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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차명계좌'에 황창규 등 삼성 고위급 이름

ⓒ뉴스1

최근 경찰 수사 과정에서 새로 드러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 200여개는 대부분 삼성의 고위급 임직원 명의로 개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명계좌 중에는 황창규 케이티(KT) 회장 명의로 개설된 것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사정당국 관계자 설명과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황 회장은 2011년 이전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었던 차명주식 계좌 명의자 가운데 한명으로 확인됐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경찰이 국세청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 황 회장 명의로 개설된 차명계좌를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해당 계좌에 있던 주식은 2011년 이전에 처분돼 현재는 차명계좌가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황 회장이 언제 이 회장에게 명의를 빌려줬는지, 2009년 삼성 퇴사 이후로도 차명계좌가 유지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삼성그룹의 전·현직 임원들 명의로 2000년대 초반에 주로 개설됐다. 삼성 쪽은 2011년 이전부터 수차례에 걸쳐 차명계좌에 있던 주식을 처분하고, 현금화한 자산을 계좌주 명의 수표로 보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황창규 회장 쪽은 “그런 계좌가 존재하는지도 몰랐다. 수사기관 등으로부터 관련해 통보를 받은 내용도 없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2000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사장에 부임한 뒤 삼성 임원으로 재직하다 2009년 퇴사했고, 2014년 케이티 회장으로 부임했다.

한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재산 규모가 2011년 당시 최소 수천억원 이상 더 있었던 사실이 경찰 수사로 드러나면서 2008년 4월까지 삼성 특검을 지휘한 조준웅 특별검사 수사 결과에 대한 ‘봐주기 수사’ 의혹도 다시 일고 있다. 2008년 특검 당시 존재했던 이 회장의 차명계좌 가운데 상당 규모가 누락된 것이기 때문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번에 발견된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까지 확인된 차명재산은 이 회장 자택 공사를 맡았던 인테리어 업체에 지급된 차명계좌 발행 수표에서 출발해 계좌 추적과 압수수색이 이뤄진 결과물이다. 만약 이 회장이 차명 주식을 처분한 수표들을 다른 방식으로 보관하고 있다면 이는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수수사과도 이 때문에 삼성그룹 임원 전반의 계좌를 압수수색하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차명재산 전반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27일 성명을 내어 “<한겨레> 보도 내용 등은 2008년 조준웅 특검 수사가 이건희 회장 비자금의 전모를 제대로 파악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한다. 경찰과 검찰이 합심해 이 회장의 차명재산과 삼성의 비자금에 대해 전면적인 재수사에 착수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삼성 관계자는 <한겨레>의 질문에 “현재 제대로 파악이 안 돼 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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