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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수급자·노동자가 위험인물?...행안부의 ‘이상한 통계'

  • 백승호
  • 입력 2018.01.10 12:35
  • 수정 2018.01.10 12:37

행정안전부(행안부)가 지난달 전국 지방자치단체 지역안전지수를 발표하면서 제조업체와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식당, 주점이 많을수록 지역안전에 위협을 주는 것으로 평가에 반영하자 지자체들이 평가 결과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10일 행안부 등의 말을 종합하면, 행안부는 2015년부터 243개 지자체 안전수준을 분야별로 평가해 안전수준을 생활안전과 범죄 등 7개 분야별로 1~5등급으로 평가해 발표하고 있다.

지역안전지수는 100점 만점에서 위해지표와 취약지표를 뺀 뒤 경감지표를 다시 더하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즉 안전과 인과 관계가 있다고 보는 35개 핵심지표를 7개 분야에 분산 적용한다. 예컨대 범죄 분야에서 100점 만점에 위해지표인 5대 범죄 건수 외에도 취약지표로 사용하는 음식점 및 주점업 업체 수, 기초수급자수, 인구밀도, 총전입자수, 제조업 업체 수가 많으면 각각 감점된다. 반면 경감지표로 경찰관서수가 많으면 점수를 더 주어 합산하는 방식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생산기반시설인 제조업체와 기초수급자가 많고 음식점과 주점이 많을수록 감점이 많아 지역안전도는 낮게 나온다. 자치단체들은 행안부의 이런 기준이 노동자와 기초수급권자, 심지어 음식점 등을 예비범죄자와 범죄의 온상으로 인식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경기 안산시는 생활안전분야 등 6개 분야에서 2~3등급을 받았으나 범죄 분야에서는 전년도에 견줘 5대 범죄가 13%인 1413건이 감소했지만 2년 연속 최하등급인 5등급을 받았다. 안산시는 옛 반월·시화공단의 배후도시로 1만여개의 제조업체(근무자 17만여명)가 있는데 이는 인구 1만명당 130여개로 전국 평균 78개보다 높다. 기초생활수급권자 수는 전체 인구의 3%인 1만3천여명으로 경기도에서 성남시에 이어 2위로 많다 보니 안전지수 산정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안전지수 산정시 기초수급자 수는 범죄 분야 외에도 교통·자살·감염병 분야에도 감점 요인인 취약지표로 사용된다. 돈 없는 사람은 잠재적 범죄 가능성은 물론 자살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제종길 경기 안산시장은 “제조업체나 식당이나 주점, 기초수급자가 많은 안산시는 구조적으로 특정 분야에서 최하등급을 벗어나기 어렵다. 기초수급권자와 제조업체 수 등을 감점기준으로 하는 것은 산이 많아 산불 위험성이 높으니 산을 모두 없애라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반문했다.

제주도 역시 범죄 분야에서 역시 3년 연속 최하등급인 5등급을 받았다. 제주도는 1만명당 범죄 발생 건수가 도 단위 평균보다 49%나 높고, 1만명당 안전사고건수는 도 단위 평균보다 65%나 높다. 이에 대해 윤진남 제주도 안전정책계장은 “제주도는 인구는 적지만 연간 15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할 만큼 관광객이 주민등록 인구보다 훨씬 많은 상태에서 인구 10만명당 사고 건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돼 평가 결과가 왜곡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자치단체가 아무리 노력해도 개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기 안산시와 제주도는 이런 문제점 개선을 요구했으나 행안부에서 답을 받지 못한 상태다. 지역안전지수 연구를 진행해온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그동안 문제제기가 있던 것은 사실이다. 통계를 분석해보면 같은 제조업 밀집지구라고 해도 대기업이 몰린 울산 등 지역에선 범죄율이 낮고 중소규모 제조업체가 많은 지역에선 범죄율이 높다. 이는 이런 환경이 범죄를 저지르기 좋은 요건이라는 뜻이 아니라 고소득·정규직이 범죄 피해를 볼 확률이 낮고, 경제적 취약계층이 범죄를 당할 확률이 높다는 뜻”이라며 “재난·범죄·자살 관련 안전지수를 만든 것은 이런 불리한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정책적 아이디어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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