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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통령 ‘오프라 윈프리'는 진보 진영의 나쁜 복수 판타지다

75th Golden Globe Awards – Photo Room – Beverly Hills, California, U.S., 07/01/2018 – Oprah Winfrey poses backstage with her Cecil B. DeMille Award. REUTERS/Lucy Nicholson
75th Golden Globe Awards – Photo Room – Beverly Hills, California, U.S., 07/01/2018 – Oprah Winfrey poses backstage with her Cecil B. DeMille Award. REUTERS/Lucy Nicholson ⓒLucy Nicholson / Reuters

1999년 10월 초, 도널드 트럼프는 래리 킹이 진행하는 CNN 쇼에 나가서 개혁당 대선 후보 지명을 위한 예비 위원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잠깐 해보다 만 것이었지만, 트럼프는 TV에 자주 출연하며 자신을 미국의 새로운 세기를 위한 의미있는 셀러브리티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킹은 염두에 두고 있는 부통령 후보가 있는지 물었다. 트럼프는 “오프라. 나는 오프라를 정말 좋아한다. 언제든 오프라를 최우선으로 선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킹: 오프라?

트럼프: 오프라. 당신의 경쟁자 아닌가?

킹: 아니다. 그 누구도 오프라와 경쟁할 수는 없다.

트럼프: 오프라는 정말 대단한 여성이다. 정말 멋진 여성이다. 아주 특별한 사람이다.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두고보면 알 것이다. 전체 과정의 일부가 아닐까 한다.

킹: 농담이 아니라, 오프라가 당신이 생각해 볼 만한 사람인가?

트럼프: 오프라가 하겠다고 나선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오프라는 인기가 있고, 똑똑하고, 정말 멋진 여성이다. 그녀가 하겠다고 할 경우의 얘기다. 그녀가 할지는 나는 모른다. 그녀는, 알다시피…

킹: 그녀에게 물어볼 것인가.

트럼프: 그녀는 나와 조금 비슷할 것이다. 나도 하는 일이 많고, 그녀도 하는 일이 많다. 즉…

킹: 멋진 후보가 되겠다.

트럼프: 아주 좋은 후보일 것이다. 그녀는 정말 대단한 여성이다.

1월 7일 밤, 그 대단한 여성은 대단한 연설을 했다. 오프라 윈프리의 골든 글로브 연설은 품위있고 공감이 가득했으며 강렬했다. 윈프리는 이 기회를 활용해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목소리를 냈으며, 미국의 가장 기본적 자유를 옹호했다. 트럼프가 했던 모든 말들과는 모든 면에서 반대였다.

TV에서 윈프리가 이 연설을 했을 때는 멋졌다. 하지만 미국이 논리와 이성이 없는 지옥 같은 악몽 속에 빠져 있다보니, 전통적인 진보 세력들은 오프라 윈프리가 2020년에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판타지를 만들어 버렸다. 마치 TV에서 근사한 모습만 보이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식이었다. 우리의 정치에 대해 심각할 정도로 진지하지 않은 자세를 가진 사람들은 트럼프를 찍은 사람들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도널드 트럼프는 온갖 변수에도 불구하고 승리했다. 여러 실수와 끔찍한 상황들로 인해, 사람들이 허무주의에 대처하는 방법은 동일한 허무주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닌가 싶다. 아마추어 정치인들이 우리를 통치하게 될 거라면, 모두가 사랑하는 아마추어를 고르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오프라가 18개월 동안 정치 연설하는 것을 상상해 보라. 오프라가 18개월 동안 문제의 본질을 언급하고, 사람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을 상상해 보라.

2020년 오프라 대통령에 지금 투표할 수 있나??

오프라/미셸 2020

왜 #Oprah2020 이 이토록 흥하는가? 오프라는 트럼프의 안티테제이기 때문이다. 말을 잘하고, 굉장히 똑똑하고 자신감있는 흑인 여성이다. 증오와 분노가 아닌 희망과 비젼으로 사람들에게 힘을 준다. 그녀의 말을 들으면 우리는 미국이 어떤 나라가 될 수 있는지를 상기하게 된다.

또 이러지는 말자. 진보파들은 트럼프 현상에 자신들이 기여하지 않았다고 너무나 믿고 싶어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진보 오프라 판타지에 바람을 넣고 있는 정치학과 똑같은 회의주의의 표현 아닌가? 오프라가 완벽한 미덕을 지녔고, 어딜 가든 의견 일치를 이루어낼 거라는 꿈들을 품고 있다. 그러나 오프라가 어디에서나 굉장히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그녀는 정치적 색깔이 없기 때문이다(전쟁에 대한 회의를 밝히긴 했다). 그녀의 커리어는 조직화나 통치, 현안에 대한 특정 입장을 취함이 아닌, 따뜻하고 TV에 적합하며 사람들이 막연한 구원자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존재로서 이루어졌다. 오바마 현상에서 가장 좋은 요소들(실제 정치적 재능)을 모두 뺀, 최악의 요소들로만 이루어진 현상이다.

오프라와 트럼프는 팬들과의 관계를 놓고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둘은 모두 싸구려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오프라는 트럼프주의의 대안이라 할 진보적 가치를 제공할 뿐이다. 물론 보다 낫고 인간적인 대안이긴 하지만, 미국의 진짜 핵심적 갈등을 누르려 하는 사람들의 선택에 불과하다.

다행히 우리는 양자택일의 세계에 살고 있지 않다. 돈 많은 연예인들 중에서 고를 필요도 없다. 트럼프에 대응하기 위해 옳은 생각을 지닌 귀족 셀러브리티를 끌어오지 않아도 된다. 오프라나 톰 행크스가 순수한 의도로 드론 폭격을 명령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정치를 잘하는 정치인들을 끌어올리는 게 정답이다. 셀러브리티들이 유명세를 활용해 정치를 잘 할 거라고 생각하는 진보 세력들이 너무 오랫동안 민주당을 이끌어 왔다. 그들의 시간 역시 이제 끝이다.

허핑턴포스트US의 Oprah 2020 Is A Bad Liberal Revenge Fantasy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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