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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월세 살 때 유의해야 할 점

임대 기간은 보통 1년인데 매월 임대료의 한두 달분을 보증금(야진 押金)으로 선지급합니다. 보증금이니 계약 기간이 끝난 후에 돌려받아야 하지만 집주인이 집과 가전·가구의 상태를 확인한 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보증금을 감액하거나 전액 돌려주지 않기도 합니다.

텔레비전 1,000위안

냉장고 1,000위안

히터겸용 에어컨 700위안

세탁기 500위안

소파 300위안

학교 기숙사를 벗어나 처음으로 임차했던 중국의 아파트 계약서 일부입니다.

중국에선 아파트나 건물을 크게 마오피[毛坯], 콩팡[空房], 징주앙[精装]의 형태로 분류하여 임대합니다. 마오피는 구조물만 완성되어있을 뿐 인테리어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집이고, 콩팡은 인테리어는 완성되어 있지만 가전·가구가 비치되어 있지 않은 집입니다. 마지막으로 징주앙은 가전·가구가 모두 완비된 집입니다.

임대 기간은 보통 1년인데 매월 임대료의 한두 달분을 보증금(야진 押金)으로 선지급합니다. 보증금이니 계약 기간이 끝난 후에 돌려받아야 하지만 집주인이 집과 가전·가구의 상태를 확인한 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보증금을 감액하거나 전액 돌려주지 않기도 합니다. 중국은 보증금 문화가 일반적인 터라 반환받지 못하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유독 집 보증금 문제로는 잡음이 많습니다. 때문에 제가 계약했던 풀 옵션 원룸의 보증금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계약서에 세부 항목을 첨부했던 것입니다.

대개 1년 치 임대료를 일시 지급하고 임대료를 낮추지만, 가전·가구의 상태로 임대료를 협상하기도 합니다. 집에 있는 물건 중 몇 가지는 필요 없다고 하기도 하고, 반대로 그 임대료에는 더 많은 가전과 가구가 비치되어 있어야 하니 에어컨을 설치해 달라고 하거나 신발장을 들여 달라고 하기도 합니다. 중개인과 임대인, 혹은 임대인과 임차인은 상의 후 요구조건을 받아들여 주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아파트 임대에서 크게 다른 점은 주차장 임대가 별도로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아파트는 빌렸지만 주차장은 빌리지 못한다니... 참으로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습니다. 임대인이 주차장도 가지고 있고 사용자가 없다면 편안하게 주차장까지 임대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마음에 드는 주차장의 주인을 찾아 나서거나 주차장 임대물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주차장 임대를 하지 않았더라도 아파트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주인이 없는 자리에 주차할 수 있지만 매일매일 메뚜기 신세를 면하기는 어렵습니다. 차를 사용하지 않는 가구의 입장에선 합리적인 정산 방법일 수도 있을까요? 생각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아파트를 둘러보러 간 날 고층의 탁 트인 전망에 큰 창으로 햇빛이 쏟아지는 걸 마음에 들어 하자 중개인은 가전 기구를 확인해 보라며 부추겼습니다. 텔레비전과 에어컨을 켜보고, 세탁기에 물을 받아 보고, 냉장고 위아래로 손을 넣어 차가운 정도를 확인했습니다. 싱크대와 욕실에서 뜨거운 물을 사용해보고, 화장실 변기 물을 내려보고, 서랍장과 옷장을 열어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푹 꺼진 소파 덕에 허리가 아프고, 낡은 세탁기는 한 달 만에 탈수가 되지 않았고, 가끔씩 하수구에서는 참기 힘든 냄새가 났습니다. 살아보지 않고는 모를 일이었고, 살다 보니 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사정상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해 보증금은 받지 못했습니다. 온돌 대신 옅은 라지에이터 열기로 겨울을 나며 손 시리고 발 시려워하며 한국 집을 그리워했지만 안전하게 잘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 볕이 잘 들던 그 집이 가끔은 생각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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