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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술 믿을 수 없다" 대법원 문턱 못 넘은 ‘동성애 난민'

  • 백승호
  • 입력 2018.01.14 07:48
  • 수정 2018.01.14 07:49

양성애자인 우간다 여성의 난민 신청이 대법원에서 좌절됐다. 하급심의 성소수자 난민 인정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된 건 지난해 이집트 동성애 남성 사건에 이어 두번째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우간다 출신 ㄱ(29)의 난민 지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지난해 6월 2심은 “우간다에선 성소수자들이 범죄와 차별의 대상이 된다. 동성애를 이유로 체포된 뒤 경찰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ㄱ의 주장엔 신빙성이 있다”며 난민 인정 판결을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첫 성관계 시점에 대한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경찰관에 의한 성폭행 주장도 허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성소수자로서 박해를 받았다는 ㄱ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취지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7월에도 이집트 동성애자 ㄴ(27)의 난민 지위를 인정한 2심 판결파기했다. “ㄴ이 성적 지향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동성애 관련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판결은 ‘적극적 동성애 활동’을 벌여야 동성애자임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성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 자체가 박해라는 현실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난민 신청의 특수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원증이나 각종 보고서 등 비교적 증거 확보가 쉬운 정치·종교적 박해와 달리 성소수자 박해는 자신의 기억에 기반을 둔 진술에 의존해야 한다. 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대법원의 논리대로라면 앞으로 성소수자의 난민 신청은 인정받기가 매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과거의 박해 경험을 기준으로 향후 박해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도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지림 변호사는 “과거의 박해 여부는 귀국 시 박해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간접근거에 불과한데도, (법원이 난민 신청자에게) 실제 박해받은 경험을 요구하는 것은 난민협약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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