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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남성 호스트가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배운 연애의 기본

테즈카 마키는 일본 도쿄의 가부키초에서 호스트 클럽을 운영하는 전문 호스트다. 그리고 지난 10월 가부키초 러브호텔 거리에 생긴 서점 ’가부키초 북센터’의 주인이기도 하다. 사랑을 테마로 한 책을 취급하는 이 서점에서 테즈카 마키는 후배 호스트들이 더 많이 읽었으면 좋은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 10월 ‘허프포스트일본판’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책을 팔아서 돈을 벌려고 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가부키초에서 일하는 호스트들의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을 고민하다가 서점을 만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책들을 통해 영감을 얻어온 호스트 테즈카 마키는 호스트들이 꼭 읽어야 할 책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를 꼽았다. 그는 호스트들이 이 책의 주인공 와타나베와 같지 않으면 가부키초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한다.

‘상실의 시대’는 1969년 도쿄를 배경으로 대학생 와타나베가 자살한 친구와 친구의 애인들과 만나며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데즈카 마키는 주인공 와타나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와타나베는 수동적인 남자다

“이 책에는 나오코와 미도리, 레이코 같은 다양한 유형의 여성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와타나베는 기본적으로 이성에 대한 자세가 수동적인 남자입니다. 그는 상대를 부정하지도 않고, 긍정하지도 않아요. 어떤 대답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단지 ’응’, ‘아이고’ 이러면서 맞장구를 쳐주는 일이 많죠. 그러다보니 별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대화가 성립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와타나베가 미도리에게 너가 너무 좋다고 하자, 미도리는 ‘얼마만큼 좋아?’라고 물어봅니다. 이때 와타나베는 ‘봄날의 곰만큼’이라고 답하죠. ‘봄날의 곰’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알 수 없지만 일단 여성은 대화를 계속 하고 싶어합니다.”

테즈카 마키는 호스트와 손님의 관계에도 ‘수동적인 자세’와 ‘흐름이 끊어지지 않는 대화’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이 직장에서 겪었던 끔찍한 일에 대해 푸념하는 여성들에게 호스트는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야 해결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말하지 않습니다. 여성들이 겪은 감정에 동감하는 게 호스트의 일입니다.”

- 와타나베는 여성을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상실의 시대’에서 와타나베는 미도리로부터 이별의 편지를 받는다. 미도리는 와타나베의 무신경을 지적하며 추신을 통해 “다음에 교실에서 만나도 말걸지 말라”고 적었다. 테즈카 마키는 이 편지를 읽은 와타나베의 다음 행동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도리의 마지막 말에서 일반 남성들은 그녀가 아직도 자신에게 미련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런데 와타나베는 미도리에게 답장을 쓰지 않습니다. 그는 다른 여성인 나오코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합니다. 빠른 포커스 체인지입니다. ‘여성의 마음을 컨트롤 할 수 없다’는 빠른 각성과 포기를 보여주는 거죠. 호스트의 세계에서도 그런 ‘포기’가 매우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호스트가 많은 여성의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인기있는 호스트도 고객에게 지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지요. 여성은 남성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소설 속 캐릭터 중에 와타나베의 선배인 ‘나가사와’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호스트의 이미지는 나가사와에 가깝죠. 많은 여성들과 가벼운 섹스를 하는 남자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나가사와 같은 호스트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와타나베처럼 수동적인 대화를 통해 여성을 주체적으로 만들어주는 호스트에 대한 인기가 더 높은 편입니다.”

테즈카 마키는 “1987년에 쓰여진 이 소설이 2017년의 모든 남성에게 큰 힌트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 여성의 메시지를 기다리자

“2017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여성에 대한 남성의 성폭력 사례들이 고발되었습니다. 이를 바꾸려는 캠페인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서 나는 남자들에게 “우리 모두 와타나베가 되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여성을 설득하려고 하거나 여성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는 게 아니라, 그녀의 메시지를 기다려 보는 겁니다.”

“일본의 남녀격차지수는 세계 144개국 중 114위입니다. 지금도 남성이 연애관계에서 제멋대로 해석한 후, ‘상대방의 동의를 얻었다’고 하는 사례가 끊이지 앟습니다. 우리 남자들이 반성해야 합니다. 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해야 합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여성을 설득하려 하지 맙시다.”

“연애관계에서 여성이 주체성을 가지고 남자를 설득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처럼 여겨진다면, 그때 남성과 여성 모두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예의로 대하게 되지 않을까요?”

 

허프포스트JP의 '日本のセクハラ問題の処方箋は「ノルウェイの森」の中にある。歌舞伎町ホストが説く“身勝手じゃない愛”'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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