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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형사가 "수치심을 느껴야 할 사람은 성폭력 피해자 아닌 가해자"라고 말하는 이유 (영상)

우리는 흔히들 성폭력 피해자를 대할 때 이렇게 생각한다. 성폭력 경험으로 인해 '정말 수치스러웠을' 거라고. 그런데, 이러한 우리의 생각과 문화가 피해자에게 오히려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박하연 형사는 2017년 6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강연을 통해 "수치심을 느껴야 할 사람은 성폭력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라고 지적했다.

왜? 수치심(羞恥心)의 정의는 '당당하거나 떳떳하지 못하여 부끄러움을 느끼는 마음'인데, 당당하거나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한 것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지적은 몇 년 전에도 제기됐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2014년 10월 '성폭력 피해를 구성하는 성적 수치심, 이대로 괜찮은가?' 포럼을 개최했는데, 한겨레에 따르면 당시 포럼에서는 아래와 같은 지적이 제기됐다.

"성폭력 사건에서 수치심의 사전적 의미인 '다른 사람들을 볼 낯이 없거나 스스로 떳떳하지 못함, 또는 그런 일로 인해 느끼는 마음'을 느껴야 하는 건 정작 가해자인데 피해자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껴야만 하는 사회적 압력이 있다." - 정하 활동가

"성폭력을 판단할 때 성적 수치심이라는 감정을 느낄 만한 행위인지 아닌지에 대한 공방이 아니라 '권력 관계를 이용한 가해자의 피해자에 대한 성적 침해 여부'가 성폭력 성립의 중요한 핵심이 돼야 한다." - 정하경주 활동가

아래는 페이스북 페이지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올라온 요약본 영상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요약된 3분 영상을 직접 보고 싶다면 여기를 클릭)

"오! 되게 섹시한데!!" "나하고 한번만 자" "얼마면 되겠어?" 우리가 이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봅시다.

여기 계시는 여러분들이 느끼는 감정은 어떤 거예요?

"아! 부끄러워" "내가 괜히 섹시하게 생겨가지고.." "창피해" 이런 느낌이 드시나요?

몇 년 전 초등학생 아이가 집에 돌아가던 길에 고등학생뻘로 보이는 네 명의 남자에게 둘러싸여서 엉덩이를 만지는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사건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증거는 그 아이의 진술밖에 없었는데요.

이 4명의 범인은 "형사님, 그게 무슨 성추행입니까?" "엉덩이가 너무 예뻐서 그냥 토닥토닥 해줬을 뿐인데"라고 말했어요.

당시 저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 사건은 반드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가해자 측 변호사와 판사는 이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그때 정말 수치스러웠나요?"라고.

몇 번을 물어봐도 아이가 대답을 하지 않았는데요.

이 사건에 대해 판사님은 어떻게 판결했을까요?

"왜 (아이가) 말을 똑바로 하지 않나요?" "신빙성이 없네요" "그렇다면 이 사건은 유죄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무죄입니다"라는 판결이 나왔어요.

그래서 제가 (판결 후) 아이를 불러서 물어봤습니다.

"네가 저번에 나한테 와서 얘기했을 때는 '수치스러웠다'고 했었잖아. 그런데 왜 말을 못 해"라고.

그런데 아이가

"형사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되게 끔찍한데요. 형사님, 저는 절대로 부끄럽지 않았어요. (단지) 무서웠어요, 형사님. 그래서 그 판사님이 저에게 '부끄러웠냐' '수치스러웠냐'고 물어봤을 때 저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어요"

라고 말을 하더군요.

수치심이란 '스스로가 부끄러워 느끼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수치스러운 행동을 할 경우' 느끼는 감정입니다.

그런데 이 수치스러운 감정을 느껴야 할 사람이 '피해자'입니까? '가해자' 입니까?

내 주변에서, 내 아이가 성폭력을 당하고, 직장 내에서 내 동료가 성희롱을 당했을 때, 우리는 그들을 위로한다며 이렇게 얘기하곤 합니다.

"그때 어땠니?" "부끄러웠지?" "진짜 수치스러웠겠구나" "그랬겠구나~" 라고 이야기를 해요.

우리가 수십번 이렇게 이야기를 할 때, 피해자분들은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어? 이상하다" "난 부끄럽지 않았는데.." "내가 부끄럽다고 이야기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내 말을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아" "아! 내가 수치스러워해야 하는구나"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초기화하게 돼요.

실제로 성폭력 피해자분들은 처음에 느끼는 감정을 물어봤을 때

'정말 화가 나고, 짜증이 나고, 무섭고, 혐오스러웠다'고 얘기를 하십니다.

절대로, 피해자들이 느끼는 감정이 '부끄러운 감정'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성폭력 현장에서 가까스로 살아나왔어도, (피해자들에게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강요하는 사회 전체적인 문화로 인하여) 이분들은 평생을 수치스러워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는 상황까지 가게 되는 것이죠.

우리의 잘못된 인식으로 그분들이 평생을 수치스러워하다가, 부끄러워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고..생명을 잃었다면 ..

우리의 변화된 인식으로 그들을 살릴 수 있습니다.

바로 지금부터, 우리가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15분 강연 전체를 보고 싶다면 아래 영상을 보실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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