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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배넌 : 트럼프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의 새로운 조력자?

  • 허완
  • 입력 2018.01.05 21:56
  • 수정 2018.01.06 05:20

"배넌은 우리 모두가 아는 이유로 이미 뮬러에 협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에게는 트럼프나 그 가족을 보호할 아무런 인센티브가 없다."

4일(현지시각) 보도된 가디언 기사에 따르면,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정부에서 백악관 윤리담당관으로 일했던 리처드 페인터 미네소타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렸다가 경질된 스티브 배넌이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팀의 새로운 조력자로 떠오를지도 모른다는 것. 만약 사실이라면, 배넌의 '복수극'이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배넌의 복수극, 시즌2...?

트럼프 대선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던 배넌은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기조를 설계한 인물이다. 그는 트럼프 취임과 함께 '수석전략가'라는 직함으로 백악관에 입성했다. 트럼프 정부의 '1호' 정책인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장관급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으로까지 임명됐던 배넌은 곧 서서히 밀려났다. 백인 우월주의와 반유대주의, 파시스트 성향을 띤 '대안우파'의 아이콘인 배넌이 과도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경계하는 백악관 안팎의 견제 때문이라는 해석이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경질 직후 친정인 극우매체 브레이트바트뉴스로 복귀한 배넌이 곧바로 '전쟁'을 예고한 건 그래서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조금도 뜸들이지 않고 백악관 내 정적들을 저격했고, 트럼프가 크게 의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보수 언론계 거물 루퍼트 머독을 겨냥했으며, 한 발 더 나아가 트럼프에게 직접 의미심장한 충고를 건네기도 했다.

어쩌면 이제 배넌은 일련의 '복수극'에 활용할 새로운 무기를 찾아냈는지도 모를 일이다. 단서는 미국 언론인 마이클 울프가 쓴 책 '화염과 분노 : 트럼프 백악관의 내부'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출간되기도 전부터 일부 내용이 공개되며 엄청난 파장을 낳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을 미리 입수한 가디언에 따르면, 배넌은 저자 울프와 꽤 많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대해 거의 무방비 상태라고 주장했다. 배넌은 "뮬러가 자신과 가족(의 의혹)에 대해 어디까지 확보하고 있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뭐가 닥쳐올지 잘 모른다."

특히 배넌은 특검 수사의 방향을 언급했다. 이 책에 따르면, 배넌은 특검 수사의 핵심이 무엇인지에 대해 꽤 구체적인 진단을 내놨다. "수사는 도이체방크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쿠슈너의 모든 X(s***)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쿠슈너의 X은 지저분하다. 그들은 바로 그 부분을 들여다볼 것이다."

쿠슈너의 X, 도이체방크

(여기서부터는 등장인물과 기업들의 이름을 잘 기억해두자.)

지난달, 뉴욕동부 연방검찰이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도이체방크의 연계 의혹을 수사중이라는 사실이 뉴욕타임스(NYT) 보도로 드러났다. 이어 27일 워싱턴포스트(WP)는 검찰이 쿠슈너가 2016년 미국 대선 한 달 전 도이체방크로부터 받은 2억8500만달러(약 3030억원) 대출 관련 서류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 대출의 존재는 2017년 6월 WP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쿠슈너 일가가 소유한 '쿠슈너 컴퍼니즈'는 이 자금으로 2015년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옛 NYT 사옥 빌딩 4개층을 매입하면서 빌린 돈을 갚았다. 도이체방크는 쿠슈너 말고도 트럼프 일가에 가장 많은 돈(3억6400만달러, 약38070억원)을 빌려준 은행이기도 하다.

쿠슈너가 당시 받은 대출에 관련된 의혹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된 게 없다. 검찰이 어떤 혐의로 수사를 진행중인지도 확인되지 않았고, 이 수사는 로버트 뮬러 특검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는 일단 별도로 진행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2015년의 이 부동산 거래에서 쿠슈너가 상대했던 인물은 기억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다이아몬드의 왕' 레브 레비에프(오른쪽). 왼쪽은 또다른 올리가르히이자 잉글랜드 프로축구 첼시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 2006년 2월6일.

지난해 7월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쿠슈너가 이 건물을 사들인 건 옛 소련 출생 올리가르히로부터였다. '다이아몬드의 왕' 레브 레비에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독실한 유대인 가정에서 자란 그는 14세때 가족과 함께 이스라엘로 이민을 떠났으며, 전 세계 다이아몬드 업계를 장악해왔던 드비어스(De Beers) 카르텔을 깬 입지전적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러시아 부동산기업 프레베존 홀딩스(Prevezon Holdings)와 사업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다시 등장하겠지만) 프레베존은 미국과 러시아의 외교 갈등으로까지 비화된 2억3000만달러 규모의 러시아 조세 사기 스캔들의 핵심이다. 이 사건에 함께 연루됐던 도이체방크는 트럼프 취임 직후인 지난해 1월 뉴욕주정부와 4억2500만달러의 벌금을 내는 데 합의했다.

스캔들의 발단

이쯤에서 이 거대한 스캔들의 발단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2008년, 모스크바에 위치한 로펌 파이어스톤 던컨에서 일하던 러시아인 회계사 세르게이 마그니츠키는 영국계 '행동주의 투자펀드·자산관리회사' 허미티지캐피털(Hermitage Capital Management)의 모스크바 사무소 관련 사건을 맡게 된다. 이 회사는 2007년 압수수색을 당한 뒤 러시아 내무부에 의해 탈세와 세금탈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었다.

이 회사는 자신들이 (보통 소액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부패 사실을 떠뜨려 경영 행태를 개선시킨 뒤 저평가되어 있던 주가를 끌어올려 차익을 실현하는 전략을 쓴다. 가장 유명한 건 러시아 석유재벌 가즈프롬 사건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가즈프롬에 투자하기 시작한 허미티지는 경영진이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쿠웨이트' 만큼의 석유와 가스를 빼돌려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허미티지는 경영진의 횡령에도 불구하고 가즈프롬의 자산 90%가 온전히 남아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잠재 가치는 충분하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횡령 사실이 폭로되면서 가즈프롬 주가는 폭락했다. 물론 폭락은 오래가지 않았다. 가즈프롬 주가는 2005년이 되자 100배로 폭등했고, 허미티지는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이 펀드의 공동설립자이자 '천재 수학자' 펠리스 브로더의 아들인 빌 브로더는 이 과정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근한 관계를 맺었다. 부패 올리가르히들과의 '전쟁'을 치르던 푸틴과 목표물이 같았기 때문. 그러나 그는 곧 구속됐던 이들이 뇌물을 건네고 풀려나는 걸 목격하게 된다. 그는 푸틴이 이를 용인하는 대가로 막대한 자산을 축적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푸틴이 기업 부패를 정부 독점부패로 바꾸고 있다"는 것.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허미티지는 2000년대 중반 무렵부터 러시아 정부가 소유한 기업 및 러시아 정부의 부정부패 의혹을 연달아 언론에 폭로하기 시작했다. "나는 더 이상 푸틴의 정적들을 겨냥하는 게 아니었다. (그 대신) 푸틴의 측근들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2005년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러시아 정부에 의해 입국금지 리스트에 오른다. 허미티지를 겨냥한 러시아 정부의 수사는 이런 맥락에서 벌어진 것이었다.

세르게이 마그니츠키. (1972-2009)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사건을 맡은 마그니츠키는 수상한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따르면, 러시아 경찰은 2007년 6월 허머티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확보한 자료들을 범죄조직에 넘겼고, 이를 건네 받은 범죄조직은 이를 활용해 허미티지의 소유권 관련 서류를 위조했다. 이어 이들은 허미티지가 유령회사에 막대한 부채를 지고 있다고 꾸며낸 뒤 기존에 납부한 세금 2억3000만달러를 돌려받으라는 법원 판결을 이끌어냈다. 세금 환급액으로 러시아 역사상 최고 금액이었다.

마그니츠키는 경찰이 애초 허미티지를 가로채기 위해 세금 탈루 혐의를 제기했다고 결론 내렸다. 러시아 정부와 마피아가 짜고 벌인 기업 탈취 사건이자, 마땅히 러시아 국민들에게 돌아갔어야 할 세금을 가로챈 사건이다. 그는 경찰, 법원, 세무 당국, 은행가들이 이 범죄에 연루됐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밝혀낸 마그니츠키는 거꾸로 러시아 당국에 의해 수사를 받게 된다.

2008년 11월, 마그니츠키는 허미티지와 공모한 혐의로 수사당국에 체포돼 구속되기에 이른다. 재판도 시작되기 전에 11개월 동안이나 구금되어 있던 그는 이듬해 11월, 숨진 채 발견됐다. 러시아 인권단체 '모스코바 헬싱키 그룹'은 그가 구치소에서 구타와 고문을 당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그는 러시아 당국의 회유와 압박을 거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2012년 12월14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 상원과 하원이 통과시킨 러시아 인권법안에 서명했다. '마그니츠키법'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제재 법안에는 이 사건 관련자들의 미국 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러시아는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러시아 출생 아동의 미국 입양을 금지시키는 '미국 인권법안'을 만들었다.

조금 멀리 돌아왔지만, 이제 트럼프로 돌아갈 때가 됐다.

'돈을 따라가라'

2013년 9월, 뉴욕남부 연방지검은 마그니츠키법을 근거로 프레베존 등을 상대로 자산 몰수 민사소송을 냈다. 러시아 조세 사기 스캔들의 돈 중 일부가 유령회사를 거쳐 프레베존에 유입됐고, 이 돈이 다시 세탁되는 과정에 프레베존이 개입됐다는 혐의였다. 프레베존은 부동산 회사를 설립해 뉴욕 맨해튼의 상업 빌딩과 고급 아파트 등에 투자하는 경로를 거쳐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프레베존은 이 소송에 대응할 변호사를 선임했다. 러시아 국영기업들 관련 사건을 전문으로 취급해왔던 나탈리아 베셀니츠카야도 그 중 한 명이었다.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이뤄진 수상쩍은 '트럼프타워 회동'의 바로 그 핵심 참석자다.

뉴욕 트럼프타워 25층에서 열린 이 회동은 '힐러리 클린턴에게 타격을 입힐 정보'를 약속 받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등 트럼프 캠프 측 고위 인사들이 러시아 정부와 연계된 인물들을 만난 사건으로, 로버트 뮬러 특검의 핵심 수사대상 중 하나다. 배넌이 "반역적"이라고 표현했다는 바로 그 회동이기도 하다. 쿠슈너도 물론 이 자리에 있었다.

지난해 7월 이 회동 사실이 알려지자 트럼프 주니어는 단지 러시아의 '입양금지법(미국 인권법)'에 대한 영양가 없는 대화가 있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거짓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트럼프가 직접 이 거짓 해명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트럼프가 무언가를 숨기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자리에서 오고 간 대화 내용을 알 길은 없다. 그러나 브로더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베셀니츠카야가 이 회동에서 얻어내고자 했던 목표는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프레베존 소송 무마, 러시아 제재 해제, 그리고 마그니츠키법 폐지다.

러시아에서 자란 토론토대 교수 세바 구니치키 교수의 의견도 비슷하다. 그는 지난해 7월, 트윗에 이렇게 적었다.

"이건 선거가 아니라 돈에서부터 시작된 일이다. 트럼프의 사업들과 관련된 러시아 올리가르히의 돈이 돈세탁에 사용됐다."

그의 설명은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트럼프는 아갈라로프*(그는 마그니츠키법Magnitsky Act을 매우 싫어한다) 같은 인물을 오랫동안 상대해왔다. 아마도 (이런 러시아 올리가르히들과의 관계가) 트럼프를 파산에서 구해줬을 것이다.

지난 몇년 간 그는 (트럼프 일가의 사업에) 꽤 유용했다. "러시아인들은 우리 자산의 (수익) 불균형을 훌륭하게 메꿔준다. (...) 러시아 돈이 엄청나게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2008년.

트럼프의 예상치 못했던 선거 결과(승리)로 러시아 올리가르히는 손해를 만회할 기회를 잡았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중단하고, 프레베존 소송을 합의하고, 마그니츠키법을 폐기하라는 것.

베셀니츠카야의 주된 우려는 경제에 대한 것이었다. '러시아 자금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데 도움을 주면 클린턴에게 해를 입힐 정보를 주겠다(는 것이다).

* 러시아 부동산 재벌 아라스 아갈라로프. 그의 아들이자 러시아 팝스타인 에민 아갈라로프의 홍보 담당자가 바로 트럼프 주니어에게 '트럼프타워 회동'을 제안한 메일을 보낸 인물이다. 아라스는 트럼프가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는 미스 유니버스 대회를 2013년 러시아에서 개최하는 문제 등을 논의하면서 관계를 맺었다. 이후 그는 아갈라로프타워 바로 옆에 트럼프타워를 짓는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나 트럼프의 대선 출마로 무산됐다. (에민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벌써 이 빌딩은 지어지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아라스의 아들 에민의 생일에 직접 축하 영상을 보내는 등 대선 직전까지도 아갈라로프 일가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

그는 비슷한 시기 복스 인터뷰에서 "이 모든 사건의 경제적 동기가 그 중요성에 비해 과소평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허프포스트 전 편집인 하워드 파인만도 '돈을 따라가야 한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금전적 측면이 트럼프 측이 연루된 '러시아 스캔들'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이 부분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얘기다.

배넌은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쿠슈너의 '옛 NYT 사옥' 거래 상대였던 레비에프가 이 거래에 동원한 건 자신이 소유한 '아프리카 이스라엘 인베트스먼트(AFI)'라는 기업이다. AFI는 2008년 프레베존으로부터 네덜란드에 위치한 자회사들에 대한 300만유로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5년 뒤, AFI가 이 돈을 러시아로 옮기려 하자 네덜란드 당국은 이 자금을 동결시켜버렸다. 프레베존의 돈세탁 혐의를 수사중이던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AFI가 프레베존에 매각한 맨해튼 '20 Pine Street'의 고급 콘도 '더 컬렉션' 역시 미국 당국에 의해 동결됐다. 모두 마그니츠키법에 따른 조치였다.

이 법안 폐지를 위한 로비 단체로 지목된 미국 비영리재단 '인권책임글로벌이니셔티브(HRAGI)'는 최근 뮬러 특검의 수사대상에 올랐다. 베셀니츠카야와 함께 '트럼프타워 회동'에 참석했던 러시아 첩보요원 출신 로비스트 리나트 아흐메트쉰가 이 재단의 핵심 인물이다. 그는 2015년 12월, 프레베존 대표이자 모스크바 교통장관을 지낸 데니스 카치프를 소개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레베존 소송은 트럼프 취임 이후인 지난해 5월, 공개 변론을 앞두고 '양측의 합의'에 따라 프레베존이 약 590만달러(약 62억원)를 내는 것으로 갑자기 마무리됐다. CNN은 이 금액이 프레베존으로 유입된 러시아 조세 사기 스캔들 관련 자금 190만달러의 약 세 배에 달하지만 이 돈으로 이 회사가 투자한 맨해튼 부동산의 가치(1700만달러, 약 180억원)에는 크게 못 미치는 규모라고 지적했다. (프레베존이 이 합의를 위해 루이스 프리 전 FBI 국장을 영입했다는 사실은 뒤늦게 알려졌다.)

이 조정에 따라 프레베존의 미국 내 자산에 대해 취해졌던 동결 조치는 모두 해제됐다. 이 소송을 이끌었던 프리트 바라라 뉴욕남부 연방지검 검사장은 이보다 앞선 3월, 석연치 않은 이유로 트럼프에 의해 해임됐다. 프레베존 변호를 맡았던 베셀니츠카야는 이 조정 결정을 "승리"로 규정하며 환호했다.

(그러나 프레베존은 합의금 납부 시한이던 2017년 10월31일까지 돈을 내지 않았다. 네덜란드 수사당국이 이 회사가 연루된 또다른 돈세탁 사건을 수사하면서 네덜란드 소재 자산을 동결시켜버렸다는 이유에서였다.)

트럼프 캠프의 그 누구도 트럼프가 당선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트럼프 측과) 러시아의 공모 관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

다시 울프의 책 '화염과 분노'으로 돌아가보자. 이 책에 따르면, 트럼프와 트럼프 가족 일가는 물론 트럼프 캠프 핵심 인물들 중 그 누구도 자신들이 선거에서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모두 대선을 '비즈니스 기회'로 여겼을 뿐, 승리는 애초 시나리오에 없었다. 트럼프 일가는 러시아 측과도 사업을 계속할 것이었다. 선거가 (패배로) 끝나면, 높아진 '이름값'을 발판 삼아 사업을 더 키울 수 있다는 꿈에 부풀었다.

또 이 책에 의하면, 배넌은 뮬러 특검의 수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건 전부 돈세탁에 대한 얘기다. 뮬러 특검은 제일 먼저 (선임검사 앤드류) 바이스만을 합류시켰는데 그는 돈세탁 전문이다. 그들이 트럼프를 엿먹이는 경로는 바로 폴 매너포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재러드 쿠슈너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 그들은 해변에 앉아서 (가장 강력한 등급인) 카테고리 5 허리케인을 멈추려고 하고 있다."

리처드 페인터 교수는 "배넌은 지난 8월까지 트럼프 선거캠프와 백악관의 최고위급 내부자였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대통령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인물이었다. 트럼프가 러시아 수사 문제를 비롯해 그를 신뢰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트럼프가 배넌에게 무슨 말을 어디까지 했을지, 우리는 모른다.

분명한 건, 지금까지 드러난 것보다 앞으로 더 밝혀져야 할 내용이 많다는 점이다. "쿠슈너의 X들"은 트럼프 본인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푸틴이 또다른 정치적 목적으로 러시아 측의 '거래 제안' 과정에 개입했는지, 그리고 트럼프가 이 모든 사실들을 덮기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휘둘렀는지.

배넌은 과연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뮬러 특검은 어디까지 밝혀낼 수 있을까? 이 두 질문에 대한 대답이 2018년 미국을 뒤흔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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