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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의 새로운 경제적 가능성

비트코인으로 세상이 뜨겁다. 비트코인은 국가나 은행 등 공신력 있는 제3자의 중재 없이도 재화나 서비스의 거래를 효과적으로 중개할 수 있음을 입증하며 등장했다. 경제와 사회에 미칠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비트코인보다는 그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의 가능성이 크다.

  • 박종현
  • 입력 2017.12.19 10:58
  • 수정 2017.12.19 11:05

비트코인으로 세상이 뜨겁다. 비트코인은 국가나 은행 등 공신력 있는 제3자의 중재 없이도 재화나 서비스의 거래를 효과적으로 중개할 수 있음을 입증하며 등장했다. 그러나 비트코인 가격의 높은 변동성이나 최근의 폭등세는 화폐로서의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가격이 안정되더라도 '보편적 교환가능성'의 기반이 없어 본격적인 화폐로 성장하기는 어렵다.

경제와 사회에 미칠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비트코인보다는 그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의 가능성이 크다. 블록체인은 수많은 개인들이 거래나 특정한 정보를 기록하고 인증하는 분산 장부다. 각종 정보를 코드로 전환하는 데 수학적 암호풀이가 활용되며 그 기록이 수많은 컴퓨터들에 분산·보관되고 다수의 동의 없이는 변경할 수 없어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블록체인은 모든 종류의 정보를 새겨 넣고 안전하게 보관해 신뢰를 만들어낸다. 사람들은 '중개인'들에게 구전을 '뜯기지' 않고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이 분산 장부는, 사업상의 계약을 담고 쌍방이 합의한 조건이 충족되면 그 계약을 자동으로 이행하도록 프로그래밍된 '스마트 계약'을 통해 경제활동과 회사의 형태를 바꿀 수도 있다. 기업이 스마트 계약들의 집합체로 재구성되고 기존의 회사와 산업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파괴적 혁신'이 진행된다.

블록체인은 사물 인터넷의 잠재력을 극대화시킴으로써 인간 대신 기계가 경제활동을 펼치는 세상도 만들 수 있다. 기계에 고유한 신원을 부여하고 스마트 계약을 프로그래밍하면 이들이 스스로 사업을 벌일 수 있다. 스마트 계약의 지시를 받은 자율주행차가 손님을 태우고 다니다가 '이더리움'으로 받은 요금으로 수리를 받고 앞으로의 수요를 예측해 무인주차장에 머무르거나 다른 도시로 이동하면, 남는 수익은 사람이 챙겨 간다.

블록체인 개발자들이 꿈꾸는 세상은 국가의 간섭이나 통제에서 벗어나 개인들이 분산 원장에 기초한 자생적 신뢰를 기반으로 계약을 맺고 거래를 통해 부유해지는 세상이다. 그런데 정부가 민주적이지 않고 개인이 도덕적이지 않다면 약자의 처지를 더욱 악화시킬 위험도 크다. 스마트 계약이 내장된 스캐너를 탑재한 보안로봇이 지급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자유와 풍요의 자동문 바깥으로 몰아내는 공상과학영화 속 디스토피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블록체인이 주는 신뢰와 협동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라는 근본적 문제도 있다. 블록체인은 분산 장부와 스마트 계약의 자동화를 통해 기록물의 진실성과 계약 이행에 관한 신뢰를 제공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신뢰 자체를 불필요하게 만든다. 그리고 자생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인류에게 대규모의 협력을 가능케 할 '증강된' 힘도 부여한다. 하지만 스마트 계약과 기계에 판단을 위임한 이때의 인간은 감성과 지성과 이성에 기초해 사회적 분업을 행하는 호모사피엔스보다는 페로몬 교환을 통해 본능적으로 협력하는 곤충에 가깝다.

블록체인은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경제적·사회적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속도전의 문제로 접근하지는 말자. 블록체인은 기술과 시장의 문제이지만, 동시에 사회와 윤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쌓아왔던 제도들을 자동화된 코드들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기계의 소유권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인간의 진짜 신뢰와 협력의 기풍은 어떻게 함양할 것인지, 우리는 어떤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며 무엇에서 삶의 보람을 얻으려 하고 어떤 존재가 되고자 하는가에 관한 다방면의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글은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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