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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통보 후 연락두절...평창올림픽 알바생 100명 '울상'

"너무 당황스럽죠. 당장 생활비를 어떻게 구해야 할지 막막하고…."

지난해 11월 평창동계올림픽 아르바이트 모집에 합격한 이모씨(23·여)는 5일 황당한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이씨를 고용한 업체로부터 '업무가 다른 업체로 이관됐으니 아르바이트 합격도 취소됐다'는 내용의 일방적인 '해고통보'를 받은 것이다.

시간당 8000원이라는 비교적 높은 시급에 3개월 숙식노동까지 감수한 이씨는 "원래 12월부터 근무하는 조건으로 고용계약을 했지만 업체가 근무시작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일방적인 해고를 당했다"며 "당장 생활비를 어떻게 구할지 막막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의 개막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장비운영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용역업체가 100여명에 달하는 아르바이트생을 일방적으로 해고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12월부터 근무라더니…차일피일 일정 미루다 '해고통보'

지난해 11월 중순 인터넷 구인사이트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아르바이트' 모집을 접한 이씨는 '3개월 숙식'이라는 조건에도 시급 8000원이라는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지원을 했다.

6일 뒤 전화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한 이씨는 업체의 요구에 따라 사진과 신분증, 개인정보 활용동의서까지 보냈지만 업체는 이후 감감무소식이었다.

이씨는 "원래 근무시작일은 12월15일이었지만 업체가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차일피일 근무시작일을 미뤘다"며 "그러다가 1월15일부터 일하기로 약속을 받았지만 결국 일방적으로 합격이 취소돼 너무 당혹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씨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지난해 11월 '평창동계올림픽 장비운영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며 아르바이트생 100여명을 선발했다. 하지만 근무시작일을 한 달이나 미룬 업체는 최종 확정된 근무시작일을 불과 열흘 앞두고 채용을 취소했다.

해당 업체는 해고 통보와 함께 "자세한 내용은 담당자에게 문의하면 답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문자와 전화 등 모든 연락수단이 끊긴 상태다.

해당 업체로부터 업무를 이전받은 A업체 관계자는 "조직위에서 작업일정이 정해지지 않아 해당 업체는 철수한 상태"라며 "아르바이트생의 해고 여부에 대해서는 해당 업체에 물어봐야 할 사항"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아르바이트생의 고용 승계에 대해 "업무를 이전받았다고 하더라도 고용까지 승계할 의무는 없다"면서도 "아르바이트생을 해고했다기보다는 '대기 상태'로 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업무를 이전받았지만 아직 사업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아르바이트생에게 근로를 제공할 수 없으니 일감이 생기기를 기다리거나 다른 아르바이트를 찾도록 안내해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일반적으로 동계올림픽 장비운영과 관련한 사업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닌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일을 맡길 수 없다"며 의문을 표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대회 준비와 운영에 대한 상당 부분을 입찰을 통해 용역업체나 대행사에 맡기고 있다"면서도 "장비운영 사업은 상당한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직위 관계자도 관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포츠 장비 사업에 대해 계약한 업체 중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다는 용역업체 이름은 존재하지 않고, 비슷한 이름을 가진 업체는 현재 단 한 명의 아르바이트생도 고용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취재진이 수차례에 걸쳐 아르바이트생들을 해고한 업체와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결국 해고 업체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씨는 "업체가 개인정보를 모두 파기했다고 하지만 주민등록증과 개인정보 활용동의서까지 넘긴 상황에서 연락도 되지 않으니 너무 걱정스럽다"며 "업무를 이전한 업체가 어디인지, 고용이 승계되는지 어떠한 설명도 들은 적이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 "근무시작 전 합격취소도 불법…개인정보 노린 사기 의심"

전문가들은 "아직 근무를 시작하지 않은 합격자도 '채용내정자'의 신분이기 때문에 일방적인 채용취소는 엄연한 불법'이라며 '채용을 취소한 업체는 해고된 아르바이트생에게 기대수익이나 휴업수당을 제공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최한솔 노무사는 "우리나라 판례는 채용내정자의 채용을 취소하는 것도 해고의 일종으로 본다"며 "적극적으로는 원래 근무를 시작하기로 했던 12월15일부터 1월5일까지 일을 했다면 벌어들일 수 있었던 '기대수익'만큼의 임금을 지급하거나 적어도 휴업수당(기대수익의 70% 상당)을 지급하고 해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노무사는 이어 "한 업체에서 다른 업체로 업무를 양도하거나 이전할 때 고용관계도 함께 승계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만약 고용승계를 하지 않는다는 특약이 두 업체 간에 있었다면 아르바이트생을 해고한 업체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손해배상청구소송으로까지 이어질 여지가 있다"고 보았다.

특히 그는 "과연 해당 업체가 진짜로 아르바이트생들을 고용하려고 했는지 그 계약관계를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고용을 한 상태에서 근무시작을 자꾸 미루거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면 단지 다수의 개인정보만 얻으려는 한 '대규모 사기극'으로 드러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최 노무사는 "보통 올림픽과 같은 대규모 축제의 경우 이를 총괄하는 조직위원회가 존재하지만 용역이나 대행사의 고용관계에 대해서는 사회적 책임 외에 법적책임을 지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용역업체가 노동자를 일방적으로 해고하거나 임금을 체납하더라도 조직위는 이에 대해 어떠한 법적 책임도 갖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최 노무사는 "결국 도급에 도급을 낳는 고질적인 고용문제가 올림픽 현장에서도 재현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자칫하면 대규모 임금체불 문제로 홍역을 앓았던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국민은 물론 노동자도 함께 즐거운 축제로서 올림픽이 운영되려면 조직위가 인력을 직접 고용하거나 지방자치단체가 생활임금 이상의 수당을 주고 인력을 고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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