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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청와대에도 '강철비'의 곽도원이 있을까?

  • 강병진
  • 입력 2017.12.18 06:36
  • 수정 2017.12.18 06:38

*영화 '강철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강철비’의 주인공 중 한 명인 곽철우(곽도원)는 다소 생소한 직업의 캐릭터다. 남북대치상황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흔히 주인공으로 설정되지 않았던 직업이란 이야기다. 그는 ‘의형제’의 한규(송강호)나 ‘쉬리’의 유중원(한석규) 같은 국가정보원 요원이 아니다. 또 특수부대 요원도 아니고, 경찰도 아니며 기자도 아니다. 영화 속 곽철우의 직함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다.

남북관계를 그린 한국 첩보영화에 등장한 주인공의 리스트를 열거해 볼 때, 곽철우는 꽤 고위직에 속할 것이다. 그는 대통령에게 바로 의견을 전할 수도 있고, 국가안보회의에도 참석할 수 있다. 조직에서 버려진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에게 여러 협상카드를 제시할 수 있는 것도 그의 직함 덕분이다. 두 사람은 남북 사이의 전쟁을 막기 위해 손을 잡는데, 이때도 곽철우의 직위는 상당히 큰 역할을 한다. 아마도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궁금했을 것이다. 실제 지금 청와대에도 곽철우와 같은 외교안보수석이 있다면, 그는 누구인지 말이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외교안보수석실’의 장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에서는 김병국, 김성환, 천영우 등의 인사가 외교안보수석을 맡았다. 여러 기사에 언급된 내용 중 하나는 아래와 같다.

“국정원에서 대화록 발췌본을 각각 전달받은 당사자인 김성환 외교안보수석과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 등이 조사 대상이다. 특히 김 비서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김병국-김성환-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이 자리를 바꾸는 동안 꾸준히 통일·외교안보 라인을 지켜온 ‘실세’라는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선 그가 모종의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 한겨레 2017년 11월 7일, ‘MB청와대 외교안보실·남재준 전 국정원장 수사 불가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청와대 비서실에도 외교안보수석은 있었다. 지난 2월 SBS의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의 대통령 비서실은 장관급인 대통령 비서실장과 차관급인 10명의 수석비서관(정책조정·정무·민정·외교안보·홍보·경제·미래전략·교육문화·고용복지·인사)으로 구성”돼 있었다.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에도 여러 명의 외교안보수석이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동안 대통령 비서실 외교안보수석을 맡았던 김규현 수석은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10차 변론기일에 참석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한 바 있다.

“성수대교 붕괴사고 때 대통령이 탄핵됐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선진국가에서 대형 재난 사건을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고 하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없다.”

박근혜 정부의 초대 외교안보수석에는 주철기 전 한중국제교류재단 사무총장이 임명됐었다. 외교안보수석 이후 그는 외교부 산하 공공기관인 재외동포재단 신임 이사장이 되었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에도 외교안보수석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없다.

지난 5월 ‘한국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에 정책실장을 부활시켰고, 외교안보수석실은 폐지 후 국가안보실 2차장으로 통합시켰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비서실은 ‘비서실’과 ‘정책실’, ‘국가안보실’, ‘경호실’ 등 4개의 조직으로 개편되었다. 그리고 국가안보실의 2차장 아래에 외교정책 비서관, 통일정책비서관, 정보융합비서관, 사이버 안보비서관 등이 있다. ‘강철비’의 곽철우가 하는 일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에서 국가안보실의 비서관들이 하는 셈이다.

현재 국가안보실 2차장은 남관표 전 스웨덴대한민국대사가, 국가안보실장은 정의용 전 국회의원이 맡고 있는데, 두 사람의 나이를 볼 때, ‘강철비’의 곽철우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이들 아래의 비서관들이 곽철우의 연배일 듯. 현재 국가안보실 2차장 소속 비서관 가운데 '외교안보수석'과 그나마 비슷한 직함을 가진 건, 외교정책비서관실의 외교정책비서관이다. 현재 이 비서관을 맡고 있는 이는 신재현 전 주샌프란시스코대한민국총영사관 총영사로 그의 나이는 현재 53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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