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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왜 술을 마시지 않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뭐라고요? 술을 전혀 안 한다고요? 왜요?"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할 때마다 내게 꼭 돌아오는 질문이다.

"혹시 알코올중독자라서 그래요?"

"우리가 술 마시는 게 불편한 건 아니죠?"

물론 그들이 암시적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내가 바보라는 것. 재미없는 인간이라는 것.

너무나 자주 듣는 질문이라 진절머리가 날 정도다. 난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꽤 일관된 대답을 몇 가지 되풀이한다.

"그냥,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자동차를 가져 왔어요."

"약을 복용 중이라 못 마셔요."

그러면서 사실을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난 그들을 비판하는 것도 아니고 알코올중독자도 아니다. 고급 재활 치료시설을 다녀온 그런 사람이 아니란 소리다. 그렇지만, 술이 내 삶에 찾아온 모든 비극과 함께 먹구름처럼 나타난 건 사실이다. 술을 왜 마시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난 엄마가 알코올중독으로 매일, 조금씩 더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술에 너무 취한 엄마가 날 학교에 대려다 줄 수 없어서, 10km 떨어진 학교까지 혼자 걸어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결국, 우리 가족이 술 때문에 완전히 붕괴했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오밤중에 경찰이 창문을 깨고 집에 들이닥치는 게 얼마나 무섭고 놀라운 일인지도 말해주고 싶다. 오빠를 잡으러 온 것이었다. 만취한 몸으로 운전대를 잡은 오빠가 남의 집에 잘 못 들어갔다가 집으로 도망 온 것이다. 오빠가 체포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해야 하는 게 어떤 느낌인지를 설명하기가 너무나 어렵다.

사람들이 왜 술을 마시지 않느냐고 물을 때, 술을 마신다고 꼭 즐거운 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누구에겐 술이 즐거운 활력소가 될 수 있겠지만, 사실 각자마다 받아들이는 방법이 다르다. 나 같은 사람에겐 알코올이 비극과 트라우마를 상징한다. 금주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이나 내가 술 마시는 사람을 비판한다는 오해 없이 이런 내 마음을 설명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 날이 될 때까진 지명 운전자 역할을 계속 할 생각이다.

아래 슬라이드는 옆으로 밀면 된다.

 

*허프포스트US의 글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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