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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마약사범들을 ‘운동장 선고' 뒤 처형했다

중국 광둥성 루펑시의 공설운동장에서 16일 마약사범 등에 대한 공개심판이 진행됐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선고 뒤 즉시 장소를 옮겨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천명이 들어찬 공설운동장에 죄수 12명이 섰다. 마약 제조, 판매, 살인, 강도 등의 죄목이 적용된 이들이었다. 그들 중 10명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졌다. 무대 위에는 법원이 주최하는 ‘선고 대회’라는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10명은 곧장 사형장으로 옮겨져 처형됐다. 21세기 들어 세계 2대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에서 지난 16일 벌어진 일이다.

중국 광둥성은 최근 들어 마약 범죄에 대한 ‘불관용’ 처분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지난 6월에도 루펑시 법원은 18명에 대한 ‘공개 선고’를 한 뒤, 그 중 8명에 대해 즉각 사형을 집행했다. 지난 11월 '광저우일보'는 제양시에서 열린 공개 선고 행사는 1천명이 넘게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오늘날 중국에서 공개 처형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그렇기에 광둥성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중국 안팎의 이목을 끈다.

특히 지난 16일 루펑시에서 진행된 선고 관련 사진 및 동영상은 중국의 대표적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와 동영상 서비스 ‘먀오파이’ 등에서 공유되면서 삽시간에 중국 전역에 퍼졌다. 한 신문사가 게시한 영상은 조횟수가 300만을 넘었다. 죄수들이 무개차량에 태워져 이동하는 가운데 관중석 사람들이 손을 흔드는 장면도 있었다. 흐느끼는 소리도 들렸다. 운동장에서 생전의 마지막 모습을 보게 된 사형수 가족들인 듯했다.

광둥성, 특히 루펑에서 극단적 형태의 사법 절차가 진행된 배경엔 이곳이 마약 생산 및 유통으로 ‘악명’을 얻는 데 대한 당국의 심각한 위기감이 깔려있다. 루펑이 2014년 이후 동아시아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 마약 공급의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얼음(필로폰) 도시’라는 별명도 생겼다.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에서 소비되는 마약 가운데 3분의 1이 ‘나쁜 마을’로 알려진 루펑시 보서촌 및 인근 지역에서 생산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루펑 당국으로서는 공개 처형에 가까운 극약처방을 통해서라도 마약 근절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논리다. 중국국가마약금지위원회는 지난해 중국에서 압수된 마약의 양이 전년 대비 106% 늘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중국의 반인권적 상황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윌리엄 니 국제앰네스티 연구원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중국 당국이 인간의 삶과 존엄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것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많은 중국 누리꾼들은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이같은 선고 형태를 보며 “문화대혁명이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BBC는 사형 집행 횟수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중국에서 많은 이들이 사형 집행 자체에 불편한 심기를 느끼고 있다면서, 중국에서는 무고한 이들이 불리한 진술을 강요받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성폭행 및 살인 혐의로 체포돼 사형에 처해졌다가 10년 뒤 진범이 체포된 뒤 지난해 재심이 결정된 ‘녜수빈 사건’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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