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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장관들에게 직접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소개하며 한 말

  • 허완
  • 입력 2018.01.11 07:29
  • 수정 2018.01.11 07:34

"남북 대화 성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1월10일 신년 기자회견 질의응답

문재인 대통령의 이 한 마디는 또 한 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매우 흡족하게 했던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직접 소개했다. 직접 한 번 들어보자.

"문 대통령과 조금 전 통화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한 일에 매우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북한과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봅시다. 문 대통령은 초기 대화가 매우 좋았던 것 같다고 합니다. 많은 좋은 발언들이 있었고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통화에 참여했고,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도 전체 통화 내용을 브리핑 받았습니다.

우리는 매우, 매우, 좋은 대화를 나눴고요 우리는 이게 어디로 갈지 지켜볼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한 일에 매우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남북 대화를 성사시킨 건) 우리라고 오늘 보도됐습니다. (북한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없었다면 그건 절대 성사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게 어디로 이어질지 누가 알겠습니까. 남북 대화가 세계를 위해, 단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를 위해 성공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이제 다가올 몇주, 몇달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지켜보게 될 것입니다."

문 대통령과의 통화 직후 백악관이 낸 브리핑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감사를 표했다'는 대목이 등장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1월9일 북한과의 회담 결과를 전했고 이 대화가 성사되도록 한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 있는 리더십에 감사를 표했다. (백악관 브리핑, 1월10일)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고위급 회담이 아직 추진중이던 4일, 대뜸 자신의 '공로'를 내세운 바 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남북 대화 추진에 대해 그럴듯한 설명이 필요한 상황이긴 했다.)

모든 실패한 '전문가들'이 끼어들었지만 내가 북한에 대해 확고하고 강력하며 우리의 절대적인 '힘'을 강조하지 않았다면 지금 북한과 한국이 대화와 회담을 추진할 수 있었겠는가. 바보들, 하지만 대화는 좋은 것이다!

문 대통령도 곧바로 이에 화답했다. 같은날 이뤄진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한반도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해 확고하고 강력한 입장을 견지해온 것이 남북대화로 이어지는데 도움이 됐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던 것.

10일 통화에서도 "문 대통령은 남북 고위급 회담의 성과가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원칙과 협력 덕분이었다고 평가"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10일 기자회견에서 나온 질문은 사실 어떤 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약간 비꼬는 듯한 뉘앙스였다.

워싱턴포스트 안나 파이필드 기자(도쿄 지국장)는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을 인용해가며 이렇게 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남북 대화를 위한 환경을 자신이 만들었다, 즉 '북한에 대해 확고하고 강력한 태도를 유지하고 미국의 절대적인 '힘'을 사용할 의지를 보였기 때문에 어제 북한과의 대화가 가능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공로가 얼마나 있다고 보십니까?"

문 대통령이 약간 미소를 머금은 채 "남북 대화 성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또박또박 답하자 장내에는 웃음이 터졌다. 모두 이 대답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과 그와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는 남북 대화의 공이 자신에게 있음을 주장하는 트럼프의 에고(ego)를 달래는 한편 남북 대화에 대한 열의 때문에 북한 지도자 김정은에 너무 협조적일 수 있다는 워싱턴 정가와 한국 내 보수 진영의 우려를 진정시키려는 문 대통령의 요령있는 교묘한 수(tactful maneuver)를 시사한다. (뉴욕타임스 1월10일)

문재인 대통령은 두 명의 예측 불가능한 지도자 사이에서 세심한 균형 잡기를 계속해나가야 한다. 핵무기를 지닌 북한 지도자, 그리고 한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국가를 이끌고 있는 워싱턴의 지도자.

그러나 트럼프보다 더 늦게 취임한 문 대통령은 그 줄타기를 잘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주, 그는 김정은의 (대화) 제안에 답하며 몇 년만에 처음으로 북한 관련 긍정적인 소식이 시작되게 했으며, 매우 외교적으로 그 공의 상당 부분을 트럼프에게 돌렸다. (워싱턴포스트 1월10일)

아무래도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트럼프 달래는 방법'을 완벽하게 터득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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