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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국정을 농단한 이명박

김태영의 말에서 심각한 것은 이 협정이 국내에서 문제가 되면 협정대로 이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UAE에 대해 약속이 이행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 협정을 체결한 게 된다. 법률적으로 말하면 '기망행위'다.

  • 박찬운
  • 입력 2018.01.11 04:41
  • 수정 2018.01.11 04:43

이명박 정부 시절 UAE와 맺은 비밀군사협정이 문제되고 있다. 그 협정을 체결한 장본인이 보도에 의하면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이다. 중앙일보 인터뷰 내용대로라면 그 협정은 내용상 당연히 국회의 동의를 받았어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국회 동의가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 아래, 자신의 책임 하에서 국회 동의 없이, 그 협정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인터뷰 중 가장 문제되는 부분은 이것이다.

"국회의 비준을 놓고 많이 고민했다. 제일 큰 문제는 국회에 가져갔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동안 공들인 게 다 무너지는 거다. 그래서 내가 책임을 지고 (국회 비준이 필요 없는) 협약으로 하자고 했다. 실제 문제가 일어나면 그때 국회 비준을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위 인터뷰를 토대로 짤막하게 논평하고자 한다.

'비준'이란 말은 조약 체결권자가 최종적으로 조약을 확인ㆍ동의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우리나라에선 대통령의 권한이다. 국회는 주요 조약(국회 동의는 모든 조약에 대해 하는 것이 아님)에서 대통령이 비준하기 전에 그 동의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김태영이 말한 "국회 비준"이라는 말은 틀렸다. 그러나 이 정도는 그냥 넘어가자. 많은 식자들이(기자들마저도) 비준의 의미를 잘 모르고 '국회 비준'이라고 쓰는 마당에 전문가도 아닌 그를 탓하기 어렵다. 여하튼 김태영이 '국회 비준'이라고 말한 것은 '국회 동의'를 잘못 말한 것이다.

<관련 헌법 조항>

헌법 제60조 ①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조약을 국방장관이 책임을 지고 '국회 동의가 필요 없는 협약'(조약)으로 체결했다? 이게 말이 되는가? 김태영이 의미하는 '국회 동의가 필요 없는 협약'이란 무엇일까? 상호군사조약을 체결하면서 국회 동의를 받지 않으면 적어도 국내법적으론 헌법 위반이 되어 효력이 상실될 수 있는데 그것을 알고나 있었다는 것일까?

문제가 일어나면 그때 국회 동의를 받으려고 했다? 뭐 이런 말이 있는가? 조약에 대한 국회 동의는 조약이 효력을 발효하기 이전에 하는 것이다. 장관직에 있었던 사람의 법률지식이 이 정도란 말인가? 만일 알고 협정 체결을 강행했다면 헌법은 그저 장식으로 전락한 것이다. 일국의 장관직에 있는 사람으로서 그 머리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보도에 의하면 김태영이 말하는 협정이란 MOU였다고 말한다. 원래 MOU란 Memorandum Of Understanding의 약자로 일반적으로 국제법상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은 아니다. 정식으로 조약이 체결되기 전에 그 체결을 약속하는 일종의 신사협정이라고 할 수 있다.

김태영이 체결한 협정이 단순히 MOU라고 하면 법률적으론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조약이 아니므로 국회 동의도 필요 없다. 향후 국내 사정으로 조약 체결이 어려워지면 MOU는 당연히 폐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김태영이 그 협정을 그런 정도의 MOU로 생각한 것 같진 않다는 것이다. 인터뷰 내용을 보면 이 협정은 UAE가 한국으로부터의 원전 수입과 패키지로 생각한 것이므로 반드시 지켜져야 할 성질의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 협정은 적어도 향후 조약 체결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서의 MOU가 아니다. 그것은 사실상 조약적 성격이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그러므로 국내법적으로 국회 동의를 받아 체결했어야 했다).

김태영의 말에서 심각한 것은 이 협정이 국내에서 문제가 되면 협정대로 이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UAE에 대해 약속이 이행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 협정을 체결한 게 된다. 법률적으로 말하면 '기망행위'다. 즉, 당시 대한민국은 UAE를 기망해서 이 협정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국제사기 협정이다.

김태영의 말에 의하면 이명박 정부는 원전수출을 위해 국회의 권한을 무시하고 위헌적인 비밀군사조약을 체결했다. 그것도 UAE를 기망해서까지 말이다. 우리 헌법과 관련 법률이 완전히 무용지물이 되었으며 국제적으론 신뢰할 수 없는 국가가 되었다. 김태영은 그런 사실을 100% 가까이 자백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런 협정을 조약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 없다. 그렇다고 국내법 절차 위반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폐기를 선언할 수 있는가? 그것도 어렵다. 만일 그렇게 되면 원전 수출이 완전히 꼬이고 관련 기업에 막대한 불이익이 갈 수 있다. 이럴 때 정부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누구라도 보내 UAE를 달래면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은 임종석 비서실장이 UAE를 방문한 것을 가지고 무슨 흑막이 있는 양 연일 비난을 일삼는다. 완전히 똥 싼 X이 똥치는 사람에게 악다구니를 하는 격이다.

결론적으로 김태영의 말로서 이 사건의 실체는 드러났다. 이 사건은 이명박 정부가 무리하게 원전수출을 하기 위해 국가권력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용함으로써 벌어진 외교참사였다. 그러니 전적으로 이명박의 책임이다. 그 사람의 완전한 국정농단이었던 것이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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