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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가 물었다 "남극에 가보고 싶지 않아?"

그린피스의 일원으로 산다는 건 일상에서 벗어나 다양한 기회와 경험에 스스로를 노출시킨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중 하나로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의 상사가 당신에게 '남극에 가보고 싶지 않아?'라는 제안을 하는 것도 포함돼 있죠. 바로 세달 전 제게 벌어진 일입니다

[어쩌다 남극①]

그린피스의 일원으로 산다는 건 일상에서 벗어나 다양한 기회와 경험에 스스로를 노출시킨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중 하나로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의 상사가 당신에게 '남극에 가보고 싶지 않아?'라는 제안을 하는 것도 포함돼 있죠. 바로 3개월 전 제게 벌어진 일입니다.

지난 2017년 9월, 그린피스는 내년에 진행할 '남극보호 캠페인'을 기획 중에 있었습니다. 황제펭귄의 서식지가 있는 남극 웨델해 지역에 지구상에서 가장 큰 자연보호구역을 만들기 위해 이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25개 회원국을 설득하는 캠페인이죠.

그린피스가 직접 남극에 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그즈음입니다. 지구 남쪽 끝에 위치한 남극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의 남극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죠. 다행히도 그린피스엔 북극해를 비롯한 얼음 바다를 여러 번 오간 믿음직한 쇄빙선 '아틱 선라이즈호'가 있었고, 덕분에 남극을 가기 위한 준비는 금방 갖춰졌습니다. 남은 건 누가 이 배에 오를 것인가였죠.

지금으로부터 31년 전인 1997년, 남극 웨델해에 갔던 그린피스 아틱선라이즈호

아틱선라이즈호는 크지 않은 배입니다. 탈 수 있는 총원은 서른다섯 명 정도로, 그중 절반을 차지하는 선원 수를 제외하면, 전 세계 그린피스 사무소 직원과 과학자, 기자, 유명인 등을 다 합쳐도 탈 수 있는 인원은 기껏해야 15명 남짓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서울사무소에서 누군가가 배에 오른다는 건 정말 행운이었죠.

사실 한국은 지금 남극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남극해에서 주로 이뤄지는 크릴 어업 세계 2위 국가이면서 남극 해양보호에 관한 결정권을 가진 25개 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이죠. 한국이 남극해의 자연을 보호하는 것보다 크릴 어업을 내세운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큰 보호구역을 만드는 일은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남극, 잘 다녀올게요

그러나 이렇게 큰 기회를 목전에 앞두고서도 처음 남극을 가겠냐는 제안을 들었을 때 제 대답은 '생각해보겠다' 였습니다. 실은 완곡한 거절의 표현이었죠. 놀이공원 바이킹도 못 타는 제가 일반 배보다 훨씬 더 많이 흔들린다는 쇄빙선의 뱃멀미를 견딜 자신도, 유일한 한국인으로 자신 있게 외국인들과 소통할 용기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무언가에 홀린 듯 저는 상사에게 '남극에 잘 다녀오겠다'라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남극해 빙상

왜냐구요? 실은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날 집에 가면서 찾아봤던 말도 안 되게 파란 남극 바다 사진 때문인지 아니면 살면서 언제 한번 남극을 가보겠냐고 부추기던 친구의 말 때문이지, 그러나 한번 가겠다고 마음먹자 그다음부터는 모든 게 명료해졌습니다. 그리고 차근차근 하나씩 남극에 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남극에 가면 무얼 하나요?

아틱선라이즈호는 1월, 2월, 3월 총 세 번에 걸쳐 남극 항해를 떠납니다. 1월엔 저명한 과학자들을 태우고 남극 해저 생태계와 생물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진행합니다. 이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남극해양보호구역 지정의 필요성에 대해 더 이야기할 수 있게 됩니다. 제가 함께 가는 2월 여정은 기록(Documentation)을 목적으로 합니다. 지구온난화로 무너져내리는 남극의 빙하와 생존의 위기에 처한 남극 동물의 모습을 담아갈 예정입니다. 3월엔 보다 적극적으로 남극에서 자행되는 파괴적 어업의 실태를 밝힐 계획입니다.

제가 함께하는 2월 여정은 6일 칠레 푼타아레나스 항구를 떠나 한 달 뒤인 3월 6일에 다시 항구로 돌아옵니다. 4주간 남극반도 서쪽 해역을 돌며 눈부시게 아름답고도 슬픈 남극의 현실을 여러분에게 생생하게 전해드릴 것입니다.

7개 대륙 중 유일하게 사람의 손길을 허용하지 않은 미지의 땅 남극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2018년 1월 8일, 첫 번째 남극 항해를 앞두고 칠레 푼타아레나스 항구에서 쉽투어에 참여하는 그린피스 직원 및 선원, 과학자들이 배에 올라 있는 모습

To be continued...!

다음 글은 본격적인 남극 여행 준비를 앞두고 보는 배에서의 하루 스케줄, 짐을 챙기는 과정,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남극 갈 때의 주의 사항들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글: 현지원 그린피스 커뮤니케이션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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