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민정책을 논의하던 트럼프는 "왜 거지 소굴에서 온 사람들을 받아야 하냐"고 말했다

  • 허완
  • 입력 2018.01.12 10:59
U.S. President Donald Trump holds a joint news conference with Norwegian Prime Minister Erna Solberg in the East Room of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U.S., January 10, 2018. REUTERS/Jonathan Ernst
U.S. President Donald Trump holds a joint news conference with Norwegian Prime Minister Erna Solberg in the East Room of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U.S., January 10, 2018. REUTERS/Jonathan Ernst ⓒJonathan Ernst / Reuters

11일(현지시각) 백악관 집무실(오벌 오피스)에서 의원들과 만남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이티와 아프리카 국가들을 ‘거지 소굴(shithole)’이라고 부르며 이 지역 출신 이민자들을 보호하는 조치를 되살리자는 의견에 화를 냈다.

트럼프는 “왜 거지 소굴에서 온 사람들을 여기에 받아야 하느냐?”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노르웨이 같은 곳에서 오는 이민자들을 더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NBC뉴스, 버즈피드, CNN도 이 발언을 확인했다.

트럼프의 이 발언이 알려지자 진보 단체들과 바바라 리(캘리포니아-민주당), 보니 왓슨 콜먼(뉴저지-민주당), 짐 맥거번(매사추세츠-민주당), 캐런 베이스(캘리포니아-민주당) 등 하원의원들은 트럼프의 ‘인종차별적 태도’를 비난했다.

미국주재 아이티 대사 폴 알티도어는 미국 정부 관계자를 정식으로 소환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한편 이 발언을 "맹렬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고 NBC뉴스 통신원이 전했다.

이에 따르면 알티도어 대사는 "대통령이 잘못된 정보를 받았거나 잘못된 교육을 받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옹호하고 나섰다. 라지 샤 백악관 부대변인은 CBS뉴스에 “워싱턴 정치인들 중에는 외국을 위해 싸우기로 선택한 사람들이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늘 미국인들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 기여하고 우리 경제를 성장시키고 우리 위대한 나라에 녹아들 수 있는 사람들을 받아들여 우리 나라를 더 강하게 만들 항구적인 해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들의 삶을 위협하며, 합법적인 방법으로 미국에서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이민자들을 약화시키는 그런 일시적이고 미약하고 위험한 임시방편들을 늘 거부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거지 소굴’이라는 발언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트럼프는 어렸을 때 미국에 들어온 불법체류자들을 보호하는 일명 ‘드리머스(Dreamers)’ 제도를 놓고 의원들과 협상 중이다. 트럼프는 ‘다카(DACA)’ 프로그램을 없애 이들 상당수가 강제 출국에서 보호받지 못하게 만들었다. 현재 트럼프는 드리머스를 돕는 조건으로 멕시코 국경 장벽을 포함한 여러 국경 관리를 강화하자는 협상안을 제시한 상태다. 특히 유색인종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합법 이민 규제도 주장한다.

이날 협상 도중 일부 의원들은 임시 보호 지위로 미국에 머물고 있는 아이티, 엘살바도르, 여러 아프리카 국가 출신 이민자들에게 비자를 발급할 것을 제안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미 아이티, 엘 살바도르, 니카라과인들에게서 임시 보호 지위를 박탈했다.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 20만 명 이상이 몇 달 안에 출국하거나 강제 출국을 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트럼프는 이 제안을 듣고 ‘거지 소굴 나라들’이라고 비웃었다고 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흑인 인권단체 NAACP는 성명을 내고 "우리 나라가 미래로 나아가려고 하는 상황에서 우리 대통령은 점점 더 깊은 인종주의와 제노포비아의 토끼굴로 빠져들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 세계의 도덕적 리더라는 미국의 지위는 이와 같은 저속하고 무감각하고 걸러지지 않은 인종주의에 의해 철저히 손상되고 있다."

블랙코커스(연방의회 흑인 의원 모임) 회장인 세드릭 리치몬드(민주당, 루이지애나) 하원의원은 트럼프의 발언이 "인종 문제에 대한 그의 둔감성과 무지한 시각을 확신시켜 준다"고 비판했다.

그는 성명에서 "이것은 즉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가 (실제로는) '미국을 다시 하얗게'의 코드가 아니냐는 우리의 매일같은 우려를 더 강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하원의원 콜먼 역시 이런 지적에 가세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겁한 인종차별주의자"로 지칭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는 비겁한 인종차별주의자다. 트럼프, 그리고 그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모든 사람들은 부끄러운 줄 알라.” 콜먼의 트윗이다.

'휴먼라이츠퍼스트'의 회장 겸 CEO 엘리사 마시미노는 트럼프의 이 발언이 “역겹고 수치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이 고국의 폭력과 박해를 피해 떠나온 사람들에 대해 이런 식으로 말한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의회는 백악관에서 나오는 이러한 증오, 인종차별, 분열적 이야기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박해받는 사람들을 보호하겠다는 우리의 자세를 의회가 굳건히 지켜야 한다.”

* 이 글은 허프포스트US의 Trump Slams Protections For Immigrants From ‘Shithole’ Countrie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국제 #인종주의 #도널드 트럼프 #백악관 #흑인 #인종차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