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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족 소년을 죽음으로 몰고 간 질병

디프테레아는 백신을 통해 면역을 기를 수도 있고 치료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미 대다수 국가에서는 사라진 질병이다. 나는 이 병을 의대 강단에서나 이야기해 봤을 뿐, 의사 일을 하면서 실제로 이 병에 걸린 사람을 만나리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다.

디프테레아는 백신을 통해 면역을 기를 수도 있고 치료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미 대다수 국가에서는 사라진 질병이다. 나는 이 병을 의대 강단에서나 이야기해 봤을 뿐, 의사 일을 하면서 실제로 이 병에 걸린 사람을 만나리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다.

예방할 수 있는 병임에도 불구하고 예멘과 베네수엘라에서는 지금도 디프테리아가 발병한다. 두 나라 모두 보건 체계가 무너져 매우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예방접종이 매우 제한적이거나 불가능한 지경이다. 그리고 지금, 디프테리아는 방글라데시에 있는 로힝야족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다수가 예방접종을 받지 못한 로힝야족 사람들은 미얀마를 떠난 뒤로 방글라데시의 과밀하고 열악한 임시 정착촌에서 살고 있다.

쿠투팔롱 진료소에서 첫 디프테리아 환자가 나왔을 때 나는 그 자리에 없었다. 그날 당직이었던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고 이를 보고한 뒤 치료를 시작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진료소를 나선 환자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1주일쯤 지났을 때 두 번째 환자를 받았다. 남자 아이였는데 목이 부어 있었고 고열과 인후염이 있었다. 자세히 진찰해 보니, 목구멍을 둘러싼 부위에 두꺼운 회색 점막이 있었다. 교과서에서나 보았던 전형적인 디프테리아 증상을 실제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우리는 그 소년을 격리실에 입원시키고 치료를 시작했다. 기도가 막힐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워낙 자원이 부족해 별다른 대안이 없어서 항생제 처방을 했다. 그렇게 소년이 격리실에 머무르는 동안 우리는 꾸준히 그의 상태를 살폈다.

이후 며칠 동안 소년은 호전을 보였다. 목의 붓기도 가라앉아 음식물을 삼킬 수 있게 되어 식사도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예방 항생제와 예방접종을 제공하고자 그의 부모와 7명의 형제자매도 만났다.

그렇게 상태는 점점 좋아지는 듯했지만 어느 날 아침 소년의 심박수가 급격히 떨어졌다. 우리는 심박수를 높여 보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소년은 심부전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박테리아가 유발한 디프테리아 독성이 일으킨 결과로 보였다. 이 독성은 심장, 신장, 중추신경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항독소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지만, 방글라데시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고는 날마다 2건씩 꾸준히 감염 사례를 보기 시작했다.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은 이미 병이 많이 진행돼 치사율이 높았는데, 많은 환자들이 거의 기도가 막힐 지경이 되어 진료소에 도착했다. 캠프의 한 천막에서 보통 10명 이상 같이 지내기 때문에, 앞으로 이 사태가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뻔했다. 게다가 우리가 만난 모든 사람들은 아동기에 예방접종을 받지 못했다. 분비물 몇 방울만으로도 쉽게 번지는 이 질병 앞에 이 모든 상황은 정말 최악이었다.

환자 수는 급격히 늘어났다. 환자들을 격리해서 입원시켜야 하는데, 이미 환자들로 가득 찬 쿠투팔롱 진료소는 이에 맞지 않았다. 9주 전 70개였던 입원환자 병상은 이제 100여 개로 늘어났다.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의료 시설에서 회복 중인 10세 소녀와 만난 국경없는의사회 국제회장 조앤 리우 박사(가운데)와 니나 골드만 박사(왼쪽)

다행히 이런 위기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잘 대응한다고 알려진 상황이었다. 우리는 즉시 발루크할리 임시 정착촌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의 다른 진료소로 모든 디프테리아 환자를 이송하기로 결정했다. 이 진료소는 모자 의료 시설로, E형 간염 환자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최근에 채비를 갖춘 곳이었다. 디프테리아 발병과 함께 이곳은 속히 격리 병동으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우리는 쿠투팔롱 진료소에 있는 디프테리아 환자들을 발루크할리로 이송하기 위해 버스를 마련했다.

전염병이 발생하면 전혀 다른 보급 체계가 필요하다. 우리는 환자 치료에 필요한 항생제, 환자 가족들에게 제공할 예방약이 모두 필요했다. 가족들과 직원들이 전염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마스크도 더 많이 필요했다. 물론 예방접종도 해야 했다.

여러 단체들의 지원 속에 방글라데시 보건부는 예방접종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국경없는의사회도 운영 중인 보건지소들에 예방접종처를 마련하는 등 지원에 나섰다. 이는 콜레라, 홍역에 이어 최근 콕스 바자르에서 진행되는 세 번째 예방접종 캠페인이었다. 하지만 앞의 두 예방접종 때보다 이번 캠페인에는 더 많은 기술적•물류적 어려움이 따랐다. 한 달 간격으로 세 차례의 예방접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접종 대상자들이 접종 3회를 완료하도록 만들기란 무척이나 까다로운 일이었다. 백신 면역력이 효과를 보이는지도 계속 지켜봐야 했다.

국경없는의사회 역학자들은 전염병 발생 상황을 종합적으로 그려본다. 얼마만큼의 물자가 필요한지 계획하고, 격리 규모를 결정하며, 전염병 확산 통제를 위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도움을 준다. 파견 의료팀은 조기 입원을 독려하고자 적극적으로 환자들을 찾아 나선다. 환자들이 있는 곳을 추적하고 지도로 나타내며, 환자들과 접촉했던 사람들에게는 예방 항생제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에는 그 질병에 대해 알려주기도 한다.

디프테리아 격리 병동이 있던 발루크할리 진료소는 1주일 만에 디프테리아 치료센터가 되었다. (다른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다른 시설로 이송 중이다) 가장 분주했던 날, 이 치료센터에는 180여 명의 환자들이 있었다.

처음으로 디프테리아 환자를 진단했던 것에 너무 놀랐지만, 지금은 이런 진단에 숙달된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다. 그래도 좋은 소식은, 첫 환자들에 비해 지금은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받으며 호전을 보인다는 것이다. 아마 빠른 시일 안에 발견해 치료한 덕분일 것이다.

하지만 가장 슬픈 사실은, 폭력을 피해 어쩔 수 없이 피난을 떠나 와 열악한 환경 속에 살면서 그동안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았던 이 취약한 사람들이 전염병 피해까지 입고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 질병은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와 이미 90년 전에 발명된 예방접종만 받으면 완벽하게 예방할 수 있는 병인데도 말이다...

글| 국경없는의사회 니나 골드만(Nina Goldman)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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