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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들 덕분에 2017년의 한국도 최악은 아니었다

Group of five happy people sits on background of empty sunset beach. Travel or sea vacations concept
Group of five happy people sits on background of empty sunset beach. Travel or sea vacations concept ⓒmolchanovdmitry via Getty Images

자칫 최악이 될 뻔했다.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든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물론 촛불과 대통령 선거 이후 세상이 모두 바뀐 건 아니다. 이기심과 혐오 등으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의 사연은 여전히 넘쳐났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가진 시간과 재능, 그리고 마음과 노력을 제공한 사람들이 있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있었겠지만, 우선 7개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이들 덕분에 2017년의 한국도 최악은 아니었다.

*홍익대 학생들이 직접 학교 청소노동자 휴게실을 리모델링했다(사진)

서울 홍익대 인문사회관 에이(A)동 1층에 작은 방이 하나 있다. 5㎡ 넓이로 사람 3명이 누우면 꽉 차는 곳이다. 이곳을 홍익대 총학생회와 학내 건축공사 동아리가 함께 리모델링을 했다. 이 공간은 바로 학교 청소노동자들을 위한 휴게실이었다. 학생들은 기부를 통해 공사비를 마련해 페인트칠을 다시 하고, 전기온돌판넬을 깔았으며, 냉장고를 교체하고 공기청정기를 달았다. 이 학교의 청소노동자 김모씨는  “학생들 고생하는 걸 보니 마음이 아프다. 마음 써주는 게 참 고맙다”고 말했다. 

*화재 속에서 독거노인 구한 불법체류자의 이야기

니말은 한국에 온 38살의 스리랑카 인이다. 그는 지난 2월 10일 오후 1시 10분경, 경북 군위군 고로면 소재의 어느 주택에 발생한 화재를 목격했다. 그때 화재가 난 집안에는 독거노인 할머니가 갇혀있었다. 니말은 주저하지 않고 집으로 뛰어들었고, 화상을 입어가면서도 할머니를 구조했다. 이후 니말은 LG복지재단이 수여하는 LG의인상을 받았고, 보건복지부 심사를 통해 ‘의상자’로 선정됐다.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그는 구조 당시 “겁이 났지만 스리랑카에 있는 엄마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더 놀라웠던 건, 당시 그가 불법체류자였다는 사실이다. 다행히 니말은 법무부의 조치에 의해 “불법체류 벌금을 면제받고 치료비자(G1)”를 받게 되었다.

*춘천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위해 분담한 돈의 액수

어떤 아파트에서는 관리비 상승을 막고자 경비실의 근무 여건 개선을 반대한다. 하지만 지난 6월 소개된 춘천의 한 아파트에서는 입주민들이 돈을 분담해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했다.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결정한 입주자대표회의는 이후 설치와 관리 비용을 계산했다. 그 결과 “ 각 세대가 에어컨 설치비 2,700원을 나눠내고, 매달 전기료 260원씩만 부담하면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입주자대표회의측은 처음부터 모든 입주민이 동의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안내문을 각 가정에 발송하고 협조를 구한 결과 “주민 항의 등 반대 여론이 없었다”고 밝혔다.

*어느 한국 대학생이 디자인한 개발도상국 아이들을 위한 ‘책상'(인터뷰)

디자인을 전공하는 이하영씨가 만든 ‘책상’은 지난 7월, 미국에서 먼저 알려졌다. 이 책상의 이름은 ‘레터 데스크’(Letter Desk). 인도 여행 도중 길거리에 웅크리고 앉아 숙제하는 아이들을 봤던 그는 이후 쉽게 접을 수 있고, 비용이 저렴한 이동식 책상을 디자인했다. 이후 한국에서도 이 책상은 크게 화제가 됐다. 이하영씨는 당시 인터뷰에서 “ 프로젝트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아서 크라우드 펀딩이 진행되거나, 후원기업이 나타난다면, 인도 및 중국, 동남아 등에서 책상없이 공부를 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상을 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서울시향이 발달장애아를 위한 특별한 연주회를 준비하게 된 사연

지난 7월22일에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의 정기연주회가 열렸다. 그런데 공연 도중 객석에 앉은 아이 한 명의 비명소리가 공연장에 울려퍼졌다. 청중과 연주자들이 동요하는 사이 아이의 부모는 급히 공연장에서 퇴장했다. 이후 알게 된 사연은 이 아이가 자폐 아동이라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노승림 음악칼럼니스트가 국민일보에 쓴 칼럼을 통해 알려졌다. 그리고 이 사연을 접한 서울시향은 당시 공연장을 찾은 자폐 아동 가족뿐만 아니라 많은 발달 장애아와 그 가족을 위한 공연을 기획했다고 한다.

*호수에 빠진 사람을 구조한 고등학교 수영부 학생들(영상)

11월 1일 오후 4시경, 강원도 춘천시 송암동 의암호에 차량 한 대가 빠졌다. 당시 차량에 있던 여성 운전자는 창문을 열고 빠져나왔다. 하지만 물에서 나오지는 못하고 있던 상황. 당시 목격자들은 소리를 지르며 안타까워 했다. 그런데 이때 누군가가 물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구조대가 아니었다. 근처에서 운동을 하고 있던 강원체육고등학교 수영부의 최태준, 김지수, 성준용군이었다. 당시 인터뷰에서 최태준 학생은 “주변 사람들은 그냥 가만히 서 있고 영상만 찍고 있길래 그래서 저희는 운동선수고 수영도 배웠고 용기가 생겨서 저희가 아니면 못 구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포항의 한 호텔이 수험생 가족에게 무료로 객실을 제공했다

지난 11월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됐다. 시험은 연기됐지만, 지진 피해를 입은 가정의 수험생들의 걱정은 더 컸다. 당장 잠을 잘 곳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시험공부를 할 수 있는 장소를 찾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 수험생들과 그 가족을 위해 포항의 한 호텔은 아예 객실을 기부했다. 호텔의 이름은 베스트웨스턴 포항호텔. 이 호텔은 16개 객실을 4박 5일동안 기부했을 뿐만 아니라, 수능시험 당일 수험생들을 위해 점심 도시락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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