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에서 일어난 '눈사람 게이트'가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지난 11월 28일, 서울대 학생 커뮤니티인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는 충격적인 사진과 함께 제보 한 편이 게재됐다.
작성자는 이날 행정관 앞에 눈사람을 만들었다. 만들면서 "누가 부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잠시 하긴 했으나, 실제로 그것이 벌어지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점심을 먹고 돌아온 작성자가 본 광경은 처참했다. 눈사람은 부서져 있었는데, 그냥 부서진 게 아니라 머리와 몸이 분리돼 있었다. 머리는 몸에서 꽤 떨어진 거리에 던져져 있었다.
끔찍한 광경에 작성자는 "그 분 정신세계가 궁금하다"며 황당한 마음을 드러냈다.
지난 19일, 미결로 남을 뻔한 이 '눈사람 게이트'의 범인이 등장했다. 범인이 '대나무숲'에 자신의 죄를 직접 고한 것이다.
범인은 "정말 죄송하다. 눈사람 발로 찬 인성 망가진 사람이 저다"라며 "정말 죄책감이 많이 들었다"라며 사과했다. 이어 "잘못을 조금이나마 뉘우치는 의미에서 그 때 그 자리에 눈사람을 하나 만들었다"라며 "만드는 동안 정말 손이 시렵고 다리가 아팠다. 이렇게 공들여 만든 눈사람을 생각없이 발로 차 버린 스스로가 밉고 후회됐다"라며 진심 어린 사과의 뜻을 전했다.
범인은 "망가진 눈사람을 보고 허탈하셨을 눈사람 주인 분을 생각하니까 정말 가슴 한 켠이 미어졌다"라며 "혹여나 아직 속상한 마음이 있으시다면 본관 앞에 와서 이 눈사람을 차 달라"고 전했다. 또 "한 해 잘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뀨..."라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다.
이 게시물에는 "인성이 터졌다가 꿰메짐", "익스트림 리메이크 빌런" 등 숱한 댓글이 달렸다. 그 중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애초에 눈사람을 만들었던 제보자의 댓글이었다.
그렇게 '눈사람 게이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진심으로 사죄한 범인과 이를 너그럽게 용서한 제보자의 댓글로 훈훈하게 끝났다. 차가운 겨울을 따뜻하게 데워줄 미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