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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거래소 폐쇄 언급을 보며

지금 가상화폐 시장에 필요한 것은 이와 같은 건강한 제도의 도입이다. 그 전에 폐쇄 운운 하는 것은 밤에 짖는 동네 개들이 시끄러우니 다 죽이자는 이야기다. 보통 이런 이야기는 도둑떼가 휩쓸고 간 뒤 정신 차리는 바보 원님이 나와야 제격이다.

  • 김종현
  • 입력 2018.01.12 09:27
  • 수정 2018.01.12 09:30

1.

게임개발에서 사행성 불법 게임과 합법적인 게임이 나뉘는 실질적인 지점이 있다. 게임 서비스 제공자가 프로그램 내의 보상 확률을 임의대로 조작 할 수 있도록 코딩 하느냐 아니냐에서 부터 쟁점이 시작된다.

2.

보통 게임 서비스 제공자는 서비스 이용자가 자신의 노력(플레이)을 통해 일정한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납득할 만한 보상확률을 지속적으로 안정되게 제공' 한다. 이용자들은 모두에게 동일한 보상 확률이 제공된다는 룰을 믿고 게임에 뛰어든다. 웬만큼 인기있는 장르의 게임들에서 레벨 별 보상확률 곡선은 굳이 공개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암묵적 약속이다.

이용자가 게임 서비스 제공자에게 내는 게임 비용(월 정액이든 매회 결제든)은 이러한 룰에 관한 계약의 체결을 의미한다. 게임 서비스 제공자가 보통의 사회 상규에 비추어 문제가 없도록 법에 부합하는 룰과 보상을 제공하고 속이지 않으면, 사행성 규칙을 가진 게임이더라도 문제가 없다.

3.

사행성 놀이란 요행을 바라는 놀이, 즉 우연한 확률에 기대는 것이다. 화투나 포커 등이 그것인데, 그 핵심은 패를 섞는 것에 있다. 패 섞기는 참여자들의 보상 확률을 운이라는 무작위 수준으로 만들어 다음 패를 난수의 형태로 발생시키는 것이다. 모두에게 난수의 보상 확률은 공평한 게임환경을 만들어준다. 그러므로 이 우연의 확률을 어느 일방에 유리하도록 조작한다면 문제가 된다. 화투로 치자면 미리 표시가 된 공장목을 써서 우연을 없애는 것이다.

게임 서비스 제공자가 임의로 확률을 조작해 부당하게 게임 비용을 뜯어내거나, 혹은 서비스 이용자가 별도의 프로그램을 써서 게임이 제공하는 이상으로 이익을 취하면 공장목을 써서 룰에 대한 계약을 어기는 것이다. 도박판에서라면 손목아지를 날려야 마무리가 되는 일이다.

4.

게임 서비스 제공자에게 유리한 확률이란 결국 이용자들에겐 낮은 확률이다. 그 대신 이용자가 보상을 받게 된다면 당연히 보상이 커진다. 일확천금이 된다. 특히 이러한 게임 서비스에 사용하는 사이버 머니가 현금으로 교환 가능해질 경우, 이용자들의 사행심리가 크게 자극 받아 게임의 사행성은 비약적으로 커진다. 따라서 불법 사행성 도박 게임은 서비스 제공자가 일확천금을 꿈꾸는 서비스 이용자들의 사행심을 자극해 임의로 조작가능한 확률의 게임으로 이익을 편취한다. 바다이야기에 돈 집어 넣어서 갑부 된 사람 없다는 게 이 게임시장의 속성을 잘 말 해 주고 있다.

바다이야기 점포 업주나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가 마음대로 게임 내 보상 확률을 조작 할 수 있으면 이용자들은 처음 부터 이길 수 없는 게임에 뛰어드는 것이다. 이용자들 모르게 서비스 제공자에게 유리하도록 보상확률을 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랜 그러기 전에 관리당국의 관리가 필요다. 그러나 과거 바다이야기 문제가 터졌을 땐 우리 사회는 이런 종류의 일을 처음 겪었다. 때문에 이용자들이 게임 비용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사회 문제가 될 정도로 피해가 생기고 나서야 관리당국의 강도 높은 규제가 들어갔다.

5.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 벌써 몇달 째 정부에서 규제 신호를 주고 있다. 급기야 법무부 장관이 거래소 폐쇄를 운운했다. 개인적으론 가상화폐나 암호화폐라는 낱말로 부르는 것이 잘못 됐다고 보고 있고 화폐란 낱말 붙이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싶다. 법무장관이 암호화폐를 가상징표라고 부르는 것에 어느정도 동의한다. 지금의 과열 투기 양상은 사행성 게임으로 홍역을 치른 나라의 정부로선 긴장 할 만 하다.

제도적 관리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긴 하다. 이용자들의 사행심리 발흥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그냥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암호화폐 거래시장의 문제는 과거의 사행성 게임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

6.

사행성 불법 도박 게임의 문제는 확률 정보의 비대칭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은 근본적으로 이의 정 반대 위치에 있다. 단지 암호화폐가 가진 상품적 성격을 제어하지 못하는 현실제도의 미비가 사행심리를 키우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 즉 참여 대중이 제도권 밖에서 자연스레 갖게 되는 사행심리와 이에 기댄 사업의 불건전성이 문제의 주된 원인이다. 거래소는 이러한 심리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만드는 장일 뿐이다.

현재 암호화폐 거래시장에서는 거래소가 기존의 법과 제도를 위반하거나, 이용자들의 사행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임의로 보상률을 조작한다거나 하는 등의 심각한 문제를 저지르지 않고 있다. 거래소에 관한 소문들은 아직 확인 이전 단계에 있으며, 채굴 투자 사업자들의 사기는 기존의 법에 의해 걸러지고 있다. 즉 당국의 관리 여하에 따라 안정화가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7.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발명품이다. 기존의 법과 제도가 이를 기존의 제도권 안에 수용할 수 없으므로 어떤 식으로든 기존의 규칙을 무력화 시키는 문제를 만들어낼 수 밖에 없다. 이 새로운 존재가 기존의 사회적 합의에 잘 부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해당 제도에 맞춰 규제가 논의되어야 한다.

가령 우리 주식 거래 시장은 상한가/하한가, 개장/폐장 시간, 전자공시, 불공정 거래경보 시스템 등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이는 시장의 건강한 성장과 참여자들의 건강한 투자 및 이익을 위한 조치다. 지금 가상화폐 시장에 필요한 것은 이와 같은 건강한 제도의 도입이다. 그 전에 폐쇄 운운 하는 것은 밤에 짖는 동네 개들이 시끄러우니 다 죽이자는 이야기다. 보통 이런 이야기는 도둑떼가 휩쓸고 간 뒤 정신 차리는 바보 원님이 나와야 제격이다.

8.

단순히 암호화폐 시장에 많은 사람들의 돈이 들어가 있으니 피해자 양산을 막자는 이유 때문이 아니다. 언론에선 젊은 층의 투자광풍을 특색 있게 보도하지만, 진짜 신경 써야 할 것은 큰 자본을 가진 이들의 참여다. 단돈 50만원 100만원 넣은 사람들이 사방에 널렸다. 우리나라에 수백억 수천억 운용하는 부자들은 과연 이 상황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을까. (지금 웬만큼 덩치 있는 알려진 회사 오너들 계좌 뒤져보면 화려할 거라고 믿는다.)

예상키로 기존의 금융관련 관계자들 혹은 그들의 도움을 받아오던 자본가들의 투자도 활발한 상태일 것이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을 살피는 데 있어 중요한 건 연령별 투자비율이 아니다. 참여 비율을 떠나 투자자들의 정체성이 중요하다. 이들이 영위하던 경제활동(이를테면 사업경영이 되겠다)이 가상화폐 투자금과 어떤 함수관계에 있는지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9.

그들이 입을 피해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의 투자상품 성격이 만들어낸 장에서 새로운 유형의 새로운 사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그게 뭔지 모른다. 처음에 비트코인이 만들어졌을 때 현재의 현상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 처럼.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내는 미래는 우리의 예측 너머에 있다. 이는 자본의 유입이 보다 원활할 때 탄력을 받는다. 기술이 자본을 부르면 자본이 시장을 확장/다양화 시켜 그 과정에서 다시 기술의 발전을 불러 온다. 모두의 먹고사니즘과 연결된 문제다. 따라서 암호화폐 거래시장을 어떻게 관리해야 새로운 유형의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10.

현재 한국의 암호화폐 광풍을 우리만의 메마른 경제환경이 문제가 드러난 것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일부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러나 우리의 발달한 IT 기술 및 인프라가 우리 특유의 경쟁적 사업환경의 맹렬한 추세와 만나 암호화폐 거래 시장으로의 집중을 이끌었단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늘 그래왔던 것 처럼 한국은 세계 IT기술 문화의 샤알레 역할을 한 것이다.

먼저 맞이 할 수 있는 건 기회다. 다소 시끄럽단 이유로 그러한 기회를 애써 싹 부터 자르려는 건 허망할 정도로 게으른 행위다. 암호화폐의 투기 광풍은 그것대로 규제하려면 하되, 우선 이를 기존의 사회제도와 결착시키는 별도의 움직임이 동시에 필요 하다. 그런 움직임은 법무부 혼자 주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양한 전문가들의 보다 폭 넓은 상상력이 어느때 보다 긴급하게 필요한 시기다.

지금 심정으로는 정부가 나서서 망치지나 말았으면 좋겠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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