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쿨러닝' 시즌 2...나무썰매 없이 ‘평창 드라마' 찍는다

1988년 캘거리겨울올림픽에서 씨를 뿌렸던 아프리카 봅슬레이대표팀의 올림픽 출전이 30년 만에 평창에서 실현된다.

3명의 나이지리아 육상선수 출신인 세운 아디군과 응고지 오누메레, 아쿠오마 오메오가 등이 여자 2인승 봅슬레이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며 다시 한번 ‘쿨러닝’의 신화를 만들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북아메리카컵 여자봅슬레이 2인승 경기에서 13위를 차지해 당당히 평창행 자격을 얻었다. 파일럿인 아디군과 브레이커 오누메레가 짝을 이룬 이들은 2분00초34를 기록해 1위에 5초48이나 뒤졌지만 올림픽 출전 자격인 국제대회 5차례 완주를 모두 채웠다. 2인승 봅슬레이는 1명의 후보선수를 포함해 모두 3명이 올림픽에 출전한다.

아디군은 올림픽 출전이 결정된 뒤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얼음 위에서 시속 150㎞로 미끄러지는 것을 상상할 수 없는 곳에서 왔다. 아프리카를 대표해 평창올림픽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싶다”“파일럿으로서 내 목표는 우리 팀을 메달 시상대로 이끄는 것”이라고 밝혔다.

나이지리아 봅슬레이팀의 올림픽 진출은 파일럿을 맡고 있는 아디군의 열정이 빚어낸 기적 같은 드라마였다. 미국 휴스턴대 육상선수를 지냈던 아디군은 나이지리아선수권대회 여자 100m 허들에서 3차례 우승한 바 있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런던올림픽 이후 잠시 은퇴했던 아디군은 2015년 운동선수의 본능이 살아나며 아프리카 최초 봅슬레이 대표팀 출전을 목표로 잡았다.

아디군이 육상선수 출신인 오누메레와 오메오가를 영입해 팀을 이룬 이들의 출발점은 텍사스의 한 차고였다. 전지훈련은 꿈도 꾸지 못했고 나무로 만든 썰매를 타고 연습해야 했다.

이들은 평창올림픽 출전을 위한 운영 자금을 모으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했다. 아디군은 기부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나는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에 열정이 있었다. 최초로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뛰는 여성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으나 내 재능에 맞는 육상으로 목표를 낮췄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나이지리아 봅슬레이팀으로 올림픽에 출전해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최초의 선수가 되고 싶다”며 “역사적인 경기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15만달러 중 7만5000달러의 모금액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2016년 시작된 모금은 13개월 동안 474명이 참가해 목표액인 7만5000달러를 채울 수 있었다.

평창올림픽에서 시상대에 서는 것은 사실 쉽지 않지만 이들은 “불가능은 없다”고 믿고 있다. 아디군은 지난해 말 <시엔엔>(CNN)과의 인터뷰에서 “어려움을 이겨내는 능력은 누구나 있으며,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스스로의 능력을 한계 지을 필요가 없다”며 “여러분이 문을 열기 전에는 반대편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평창올림픽에서 한국은 2인승 여자 봅슬레이에 파일럿을 기준으로 김유란(26·강원BS경기연맹)팀과 이선혜(24·한국체대)팀 등 두 팀이 출전한다. 브레이커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북아메리카컵에서 김유란-김민성 짝이 2위(1분55초74), 이선혜-신미란 짝이 7위(1분56초77)를 기록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스포츠 #뉴스 #나이지리아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 #쿨러닝 #아프리카 #션 아디군 #육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