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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사태' 정작 중요한 의혹은 따로 있습니다

중요한 사실 하나를 놓쳤습니다. 우리나라가 외국과의 외교 협정을 체결할 때 그 주체는 국방장관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정작 정식 서명을 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따로 있었다는 것입니다. 아, 이걸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2009년 11월 국방부 장관의 서명은 가서명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 김종대
  • 입력 2018.01.17 05:52
  • 수정 2018.01.17 05:54

오랜만에 이 소통의 공간으로 돌아 왔습니다. 부끄러운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9일 조간에 김태영 전 국방장관이 2009년 11월 당시 우리나라와 UAE 간에 서명된 비밀 군사협정은 이명박 대통령과 국회에 비밀로 한 채 "자신이 판단해서 서명했다"고 실토하는 인터뷰가 개제된 바 있습니다. 저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몰랐다"는 김 전 장관의 주장에 대해 반신반의 했지만 일단 비밀협정의 실체가 확인되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만족했습니다. 제가 이전에 비밀 양해각서(MOU)였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만, 사실은 양국 간에 체결된 정식 상호방위협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 하나를 놓쳤습니다. 우리나라가 외국과의 외교 협정을 체결할 때 그 주체는 국방장관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정작 정식 서명을 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따로 있었다는 것입니다. 아, 이걸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2009년 11월 국방부 장관의 서명은 가서명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그해 12월에 본 서명을 한 별도의 절차가 존재합니다. 이 단계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 개입하였습니다. 김태영 장관이 "자신이 판단해서 서명을 했다"고 한 부분은 가서명 단계에서의 이야기이고, 본 서명은 MB의 개입 하에 이루어졌습니다. 이걸 김 전 장관은 말하지 않은 것이지요. 이것이 왜 중요한 지는 여러분에게 차차 말씀드리겠습니다. 김태영 전 장관 인터뷰에 현혹된 제가 이걸 깨닫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정부조직법을 들춰보면 알 수 있었던 일을 깜박 생략한 탓입니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MB는 문재인 정부가 점차 진실에 접근하고 있는 바로 그 순간에 중동으로 날아갔습니다. 작년 11월 초에 송영무 국방장관이 UAE를 방문한 직후부터 MB의 중동 방문이 기획된 것으로 보여 지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에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정작 중요한 의혹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12월 UAE 방문이 아닙니다. 11월 중순의 MB의 중동방문이 의혹입니다. MB 방문 직후부터 갑자기 UAE가 우리에게 강경하게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므로 "송영무 국방장관 방문 직후부터 UAE가 강경하게 나오기 시작했다"는 저의 이제까지 발언은 잘못된 것으로 정정합니다. 문제의 핵심은 송영무가 아니라 바로 MB라는 점, 그리고 작년 11월에 UAE를 사이에 두고 미묘한 게임이 MB와 문재인 정부 간에 전개되고 있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조사가 완료되면 이 분들의 거짓말, 낱낱이 진상을 밝히겠습니다.

또 한 가지. UAE로부터의 원전 수주는 알려진 것처럼 국익 창출 효과가 크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400억불 원전 수주는 완전히 과장된 수치입니다. 반면 UAE 유사시 우리의 자동개입 약속은 매우 중요합니다. 유사시 UAE에 전시 군 증원, 한·UAE 연합 군사지휘체계 구성, 공동의 군사계획과 작전교리 작성 등 후속 조치들이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우리 특전사 병력 파병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이 벌어 진 2010년의 한반도 안보 위기 와중에 진행되었습니다. 만일 진보정부가 이런 일을 했더라면 우리 보수 세력은 국가반역죄라며 입에 거품을 물고 물어뜯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국익 창출을 위한 불가피한 행위였다고 강변합니다. 설령 국익을 도모했다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 정리가 필요합니다. 그것 없이 봉합될 일이 아닙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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