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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전문가의 미필적 고의에 대한 윤리적 비난 가부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가능성이 유망하다는 등의 전문가 견해를 지나치게 힘주어 발표함으로써 자신이 산 비트코인의 시세를 스스로 받치려는 미필적 고의가 있는 것은 아닌지 가슴에 손을 얹고 물어 볼 일이다. 알게된다면, 최소한 내 마음 속으로는 그 사람에 관한 레이팅rating을 수정할 것이다.

  • 김상순
  • 입력 2018.01.15 08:48
  • 수정 2018.01.15 08:52

1.

증권회사 애널리스트가 자기 스스로 혹은 누군가를 위해 A회사 주식을 사 두고 A회사가 가진 기술을 칭찬하는 리포트를 발간하는 일, 도시계획 전문가가 신도시 예상 부지인 B지역에 자기명의 혹은 차명으로 넓은 땅을 구매한 후 그 지역 공청회 등에서 도시밀집의 부작용 운운하면서 신도시 개발을 적극 촉구하는 일, 비트코인에 거액의 자금을 투입한 IT 전문가 혹은 IT 칼럼니스트 등이 블록체인 기술이 가져올 혁신을 언론 인터뷰 등에서 공개적으로 역설하는 일.

증권회사 애널리스트의 이해상충에 관하여 미국의 메릴린치MerrillLynch 사건 이후로 여러나라에서는 이를 규율하는 증권거래법 등의 관련 규정을 이미 정비하고 있다. 실정법 위반 여부에 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나는 위 예에 나온 전문가들에 대한 도덕성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알고지내는 많은 IT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이나 크립토커런시Crytocurrency에 대한 이해나 정보를 일찌감치 가지고 있었다. 나는, 나처럼 비트코인이나 이더륨 거래에 직접 뛰어들지 않고 스마트 컨트랙트SmartContract 등 다른 방향으로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을 여럿 알고 있고, 거래에 발을 담갔기 때문에 그 분야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관하여는 입을 떼지 않고 침묵하고 있는 사람들도 여럿 알고 있다.

그가 개인적으로 투자를 하든 투기를 하든 상관없다. 그러나, 운용방식이나 절차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으로 소액 구매한 것 이상의 금액을 투자(?)한 전문가라면, 자신의 영향력으로 인해 한 명의 순진한 호구에게 폭탄을 건넬 확률이 늘었다는 점과 관련하여, 자신의 전문가로서의 도덕성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

2.

IT전문가에게 증권회사 애널리스트 수준의 객관성이나 중립성 혹은 윤리성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이 가져올 변화와 미래에 대해 그들이 제시하는 의견에 관한 전문가적 순수성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윤리적으로는 반드시 일정한 선line이 있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가능성이 유망하다는 등의 전문가 견해를 지나치게 힘주어 발표함으로써 자신이 산 비트코인의 시세를 스스로 받치려는 미필적 고의가 있는 것은 아닌지 가슴에 손을 얹고 물어 볼 일이다. 알게된다면, 최소한 내 마음 속으로는 그 사람에 관한 레이팅rating을 수정할 것이다.

세상은 돈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돈보다 더 먼저 배워야 할 중요한 것들이 있다 믿는다. 이를 배우고 익히는데 써야 할 시간과 정열을 비트코인 매매에 먼저 사용하고 있는 청춘들이 많아진다면, 위정자들이나 어른들이 염려하고 반성해야 할 지점이 생긴다. 지금의 비트코인 광풍은 그 위험수위를 넘었다.

이미 애욕을 맛 본 소경 처녀에게서 화공畫工이 순수함을 찾아 그리기 어려웠듯, 돈맛을 톡톡히 보아 눈이 벌개진 이들의 귀에 노동의 가치, 땀의 미덕, 인격의 성숙, 상생의 사회 등의 단어는 들리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 이기심이 지배하는 사회가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싶다. 그래서 우려된다. 지켜야 할 가치, 발전시켜야 할 가치들이 허물어지고 있는 느낌에 안타까움이 점점 커진다. 이례적 한파만큼이나 이 사회의 정신이 얼어붙고 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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