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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여성 편집장의 사퇴 돌직구 "남녀 임금 차별 없애라"

Portrait of BBC News presenters and broadcasters Simon McCoy and Carrie Gracie, 09/04/2008. (Photo by Jeff Overs/BBC News & Current Affairs via Getty Images)
Portrait of BBC News presenters and broadcasters Simon McCoy and Carrie Gracie, 09/04/2008. (Photo by Jeff Overs/BBC News & Current Affairs via Getty Images) ⓒJeff Overs via Getty Images

“나는 이미 임금을 매우 잘 받고 있다. 공공 부문 종사자치고는 특히 그렇다. 그저 <비비시>(BBC)가 평등법을 준수하고 남성과 여성을 동등하게 평가하길 바란다.”

영국 공영방송 BBC의 고위직 여성 가운데 한 명인 캐리 그레이시 중국 편집장이 지난주 '버즈피드'(Buzzfeed)에 ‘친애하는 비비시 시청자들께’라는 공개 서한을 띄우고 편집장직을 버렸다. 그레이시는 “비비시가 비밀스럽고 불법적인 임금 문화를 갖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남녀가 같은 임금을 받는 편집국의 이전 보직으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BBC가 7일 보도했다.

공개 서한을 쓴 이유는 “BBC는 수신료를 납부하는 모든 사람들의 소유”이며 “시청자들은 BBC가 평등법을 위반하고 있고 공정하고 투명한 임금 체계를 마련하라는 압력에 저항하고 있다는 것을 알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레이시는 30년 이상 BBC에서 일했다. 중국어에 능통한 중국 전문가다. 4년 전 비비시는 그레이시에게 신설되는 중국 편집장직을 제안했다. 10대 자녀와 5000마일(약 8046㎞) 떨어진 중국에서 삼엄한 감시 속에 “큰 희생”을 치를 각오를 하고 직을 수락했다. 도전을 받아들이며 상사에게 요구한 건 하나였다. “남성 동료들과 똑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

BBC의 다른 여성 직원들처럼 그레이시도 임금 차별에 대한 의구심은 있었다. 그래도 믿고 떠났다. 평생 받아온 임금 차별이 이번엔 개선되리라 믿고 싶었다. 지난해 7월 BBC가 15만파운드(약 2억1690만원) 이상을 받는 직원들 임금을 공개하기 전까지. 비비시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15만파운드 이상을 받는 고액 연봉자의 3분의 2가 남성이다. 그레이시는 “BBC가 ‘신뢰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BBC에는 국제 담당 편집장이 4명이다. 남성 편집장 2명은 여성 편집장 2명보다 최소 50% 이상 더 많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편집장 존 소펠은 20만~24만9000파운드(약 2억8930만~3억6017만원)를 받았다. 중동 편집장 제러미 보웬은 15만~19만9999파운드(약 2억1697만~2억8929만원)를 받았다. 그레이시와 다른 여성 편집장은 명단에 없다. 연봉이 15만파운드 이하라는 뜻이다.

그레이시는 이런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업무의 차이’를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BBC는 설명 대신 연봉을 파격적으로 인상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레이시는 거절했다. 여전히 남성 편집장보다 확연히 적은 액수였기 때문이다. 그는 “같은 일 혹은 같은 가치를 지닌 일을 하고 남성이 임금을 더 받는다. 차별이고 불법”이라고 짚었다. 2010년 제정된 영국 평등법(Equality Act 2010)은 같은 일을 하는 남성과 여성은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BBC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미 직원들의 지위와 신상에 대해 독립적인 감사를 시행했고,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상당수 조직에서 드러나는 성별 임금 수치를 보면, 우리는 다른 많은 회사보다 상당히 나은 편이고 임금격차가 국가 평균보다 훨씬 낮다”는 항변이다.

그레이시는 여성 직원들 사이에서 “인내와 선의가 바닥나고 있다”고 말했다. 트위터에는 비비시 직원들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그레이시를 지지하며 ‘#나는캐리를지지한다(IStandWithCarrie)’ 해시태그를 달고 있다. 비비시 미디어 편집장 아몰 라잔은 “그레이시의 사임은 회사의 큰, 큰 두통거리”라며 난처한 입장을 전했지만, 그 와중에도 내부 논란을 사실에 입각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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