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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찾아올 때

성인이 되어서도 내가 자주 느끼는 감정은 슬픔이다. 예전에는 슬퍼지지 않으려고, 행복한 척하고 꿋꿋한 척, 씩씩한 척 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 감정을 온전히 느끼려 한다. 그 때마다 기꺼이 반겨준다.

  • 박지선
  • 입력 2017.12.21 10:58
  • 수정 2017.12.21 11:02

울보.

어렸을 때부터 잘 울었다. 특히 오빠랑 싸우다 보면 논리에서 밀리기 때문에 무조건 울어버렸다. 생떼를 쓰기도 하고 억지를 부리기도 하고. 무조건 울면 장땡이라고 생각했다.

싸울 때도 그렇지만 도움이 필요할 때도 불쌍한척하며 잘 울었다. 억울할 때도 울고, 서운할 때도 울고, 감동받아도 울고.

성인이 되어서도 내가 자주 느끼는 감정은 슬픔이다. 예전에는 슬퍼지지 않으려고, 행복한 척하고 꿋꿋한 척, 씩씩한 척 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 감정을 온전히 느끼려 한다. 그 때마다 기꺼이 반겨준다.

어쩔 땐, 그냥 시원하게 울어버리고 싶어서 슬픈 영화나 슬픈 음악을 찾아서 듣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떠오르는 사람이 있고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어제도 그러했다.

갑자기 슬픔이 찾아왔고, 나는 그 감정에 충실하며 슬픈 영화를 찾아 봤고, 나의 슬픔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문자도 남겼다.

"내일 아침 일찍 올 거지?"

내일 아침 일찍 출근해서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속상한 거 얘기하면서 울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상담을 하다 보면 우는 행위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다른 감정들을 느끼는 것도 불편해하지만, 갑작스럽게 터져 나오는 울음에 대해서도 당황해한다.

"상대방이 당황스럽지 않을까요?"

"불편해하는 것 같아요."

그들에게는 울면 안 되는 규칙들이 존재했다. 그러한 규칙들은 그들이 눈물을 보였을 때 남들이 부정적으로 피드백을 했던 기억들이 있기에 형성된 것이었다.

허나, 나는 슬픔을 느끼고 이를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좋게 작용할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 감정 정화의 한 측면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슬픔을 표현할 때, 우리는 타인으로부터 위로와 지지를 받을 수 있고 슬픔을 공유하며 관계가 더 깊어지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물론, 이 또한 어떤 이차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 사용하는 불순한 의도라면 긍정적으로 볼 수 없겠지만. 오로지 순수하게 내 감정을 타인과 공유하는 측면에서만 보자면 좋은 기회라고도 생각한다.

슬픈 땐 슬픈 감정을 함께 공유하여 위로받고

기쁠 땐 즐거운 감정을 공유하여 함께 기뻐할 수 있는 관계가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더 있을까 싶다.

* 이 글은 필자의 브런치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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