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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 ‘웃찾사' 바람잡이 개그맨도 ‘상품권 페이' 받았다

  • 김원철
  • 입력 2018.01.12 12:33
  • 수정 2018.01.12 12:37
ⓒ뉴스1

KBS와 SBS 등 주요 공중파 방송들이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이었던 '개그콘서트'(KBS2·현재 방송 중)와 '웃찾사'(SBS·지난해 5월 종영)의 이른바 ‘바람잡이’ 개그맨들에게 출연료로 현금이 아닌 ‘상품권’을 지급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앞서 '한겨레21'은 8일 공개된 제1195호 표지이야기 ‘열심히 일한 당신 상품권으로 받아라’를 통해 거대 방송사들이 약자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는 방송 스태프들에게 체불 임금을 상품권으로 지급해왔다는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이 사실이 공개된 직후 SBS는 입장문을 내어 “상품권 지급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질못된 일”이라며 “불합리한 점은 즉각 시정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KBS ‘개그콘서트’ 누리집 화면 갈무리

그러나 ‘상품권 페이’의 피해자는 외주제작사에 스태프들만이 아니었다.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인 ‘방송계갑질119’ 채팅방에 올라온 제보를 바탕으로 한겨레21이 취재를 진행한 결과, KBS와 SBS의 공개 녹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일부 출연자들에게 출연료를 현금이 아닌 상품권으로 지급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공개 녹화 예능프로그램은 방송의 특성상 현장 분위기가 프로그램 완성도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그 때문에 프로그램 시작 전과 중간에 이른바 ‘바람잡이’라고 불리는 사전/중간 진행자를 둔다.

업계에선 이들을 ‘앞바람’과 ‘중간바람’이라고 부른다. KBS의 공채 개그맨 A는 “바람잡이는 보통 공채 출신 개그맨들이 돌아가면서 한다. 처음 출연료를 상품권으로 받았을 때 부정적인 생각은 안 들었다. 어차피 해야할 거, 가서 도와드리는 거라고 생각하고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MC딩동 같은 전문적인 사전MC는 (제대로) 페이(임금)를 지급받는 것으로 아는데 자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개그맨의 경우 도와준다는 의미로 상품권을 지급 받는다. 인센티브라고 생각하고 상품권으로 받았다”고 말했다.

A의 증언을 종합하면, KBS 개그맨들은 연출 PD의 ‘암묵적’ 지시(또는 제안)에 따라 순번을 정해 공개 녹화 프로그램에서 방청객들의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이른바 바람을 잡는) 역할을 한다. ‘앞바람’의 경우 10만원 상품권 3장, ‘중간바람’은 1장을 받았다.

SBS의 사정도 엇비슷했다. 지금은 폐지된 '웃찾사'에서 바람잡이로 활동했던 한 공채 출신 개그맨은 “선배들이 앞바람을 잡고, 후배들이 중간 바람을 잡는 게 관행이었다. 앞바람은 10만원 상품권 2장, 중간 바람은 1장을 받았다”고 말했다. 바람잡이를 누가할지는 연출PD 등이 정했다. 그는 “개그맨 공채 시스템이라는게 위에서 정해서 내려오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 그나마 상품권이라도 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KBS와 SBS 등 공중파 방송국에 공채로 입사한 개그맨들은 200만~300만원 안팎의 계약금을 받고, 이후 6개월 동안 교통비와 식대조로 40만~50만원을 지급받는다. 이 기간 동안엔 철저히 방송사에 매인 ‘을’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외주제작사 스태프들은 방송국과 프로그램을 옮길 수 있지만, 스타가 아닌 개그맨은 방송사들이 제시하는 여러 불합리한 관행을 감수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현실을 보여주듯 한겨레21 취재에 응한 개그맨들은 자신들의 말이 기사화돼 방송사로부터 출연 배제와 같은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에 깊은 두려움을 토로했다.

KBS는 방송에 출연한 일부 개그맨들에게 출연료로 상품권을 지급한 사실이 있냐는 한겨레21의 질의에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다. 상황을 파악해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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