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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나는 천재"라며 '정신 건강 논란'을 반박하다

  • 허완
  • 입력 2018.01.08 05:19
  • 수정 2018.01.08 09:02
TOPSHOT - US President Donald Trump speaks during a retreat with Republican lawmakers at Camp David in Thurmont, Maryland, January 6, 2018. / AFP PHOTO / SAUL LOEB        (Photo credit should read SAUL LOEB/AFP/Getty Images)
TOPSHOT - US President Donald Trump speaks during a retreat with Republican lawmakers at Camp David in Thurmont, Maryland, January 6, 2018. / AFP PHOTO / SAUL LOEB (Photo credit should read SAUL LOEB/AFP/Getty Images) ⓒSAUL LOEB via Getty Images

새해벽두부터 ‘정신건강’ 논란에 휩싸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는 매우 안정된 천재”라며 자신을 방어하고 나섰다. 아직은 정치적 논란 단계지만, 몇몇 정신과 전문의와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의 직무수행불능과 승계’를 규정한 수정헌법 조항을 거론하며 자못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주 ‘백악관 이너서클’의 내막을 폭로한 언론인 마이클 울프의 저서 화염과 분노: 트럼프의 백악관 내부(이하 '화염과 분노') 내용이 공개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건강 문제가 본격적으로 도마에 올랐다. 이 책에는 백악관 참모진이 트럼프에 대해 대통령직을 수행할 만한 정신상태인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기술이 나와 있다. 사위 제러드 쿠슈너는 친구들에게 “(트럼프는) 미쳤지만 천재”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이에 앞서 트럼프는 “내 핵단추가 김정은 보다 크다”고 발언해 스스로 논란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1년간의 고강도 조사를 거쳐 이제 러시아와의 공모는 미국 대중에 대한 완벽한 거짓말이라는 게 입증됐다. 민주당 인사들과 그들의 애완견들, 가짜뉴스 주류 언론들은 오래된 로널드 레이건 각본을 다시 꺼내들어 정신적 안정과 지능 문제에 대해 악을 쓰고 있다...

...사실 내 일생동안 나의 가장 큰 자산 두 가지는 정신적 안정과 정말로 똑똑하다는 것이었다. 사기꾼 힐러리 클린턴도 매우 열심히 그 전략을 썼는데 모두가 알다시피 완전히 수포로 돌아갔다. 나는 매우 성공한 비즈니스맨에서 탑 TV스타로...

...그리고 미국 대통령(첫 번째 시도 만에)이 됐다. 그건 똑똑한 걸 넘어서 천재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매우 안정된 천재!

트럼프는 6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1년간의 고강도 조사를 거쳐 이제 ‘러시아와의 공모'는 미국 대중에 대한 완벽한 거짓말이라는 게 입증됐다. 민주당 인사들과 그들의 애완견들, 가짜 뉴스 주류 언론은 오래된 로널드 레이건 각본을 다시 꺼내들어 정신적 안정과 지능 문제에 대해 악을 쓰고 있다”고 발끈했다. 또다른 트위터에서는 “실제로 인생을 통틀어 나의 가장 큰 두 가지 자산은 정신적 안정과 정말로 똑똑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자신은 매우 성공한 사업가였고, 텔레비전 스타를 거쳐 첫번째 도전에서 미국 대통령에 올랐다는 점을 강조하며 “똑똑한 게 아니라 천재라고 생각하며, 그것도 매우 안정된 천재!”라고 ‘트럼프 천재설’을 강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캠프 데이비드에서도 트럼프가 “나는 최고의 대학들, 혹은 대학에 갔기 때문”이라며 울프의 책과 관련해 해명할 필요를 느낀 이유를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군사대학인 포덤대를 다니다 아이비리그 명문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인 와튼 스쿨을 졸업했다.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3시간가량 자신의 학업과 커리어 성취를 자랑한 뒤 '화염과 분노'에 대해 “소설물이라 생각하고 수치로 여긴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일반의 상식에 어긋난 부적절한 처신으로 대선후보 시절부터 심심치 않게 ‘정신이상’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의 정신감정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정신과 교수들은 트럼프 탄핵을 요구하는 청원에 서명했다. 지난 가을 '도널드 트럼프의 위험한 사례: 정신과전문의와 정신건강 전문가 27명의 대통령 감정'을 펴낸 밴디 리 예일대 의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대중의 우려 수준이 엄청나다”며 “그들은 공포스럽기 때문에 점점 더 크고 분명하게 말하며, 조처가 취해질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지난달 의원 10여명이 트럼프의 정신상태와 관련해 물어보려고 리 교수를 의회에 초대했다고 보도했다. 아직까지 공개적으로 트럼프의 정신건강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건 대부분 민주당 의원들이다. 일부 공화당 의원은 비밀리에 트럼프의 정신건강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주)은 2016년 대선후보 캠페인 당시 그를 “망상적인 나르시시스트”라고 불렀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주)도 “나는 그가 괴짜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가 미쳤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가 공직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정신의학계에서는 트럼프를 직접 진료하지 않은 전문가들이 그의 ‘정신상태’를 평가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기도 한다. 앨런 프란시스 전 듀크대 의대 정신과 책임자는 “트럼프는 분명히 안정적이지 않다. 그는 분명히 충동적이다. (중략) 그가 자유세계의 지도자로서 얼마나 무능하고 자격이 없는지는 다 말할 수가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정신적으로 아프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 정신과학회는 ‘골드워터룰’이라는 걸 채택하고 있는데, 소속 의사들은 직접 진단하지 않은 사람의 정신상태를 평가하지 못하도록 돼있다.

트럼프의 나르시시즘과는 별개로 ‘핵단추’ 발언과 '화염과 분노' 출간을 계기로 ‘트럼프 정신이상설’은 권한 이양 촉구로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미 의회는 1967년 수정헌법 제25조를 비준했다. 대통령이 권한과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부통령이 권한 대행으로서 권한과 임무를 수행하도록 한 조항이다. 제이미 래스킨 민주당 하원의원(매릴랜드주)은 이 조항이 ‘핵무기 경쟁 시대’에 통과된 사실을 언급하며 “지금이 바로 의회가 그렇게 해야 할 때”라며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대통령 권한을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출신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시절 윤리담당관을 지낸 리처드 페인터 역시 ‘핵단추’ 발언에 대해 “정신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증거라며 수정헌법 제25조 발동을 촉구했다.

미국에서 대통령의 정신건강 문제가 이번처럼 공론화 된 적은 없지만 안팎의 우려가 제기된 건 처음이 아니다. 뉴욕타임스를 보면, 에이브러햄 링컨은 우울증으로 고생했다. 존 에프 케네디는 불안증 약을 비밀리에 처방받았다. 린든 존슨 대통령은 피해망상이었다. 리처드 닉슨은 신경안정제를 복용했고, 임기 말 닉슨의 측근들은 군사조처와 관련한 대통령의 경솔한 명령을 각별히 주의했다.

대표적인 사례론 임기말 로널드 레이건이 있다. 당시 측근들은 레이건의 정신 상태가 수정헌법 제25조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지 매우 우려했다. 당시 백악관을 출입했던 에이비시(ABC)의 앤 컴프턴, 시비에스(CBS)의 피터 메이어 기자도 레이건 대통령이 눈에 띄게 노쇠하고, 정신이 흐릿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훗날 밝혔다. 레이건은 퇴임 5년 뒤인 1994년 알츠하이머 진단 사실을 대중에 공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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