 시각으로 보지 않을 때가 많다. 우리는 성적인 교류든 아니든, 상대에게 피해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고 타인과 교류한다.

여성들이 겁이 나서, 혹은 남들이 말려서 말하지 못했던 피해를 이야기하는 쪽으로 우리의 문화가 바뀌고 있다. 우리는 논의를 더 많이 하고, 또한 성적인 맥락에 대한 우리의 생각들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새로운 언어를 도입하고 회색 영역에 대해 이야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사적으로만 나누어야 했던 어색하고 골치 아픈 대화들을 공개적으로 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지금 동의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언어는 복잡하다. 연구에 의하면 일상에서 남녀 모두 “노(No)”라고 말할 때 ‘노’라는 단어를 쓰지 않으려 한다고 한다. 만약 누가 당신이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모임 초대를 한다면, 당신은 “아니, 난 하고 싶지 않아.”라는 말 대신 “재미있을 것 같지만 친구와 선약이 있는 것 같아.”, “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 정도로 대답한다는 것이다. 성적인 상황에서도 비슷하다. 단호하게 “노”라고 말하는 대신 보통 “너무 늦었어.”, “나중에.”, “다음 번에.” 정도의 말을 쓴다.

그러나 셀리아 키칭거와 한나 프리스가 1999년에 쓴 논문에서, 이들은 “남녀 모두 ‘no’ 라는 단어가 없어도 정교하게 거절 의사를 전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남성이 이러한 형태의 거절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주장할 때, 사실 그들은 “강압적 행동을 사욕 때문에 정당화”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도 했다. 2008년의 분석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왔다. “섹스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때 노골적인 섹스 거부 발언은 불필요하다는 것을 젊은 남성들도 이해한다”는 것이었다.

여성들은 어렸을 때부터 주위 사람들, 특히 남성들을 편하게 만들어주도록 사회화된다. 크리스토퍼의 말처럼, 소녀들은 ‘어렸을 때부터 주위 환경, 잠재적 위협에 대해 걱정하라고 가르침 받는다.”. 반대로 남성들은 자신이 여성의 시간, 관심, 육체적 관심을 얻을 자격이 있다고 배운다. 이런 것들이 주어지지 않으면 공격적으로 손에 넣으라고 배운다. 그래서 여성들이 어색함, 말싸움, 육체적 폭력을 피하기 위해 남성의 요구에 맞추는 상황이 자주 일어난다. 그때 남성들은 상대 여성이 원하는 것을 확인조차 하지 않기도 한다.

이러한 역학 관계를 이해한다고 해서 모든 남성들을 괴물로, 모든 여성들을 약하고 무력한 존재로 낙인 찍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가 잘못된 성적 역할로 교육받으며 자라났다는 의미일 뿐이다. 이건 누구에게도 좋을 게 없다.

여러 페미니스트들이 합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섹스를 하고 나서 선을 넘었는지,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었는지 고민하고 싶은 남녀는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섹스 상대가 나를 좋아하고 섹스를 즐기고 있다고 확신할 때 더 즐거운 섹스를 한다. 적극적 합의는 범죄를 피하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더 나은 섹스를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섹스가 복잡하고 괴상할 수 있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쾌감이 낡은 권력 불균형에 의존하고 있다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남녀에게 비슷한 정도의 자기 결정과 만족을 주어야 하고, 이 복잡함은 두 사람이 함께 감당해야 한다.” 트레이스터가 2015년에 쓴 글이다.

그레이스의 이야기를 토대로 복잡한 대화가 벌어지면 ‘진짜’ 폭력의 ‘진짜’ 피해자들이 더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여성들도 있다. 이들은 주로 90년대에 성에 대한 반대(sex negativity/antisexualism)에 맞서 싸웠던 X 세대와 베이비 부모 세대 여성들이다. 이러한 사건을 소소하게 몇 번 겪어봤다면, 그리고 ‘나쁜 섹스’ 경험에서 비교적 큰 상처를 받지 않았다면, 당신은 이러한 ‘정상적’ 접촉에 의문을 제기하는 뻔뻔한 여성들을 보며 갸우뚱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MeToo가 지나치다, 아지즈 안사리를 감옥에 넣고 싶어하는 밀레니얼 세대 페미니스트들(사실 이런 집단은 상상 속에만 존재한다)이 심하다고 서둘러 단정짓기 보다, 일단 귀를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그레이스의 이야기에 대한 반발은 이미 시작되었다. 매체들은 다른 여성들을 비난하고 싶어하는 여성들에게 얼른 공간을 내주었다. 또한 이런 대화의 시작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커다란 헤드라인이 달린 기사 몇 건으로 될 일은 아니다.

여러 남녀노소의 이야기를 들어보아야 한다. 남성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성교육에 성적 역학과 확실한 동의에 대한 복잡한 이야기들이 들어가야 한다. 교사와 부모들이 함께 자녀들에게 동의에 대한 ‘기술 기르기’를 가르쳐야 한다. 이건 아이에게 길을 건너기 전에 양쪽을 확인하라고 가르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일이다.

나쁜 성경험이 여성의 몸과 마음에 미칠 수 있는 피해의 스펙트럼에 대해 보다 분명한 언어로 복잡한 논의를 해야 한다. 계속 이야기를 한다면 그런 언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레이스와 같은 젊은 여성들은 자신의 성적, 직업적 생활에서 언어의 재정의를 요구할 자유가 있다. 그들의 삶은 이제 막 시작했기 때문이다. 문화란 이런 것이다. 계속 변화하고, 젊고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이 그 변화를 이끈다.

 

허핑턴포스트US의 On Aziz Ansari And Sex That Feels Violating Even When It’s Not Criminal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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