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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논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몇 가지 것들

  • 백승호
  • 입력 2018.01.08 11:27
  • 수정 2018.01.09 10:40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이후 처음 이뤄진 최저임금 결정 자리에서 최저임금위원회는 2018년 최저임금을 16.4%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 2000년 이후 역대 최고의 인상률이자 최저임금이 도입된 이후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큰 변화인 만큼 논란도 많았다. 최저임금 TF는 최저임금의 산입금 문제를 두고 큰 논쟁이 벌였다. 언론은 주로 최저임금이 자영업자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조명했다.

최저임금을 두고 논란이 많은 이유는 그만큼 우리의 임금체계가 '논쟁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쟁들을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 몇 가지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1. 왜 최저임금 '범위'가 문제 되는가?

한 금융 관련 회사 초봉은 4,000만 원이 넘는다. 작년에 이 회사에 최저임금 이슈가 있었다. 최저임금이 오르게 되면 기본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에 맞춰 기본급을 인상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 회사의 급여체계는 기본급에 상여금 800%, 여기에 각종 수당이 붙는다. 올해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일부 호봉이 낮은 노동자의 기본급은 최저임금에 미달하게 된다. 비슷한 월급 수준인 다른 회사는 급여체계가 비교적 단순하고 기본급이 높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A사의 임금체계 월급여액 340만 원 중

기본급 150만(최저임금 미달) + 상여금 113만 + 통신비, 식대, 복지수당 등 기타수당 77만 원

B사의 임금체계 월 급여액 340만 원 중

기본급 230만 + 상여금 80만 + 각종 수당 30만

최저임금 제도개선 TF는 이 사안을 가지고 격론을 했다. 전문가들이 붙어 연구자료를 만들고 공개토론회를 열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했다. 지난달 6일 열린 "최저임금 제도개선 공개토론회"를 끝으로 최저임금 TF는 권고안 초안을 내놨다. 결론은 "현행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상여금을 포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최저임금 TF가 초안을 발표하자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노동계가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상여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킨 권고안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 폐기 대상"이라며 권고안을 비판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와 관련한 최대 쟁점은 '상여금'이다. 상여금의 본래 의미는 '보너스'에 가깝다. 일종의 성과급 개념이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 등 유럽에서는 초과 달성된 성과를 보상하기 위한 의미로 지급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 의미가 다르다. 한국 기업 상당수는 상여금을 '정기급여'의 형태로 지급해왔다. 급여의 세부내역에서만 '기본급'이나 '상여금' 등 다른 항목으로 책정할 뿐, 사실상 매월 지급되는 임금이라는 말이다. 그런데도 기업이 굳이 항목을 나눠 책정한 이유는 일종의 꼼수다. 임금의 범위를 최대한 줄이면 임금을 기초로 산정되는 연장, 휴일, 야간근로 수당이 줄게 된다.

이런 이유로 야근/특근이 많은 대공장 등을 중심으로 '복잡한 임금체계'가 만들어진다. 기본급에 상여금이 몇백 퍼센트씩 붙고, 여기에 각종 수당이 또 붙는다. 기본급의 두 배가 넘는 월급을 받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노조도 임금협상에 대한 '차안'으로 수당을 요구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임금체계가 갈수록 복잡해졌다.

실제 받는 월급에서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율이 회사마다 다르고 또 과소 책정되다 보니 기본급을 기초로 산정하는 각종 수당이 달라지는 문제가 생긴다. 이 논란이 계속되자 대법원은 전원합의체판결을 통해 통상임금의 범위에 대해 분명한 기준을 세웠다. 지난 2013년 대법원은 "임금이 소정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ㆍ일률적ㆍ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인지를 기준으로 객관적인 성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임금의 명칭이나 지급주기의 장단 등 형식적 기준에 의해 정할 것이 아니"(2012다89399) 라며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지난 8월에도 유사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기아차 노동자 2만7424명이 회사를 상대로 2008년~2011년 주지 않은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등을 달라며 낸 소송에서 “기아차의 정기상여금과 중식대는 정기적·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으로서 통상임금"이라며 원고인 기아차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최저임금과 관련해서는 '상여금'의 성질이 달라진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의 산입범위를 통상임금과 일치시키는 것에 대해 반대해왔다. 그 이유는 이렇다. 최저임금은 통상임금과 그 목적이 다르며, 최저임금의 산입범위를 확대할 경우 실질적으로 최저임금을 무력화시키는 효과를 만든다는 것.

현행 기업의 임금체계가 복잡하단 것은 모두가 동의할 수 있다. 정부가 통상임금이란 이름으로 임금을 '표준화'시키려는 의도도 그런 배경에서다. 다만 노동계가 말한 대로 최저임금의 산입범위를 넓히게 되면 최저임금 인상의 실효성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2. 산입범위가 바뀌면 정말 최저임금이 무력화되는가?

민주노총은 지난 26일, 성명서를 통해 "사용자는 지금까지 초과노동비용을 낮게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기본급 비중을 낮추고, 상여금 및 각종 수당 도입으로 왜곡된 임금체계를 유지해왔다"며 "(최저임금 TF) 권고안은 현행 낮은 기본급과 복잡한 수당이라는 왜곡된 임금체계를 사후적으로 정당화시켜주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일단 노동계의 문제 제기처럼 기업은 상여금이나 기타 수당을 삭감해 최저임금 인상분을 보전해왔다. 갑자기 등장한 문제가 아니래 꽤 오래된 이야기다. 지난 2016년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농협은 최저임금위반을 피하기 위해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지급했던 복리후생비와 정기 상여금 400% 중 일부를 삭감했고 그 금액이 800억 원이 넘는다.

문제는 비정규직과 노조 없는 사업장 노동자들이 여기에 대항할 힘이 없다는 점이다. 원칙적으로 최저임금 인상분을 보전하기 위해 상여금이나 수당을 조정하는 것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해당한다. 노동자 과반의 동의가 있어야만 유효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노조 없는 사업장에서 개별 노동자들이 사업주의 제안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설령 거부한다고 해도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그 오랜 기간동안 투쟁을 하느니 타협하는 방향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문제 중 상여금에 관한 논란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상여금의 지급 시기에 관한 논쟁이다. 최저임금 TF의 다수 의견은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의 생활안정이라는 최저임금법 취지를 고려하면 매월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지급이 보장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판례(2004다48836)에 따라 '매월' 지급되는 상여금만 최저임금에 산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여기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다수 의견에 따르면 상여금이 기본급의 600%라고 했을 때, 이 금액을 두 달의 한번 100%씩 지급하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지 않지만 한 달에 한 번 50%씩 지급하면 포함된다. 같은 성질의 임금인데 지급 시기에 따라 산입 여부가 달라진다.

최저임금 TF 소수의견도 "우리 임금체계에서 매월 지급되지 않는 상여금 등의 비중이 상당하며 이러한 임금도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임을 고려하면 ‘지급주기’를 이유로 원천적으로 산입대상에서 제외할 필요는 없다"며 이런 문제를 지적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상여금을 포함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를 해석하자면 이렇다. 어떤 임금체계든 상관없이 누구나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하한액'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 최저임금의 입법목적은 '노동자가 실제로 얼마를 받고 생활하느냐'로 달성해야 한다. 상여금이 최저임금에 산입된다고 해도 2020년이면 원칙적으로 모두가 월 209만 원 이상을 받게 된다. 핵심은 여기에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어려움은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달 27일 "통상임금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으며, 계속 많은 쟁점들이 소송에서 다투어지고 있기 때문에 통상임금을 기초로 기초고용질서인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규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입법을 통해 통상임금을 정의(定義)하는 것도 고민해봐야 하는 대목이다.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해 "통상임금의 법적 범위를 명확히 하도록 근로기준법의 조속한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 최저임금 인상 때마다 도마 위에 오르는 편의점

최저임금 인상 때마다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업종이 있다. 바로 편의점이다.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대표적인 자영업자인 편의점 사장이 아르바이트 노동자보다 돈을 덜 벌거나 혹은 망한다는 것.

물론 이 우려는 과한 게 아니다. 그런데 편의점 문제는 단순히 '최저임금 인상'의 문제로만 바라보기 힘들다.

편의점 점포 수는 지난 십여 년간 급격하게 늘었다. 업계 빅3라고 불리는 CU, GS25, 세븐일레븐의 점포 수는 2010년에 4500개에서 5500개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CU와 GS25의 경우는 만 개가 넘었고 세븐일레븐도 9,000개에 육박한다. 두 배가 넘게 성장했다

각 사의 매출도 증가했다. 2006년 편의점 업계 매출은 4조 6,800억 원 정도였는데 2016년에는 19조를 넘어섰다.

점포당 매출은 오히려 떨어졌다. 2013년 기준 각 사의 점포당 영업이익은 2200만 원 수준이었지만 이는 해마다 감소해 2015년에는 1,860여만 원 까지 떨어진다. 편의점 프랜차이즈 본사는 계속 성장하고 있는데 점주들은 먹고살기가 계속 힘들어지는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편의점의 본사 매출 증가는 각 점포의 영업이익과 전혀 무관하다고 봐도 된다. 매장이 하나든 두 개든 매출에서 정률(보통 35%)로 떼어가는 본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많은 점포 수로 경쟁 업체를 압도하는 것이 수익 면에서 유리하다. 그래서 입지에 대한 고려 없이 점포를 내준다. 여기에 은퇴자나 임금노동 시장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몰린다.

이게 편의점 업계의 호황이 자영업자에게 미치지 않는 이유다. 점포를 마구잡이로 늘린 덕에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편의점은 수수료를 줄일 생각이 없다. 최저임금이 올라도 모두 점주의 몫으로 돌아간다. 점주는 편법을 사용하거나 법을 위반해가며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임금을 줄인다. 고통은 아래로 향한다.

한국은 OECD 주요국 중 자영업자 비율이 25.9%로 두 번째로 높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임금노동 시장에서 탈락해 울며 겨자 먹기로 뛰어든 경우다.

통계청은 자영업의 3년 뒤 평균 생존율은 30%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최저임금의 인상은 이들의 폐업을 가속화시킨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률 증가로 이어지기는 힘들다. 폐업한 이들이 임금노동 시장으로 재진입하는 게 더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그래도 편의점은 상대적으로 낫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편의점은 조정할 '여지'라도 있다. 실제로 자영업 중 편의점의 생존율은 다른 업종에 비해 높은 편이다. 문제는 영세자영업자들이다. 이들에게는 완충장치가 없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세자영업자들의 인건비 부담 증가의 일정 부분을 보장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이야기한다. 이영면 동국대 교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직원 한 명당 한 달에 10만 원 가량을 지원받으려고 여러 가지 절차적 번거로움을 감수할까? 재정 건전성을 고려하면 정부의 임금 보전은 지속성이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김준기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예비창업자들의 자영업 진입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이를 계기로 일자리 문제를 생계형 자영업 창업으로 해결해온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며 “대신 기존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단기 지원책과 함께 보다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와 구조조정 방안도 마련해 추진할 것”을 강조했다.

4. 최저임금 인상 논란과 함께 봐야 할 문제

한국의 최저임금 미준수율은 2012년을 기점으로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추세를 볼 때, 가파른 인상이 예고된 향후 몇 년 최저임금 미준수 사업장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곳은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낮은 (재)하청업체 등과 인건비 비중이 큰 영세 자영업자들이다. 하청과 재하청, 또 거기에 대한 하청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제조업의 산업 구조는 오랜 문제로 지적되어왔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타격은 아무래도 '아래'로 흐를 수밖에 없다.

최근 방영된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연 매출 600억, 영업이익 10억 이상씩 꾸준히 나던 회사가 갑자기 망해버린 이야기를 꺼낸다. 그 회사가 폐업한 이유는 납품처인 원청이 급격하게 납품단가를 낮췄기 때문이다. 원청회사는 최근 다시 실소유주 논란에 휩싸인 '다스'다

다스의 또 다른 하청업체 대표는 자신의 업체를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 씨에게 빼앗겼다고 주장한다. 앞서와 같은 방식으로 단가를 크게 낮춰 회사의 영업이익을 마이너스로 만든 뒤 폐업 직전의 회사를 단돈 100만 원에 사들였다는 이야기다. 특별하게 복잡한 방법이 필요했던 게 아니다. 그저 납품 단가 하나 낮췄을 뿐이다.

다스는 자동차 부품회사다. 현대 자동차 등에 납품하는 1차 하청업체 정도로 볼 수 있다. 다스에 납품하는 업체는 2차 하청이고 이 2차 하청에 납품하는 회사들도 있다. 1차 하청 주도의 불공정거래 입김도 이렇게 크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2차 하청업체, 3차 하청들이 '죽어 나가는 이유'에는 바로 이 불공정한 관행이 큰 이유를 차지한다.

작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재작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 자리에서 '원-하청 간 불공정 거래'를 언급했다. KDI는 "원청 대기업이 하도급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등 중소기업과 이익을 공유하지 않고 있다"며 "대기업이 하청업체에 대해 납품 단가 인하를 압박하면 하청업체의 이윤은 하락하게 되고 하청업체는 이를 저임금으로 벌충한다"고 설명한다.

다행이 정부도 여기에 문제를 느껴 손을 대고 있다. 지난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2차 하청업체의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깎은 1차 하청업체를 검찰에 고발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갑·을·병’ 관계에서 ‘갑’뿐만 아니라 ‘을’도 반성해야 한다"며 강력한 제재를 시사한 뒤 내려진 결정이다.

최저임금은 일종의 사회적 구조조정이다. 저임금 시대를 넘어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일종의 관문이다. 그만큼의 부가가치를 생산하지 못하는 기업은 자연스럽게 위기를 맞는다.

여러 사안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정책의 완성도가 중요하다. 앞서 여러 번 언급했듯 단순히 최저임금 인상만을 놓고 봐야 할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과 주변 정책을 다각도로 살펴봐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우리가 직면한 과제는 "그 정도도 못줄 기업은 망해라"와 "이러다가 자영업자 다 죽는다" 사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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