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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의 분노의 뿌리는 식민주의임을 내가 간과했던 이유

  • 김도훈
  • 입력 2017.12.22 06:01
  • 수정 2017.12.22 06:02
COX'S BAZAR, BANGLADESH - DECEMBER 02: Mumtaz Begum, 30, becomes emotional as she touches the wounds she received when the military set her house on fire after raping her, on December 2, 2017 in Cox's Bazar, Bangladesh. She fled to Bangladesh shortly after the August 25th attack from Tula Toli village in Myanmar. She fled to Bangladesh shortly after the August 25th attack. She says that one night the military attacked her village and burned homes. Everyone ran and hid but the military found them
COX'S BAZAR, BANGLADESH - DECEMBER 02: Mumtaz Begum, 30, becomes emotional as she touches the wounds she received when the military set her house on fire after raping her, on December 2, 2017 in Cox's Bazar, Bangladesh. She fled to Bangladesh shortly after the August 25th attack from Tula Toli village in Myanmar. She fled to Bangladesh shortly after the August 25th attack. She says that one night the military attacked her village and burned homes. Everyone ran and hid but the military found them ⓒAllison Joyce via Getty Images

먼 곳에서 수십 년 동안 군부 지배를 받은 미얀마(버마라고도 불린다)를 지켜본 버마계 미국인인 나는 내가 태어난 나라의 상황이 더 나빠지지는 않을까 우려했다. 오랫동안 고립주의를 지켜온 미얀마가 민주화되기 전에 광범위하게 폭력이 터져나올 수 있겠다는 걱정도 들었다. 그러나 몇 년 전 평화로운 민주화를 시작했을 때, 나는 미얀마가 기적적으로 큰 혼란없이 민주주의를 향해 가고 있길 바랐다. 그러나 올해 있었던 사건들을 보면 내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다.

내가 잘못 판단한 가장 중요한 지점은 오랫동안 압제를 가해 온 버마 군부의 분파주의적 성격, 민족 및 종교 소수파에 대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탄압을 과소평가한 것이었다. 로힝야족을 비롯하여 여러 집단들이 탄압받고 있다. 수십 년의 군부 통치 기간 중 미얀마 국내외의 많은 버마인들에게 있어 가장 큰 위협이자 연대해서 맞설 공동의 적은 군부였다. 군부는 의견을 달리하거나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민족과 종교에 관계없이 누구나 무자비하게 표적으로 삼았다. 군부가 통치 기간 내내 소수집단에게 가했던 탄압은 여기에 교묘하게 가렸다.

미얀마는 다양한 민족과 종교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수세기 동안 공존해온 곳이다. 19세기 상당기간 동안 버마를 식민지로 삼았던 영국은 저항을 약화시키고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민족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분할통치’ 정책을 썼다. 인도 아대륙에서 버마로 이민하는 것도 장려했다. 이들에게 식민지를 관리하고 상업을 맡겨, 버마 대다수의 정치 및 경제력을 최소화했다. 한편 영국 선교사들은 소수 민족들을 일부러 노려 기독교로 개종시켰다. 버마 내에서 불교의 힘을 약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영국은 정치, 경제, 종교, 문화적으로 버마족의 영향력을 크게 빼앗았다. 그 상처는 지금도 남아있고, 군부의 공격적인 민족주의가 미얀마의 불교도들과 버마족들 상당수에게 공감을 얻는 이유를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주제에 대해 버마인 친구와 가족들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의 상당 부분은 이 상처를 보여주며, 미얀마를 외부인에게 다시 잃을지도 모른다는 심한 공포도 드러난다. 그게 로힝야족 ‘침입자’들이든, 영국 식민 지배자들이든, 미얀마의 내정에 또다시 개입하려 하는 다른 서구 세력이든 간에 말이다. 미얀마의 불교 정체성이 희석될지 모른다는 불안은 이슬람 혐오 정서를 키우며, 로힝야족과 같은 무슬림들이 미얀마에 ‘들끓게 될 것’이라는 비이성적 우려를 낳는다.

버마 군부는 집권 내내 불교적 국수주의를 내세웠으며, ‘타잉 인 타르’, 즉 식민화 전부터 미얀마에 있었던 것으로 간주되는 민족들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표면적으로는 식민주의의 잘못을 바로잡고 미얀마를 식민지 이전 상태로 되돌린다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이런 국수주의는 카렌족, 카친족, 친족, 카야족 등 소수 집단의 저항을 억누르는 것을 손쉽게 정당화해주었다. 반면 군부 정권은 로힝야족에겐 다른 역할을 떠맡겼다. 다른 민족들은 타잉 인 타르로서 정복과 강제 편입을 당한 반면, 로힝야족은 버마의 정체성에서 아예 제외되었다. 군부는 로힝야족을 식민지 시절 미얀마로 이주한 다른 남아시아인들과 하나로 뭉뚱그렸다. 그래서 미얀마 라킨주에 수세기 동안 살아왔던 로힝야족은 타잉 인 타르에서 제외되었고, 그들의 나라인 미얀마에서 영원한 외국인으로 간주되었다.

나는 로힝야족에 대한 탄압이 심해지는 동안 급진 불교단체 마바타가 부상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동안 나는 그들의 강경한 시각은 널리 지지받지 못하는, 목소리만 큰 일부 과격주의자들의 운동이라고 분리해서 생각했다. 미국 진보주의자들이 도널드 트럼프가 작년에 대선에서 승리하기 전까지 백인 국수주의자들에 대해 생각했던 방식과 비슷했다. 마바타의 편협함이 그저 소수 극단주의자들만이 아닌 미얀마 불교도 상당수들에게 먹힌다는 것이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명백해졌다는 걸 너무 늦게야 깨달았다. 불과 십 년 전만 해도 미얀마인들은 군부에 맞서 뭉쳤지만, 영국이 시작하고 군부가 써먹은 분파간의 갈등이 슬프게도 고개를 들었다. 시민 사회 활동가들의 주장대로, 미얀마의 침묵하는 다수가 밖에서 보기보다는 더 로힝야족에 동정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난 그게 사실이길 바란다. 그렇다 해도 불교 급진주의자들이 조성하는 편견이 미얀마의 주류가 되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미얀마의 소수 집단 억압을 뚜렷이 이해하는 과정은 몹시 고통스러웠으며, 미얀마 바깥에서 이를 지켜보는 버마인들은 자신의 민족과 종교 배경과는 무관하게 모두 충격을 받아 마땅하다. 로힝야족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우리가 사는 나라에서 소수에 속한다. 이민자로서, 또 이민자의 자녀로서, 우리는 고향에 있으면서도 외국인으로 비춰지는 게 어떤 것인지 이해한다. 미국에서 인구 대비 가장 큰 버마인 커뮤니티가 있는 인디애나주 포트 웨인의 한 빨래방이 ‘버마인 금지’라고 써붙여 두었던 것처럼, 우리는 인종 편견과 차별의 대상이 되어 보았다. 서구의 버마인들은 현재 서구를 휩쓰는 외국인 혐오를 예민하게 의식하고 있다. 우리가 이런 환경에서 취약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미국이 입국을 금지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자, 미국에서 태어났고 미얀마에는 가본 적도 없는 7살 먹은 내 아이가 우리가 ‘버마로 돌아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로힝야족이 버마 군대에 의해 경험한 충격적인 잔혹함에 비하면 우리가 마주치는 모든 편견은 새발의 피에 불과하지만, 원주민 보호주의가 밀려드는 와중에 소수자로 매일매일을 살아간다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살기로 선택한 나라에서 우리는 로힝야족에 가깝다. 한편 지금도 미얀마에서 우리는 로힝야족을 괴롭히고 있다.

허핑턴포스트US의 The Colonial Roots Of Myanmar’s Rage Against The Rohingya And Why I Didn’t See It Earlier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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