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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교실 쓰자던 유시민 청원에는 이런 문제가 있다

지난 12일 유시민 작가는 청와대에 한 청원을 올렸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청와대에 직접 청원할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는 직업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며, 이름은 유시민입니다. 저는 초등학교의 여유 공간을 활용해 국공립 보육시설을 확충하는 정책 시행을 청원하려고 합니다.

역대 정부는 다양한 저출산 대책을 시행해 왔습니다. 저출산은 다양한 사회적 개별적 원인이 복합 작용해 생긴 현상이어서 한두 가지 대책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은 상식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젊은 부모들이 마음 놓고 필요한 시간만큼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을 찾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모두를 이 사실을 알기 때문에 출산을 더욱 망설이게 되는 것이지요.

취학 전 영유아를 가진 젊은 부모들은 공공보육시설 확충을 간절하게 바랍니다. 그런데 늘어난 국가부채와 낮아진 경제성장률로 인해 재정 여력이 소진된 탓에 정부는 짧은 시간에 공공보육시설을 많이 짓기가 어렵습니다. 부지를 마련하고 건물을 지으려면 많은 돈과 시간이 듭니다. 저는 학생 수 감소에 따라 생기는 초등학교의 여유 공간 일부를, 다시 말해서 지금 특활공간으로만 사용하고 있는 교실의 일부를 공공보육시설로 활용할 것을 청원합니다."

일주일이 지난 현재 이 청원은 6만 8천여 명이 동의하고 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유 작가의 청원과 관련해 "자신이 이미 대표발의한 법안"이라며 "소관 부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남인순 의원이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현재 이 법은 계류 중이다. 지난달 30일 법제사법위원회는 ‘초등학교 유휴교실을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용도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영유아보육법에 대해 “교육부, 교사, 학부모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안심사소위로 돌려보냈다.

법사위가 설명했던 대로 이 법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주로 보육 혹은 교육업에 종사하는 현직자들의 이야기다.

반대하는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보육과 교육은 서로 연계되어있기 때문에 보육시설이 부족한 곳은 대체로 교육시설도 부족해, 어차피 빈 교실이 없으며 빈 교실이 있는 경우는 반대로 보육시설이 크게 부족하지 않다는 점이다.

경기도 한 초등학교 근무하는 교사 권 모씨는 허프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동탄, 김포 같은 신도시 지역의 경우 한 학급당 학생 수가 40명 가까이 되는 경우도 있다. 빈 교실은커녕 학교가 지금 있는 학생 수도 감당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신혼부부가 밀집돼 있어 보육 수요가 이미 과포화 상태인 지역은 대체로 초등학교 과밀학급인 지역"이라며 "법이 만들어져도 수요가 해결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정욱 덕성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휴교실은 주로 학생 수가 급감한 농어촌 지역에 많은데 어린이집 수요는 대부분 대도시에 몰려 있다”며 “빈 교실을 어린이집으로 활용할 수 있게 법을 개정한다 해도 실효성이 적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두 번째는 '초등 교실'이 유아에게 적합한가에 대한 문제이다. 또 다른 현직 교사는 "교육과 보육은 다른 개념"이라며 유시민 작가의 청원을 비판했다. 그는 "초등학생과 유아에게 적합한 시설은 아주 다른 기준"이라며 "초등학생이 사용하는 운동장을 그대로 유아가 사용하기도 힘들고 설명한다. 그는 이어 "콘크리트 복도는 난방이 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고 계단은 쇠로 된 미끄럼 방지대가 달려있으며 이외에도 석면 천장, 나무 바닥 등 유아가 이용하기 부적절한 환경이 대다수인데 비슷하게 어리다는 이유로 한 학급에서 가르친다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유시민 작가는 본인의 청원 글에서 이에 대해“초등학교는 다른 어떤 시설보다 환경이 쾌적하다. 국가의 시설투자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초등학교 교실을 이용해서 만든 보육시설이 더러 있습니다. 종사자와 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들었다. 한 번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현실적인 지적도 있다.

한 보육담당자는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시민 작가의 설명처럼) 학교 유휴 공간에 설치된 어린이집은 전국 21개이며, 서울 유휴 공간 활용 어린이집 6곳은 학교 본관의 유휴 교실 활용 사례가 아니라 부수 건물에 위치해 있다"며 유휴교실 사용 사례가 아님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는 “어린이집은 병설유치원과는 달라 수면 공간도 필요하고 놀이 공간도 충분해야 한다. 학교와 다른 식단을 운영해야 하며 이에 따른 인력 수급 문제도 대두된다. 단순히 교실 하나를 리모델링하는 예산이 적게 든다고 해서 환영할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 11월 28일, 유휴교실을 국공립 보육시설로 활용하겠다는 법안에 이미 반대 논평까지 낸 상태다. 서울 교육청은 "외부자의 시각에서 보면, 저출산으로 인한 학생수 감축 등으로 학교에 많은 ‘유휴 공간’이 있을 것으로 여기지만, 서울의 경우 교과교실제, 초등돌봄교실, 공립유치원 및 에듀케어 학급 확대 등으로 인해 ‘유휴 공간’이 거의 없으며, 되레 급식실과 체육관 등 아직도 부족한 공간이 적지 않은 실정"이라며 "서울시교육청은 현임 교육감 취임 이후 지난 3년 동안 초등학교의 유휴 공간을 최대한 발굴하여 공립병설유치원 설립을 추진해왔기 때문에 가용 유휴 공간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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