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왜 이렇게 안먹느냐" 신년회가 두려운 채식인들

  • 박수진
  • 입력 2018.01.05 05:05
  • 수정 2018.01.05 05:07
Young woman's hand holding a cube of raw beef with chop sticks
Young woman's hand holding a cube of raw beef with chop sticks ⓒPM Images via Getty Images

지난해 한 중소기업에 입사한 성아무개(28)씨는 며칠 전 중식당에서 열린 부서 송년회에서 땅콩만 집어먹다가 나왔다. 달걀과 유제품까지만 먹는 ‘락토 오보’ 채식을 하는 성씨가 먹을 수 있는 메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껏 채식을 한다는 사실을 회사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왜 이렇게 안 먹느냐”는 상사 질문에 “다이어트 중”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는 “회식 때마다 핑곗거리를 찾느라 난감하다”며 “새해에는 ‘채밍아웃’을 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송년회, 신년회가 이어지면서 ‘채밍아웃’(채식을 한다고 주변에 알리는 것)을 하지 않은 채식인들이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채식인이 있다는 걸 모르고 단체 모임 메뉴를 육류 등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부 채식인들은 주변의 잔소리 등 후폭풍을 우려해 선뜻 채식인임을 밝히지 못한다고 했다. 성씨는 “회사 사람들에게 채식주의자라고 말하면 ‘체력이 약해진다’, ‘성격이 까다롭게 변한다’ 같은 충고를 할 것 같아서 굳이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대학생 양재혁(23)씨도 1년째 페스코(달걀, 유제품과 어류까지만 먹는 채식) 식단을 따르고 있지만 주변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양씨는 “왜 채식을 하게 됐는지 설명하기도 어렵고, 괜한 오해를 사기도 싫어서 친척들에겐 채식한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껏 주변에 채밍아웃을 했더니, 그중 한 명이 불특정 다수에게 채식인임을 알려버리는 ‘채식 아우팅’을 당하는 일도 생긴다. 2년 전부터 페스코 채식을 하는 김아무개(26)씨는 몇달 전 한 모임에서 채식 아우팅을 당하고 질문 세례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김씨는 “채식을 하는 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만, 아주 가깝지 않은 이들한테 잔소리를 듣는 경우가 많아 정말 잘 이해해줄 것 같은 사람에게만 직접 털어놓고 싶다”고 덧붙였다.

안백린 채식 요리 연구가는 “좋은 의도로 하는 조언도 때로는 채식인에게 폭력이 될 수 있다”며 “조언을 하기 전에 채식인들이 왜 채식을 하는지 한 번쯤 더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사회 #채식 #페스코 채식 #페스코 #락토 오보 #라이프스타일 #회식 #푸드 #음식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