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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째 선행...‘6000만원 돈상자' 놓고 사라진 얼굴없는 천사

ⓒ뉴스1

전북 전주에 올해도 어김없이 ‘얼굴없는 천사’가 찾아왔다. 2000년에 처음 시작한 선행이 18년째인 올해도 이어진 것이다.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는 28일 “이날 오전 11시26분께 40~5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성금함을 수거해 달라는 전화를 걸어왔다”고 밝혔다. 이날 전화를 받은 직원 이은영씨는 “전화를 건 남성은 ‘동사무소 뒤로 가면 돼지저금통이 놓여있다’는 말만 남긴 채 별다른 얘기 없이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곧바로 이 남성이 언급한 장소로 갔다. 현장에는 돼지저금통과 현금 뭉치가 들어 있는 종이상자 하나가 놓여있었다. 상자 안에는 5만원 지폐 다발과 동전이 들어있는 돼지저금통이 있었다. 세어 보니, 6027만9210원이다. 올해까지 18년째 19차례 그가 놓고간 금액은 5억5813만8710원이다. 이 남성은 지난해에도 12월28일 돈이 든 상자를 놓고 갔다.

상자 속 에이(A)4용지에는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힘든 한해 보내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내년에는 더 좋아질꺼라 생각합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전주시는 이 성금을 지난해와 같이 전북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홀몸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사용하기로 했다.

전주시는 이 얼굴없는 천사의 숨은 뜻을 기리고 아름다운 기부문화가 널리 확산하도록 노송동주민센터 화단에 “당신은 어둠 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는 글귀를 새긴 ‘얼굴없는 천사의 비’를 2009년 12월 세웠다. 시는 또 노송동에 기부천사쉼터를 만들었다. 쉼터는 지난해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의 사업평가에서 도시재생사업 우수모델로 평가받았다.

노송동 일대 주민은 해마다 지속되는 얼굴없는 천사의 선행을 본받자는 뜻에서 숫자 천사(1004)를 본딴 10월4일을 ‘천사의 날’로 정하고 불우이웃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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