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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백남기 농민, 입학 49년만에 중앙대 명예졸업장

ⓒ백도라지/한겨레

2015년 민중총궐기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투병하다 숨진 고 백남기 농민이 중앙대학교에 입학한지 49년만에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중앙대학교는 16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대학원 건물 5층 회의실에서 ‘백남기 동문 명예학사학위 수여식’을 진행했다. 수여식에는 백남기 농민의 부인 박경숙씨, 큰딸 백도라지씨등 유족과 김상곤 사회부총리, 더불어민주당 김영진·노웅래 의원이 참석했다. 참여연대, 카톨릭농민회,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시민사회단체도 함께했다.

수여식에서 김창수 중앙대 총장은 “평생을 가장 낮은 곳에서 겸손한 삶을 살면서 의와 참을 실천한 백남기 농민을 기린다”며 “민주화 운동으로 투옥과 제적을 당해야 했던 여러 동문을 지켜내지 못해 학교를 대표해 사과드린다”고 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또한 “이 땅의 민주주의와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평생 불의에 맞서 싸우다 공권력에 의해 안타깝게 희생된 ‘백남기 농민 열사’를 기린다”면서 “고인이 사고를 당한 후 진상 규명·책임자 처벌과 농업 자주화 운동에 힘쓴 농민과 활동가 등 시민사회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고인의 약력소개와 함께 명예졸업증서·공로패 수여식이 진행됐다. 아버지 대신 명예졸업증서를 받은 딸 백도라지씨는 “아버지께서 종종 중앙대 얘기를 하셔서 선후배들이랑 잘 지내셨을 거라 짐작하지만, 이제 계시지 않으니까 맞냐고 물어볼 수는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백씨는 이어 “아버지께 졸업장 받는 기분도 여쭤볼 수가 없지만, 아마 하늘에서 기뻐하실 것 같다. 학교라는 빡빡한 시스템 안에서 이례적인 명예 수여식 자리를 마련해 준 아버지 동문들과 학교관계자들, 이 자리를 찾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1947년 전남 보성군에서 태어난 백남기 농민은 광주서중·광주고를 졸업하고 1968년 중앙대학교 행정학과에 입학했다. 백씨는 1971년 대학에 무장군인을 투입하는 ‘위수령’에 항의하는가 하면, 1975년에는 교내 유신 철폐 시위를 주도하다 두 차례 제적을 당했다. 백씨는 1980년에 복학해 총학생회 부회장을 맡아 교내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지만, 1980년 계엄군에 체포되면서 5·17 계엄포고령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퇴학 처분을 당했다. 백씨는 1981년 석방된 뒤 고향으로 돌아와 가톨릭농민회 전남연합회장·전국 부회장을 역임하며 농촌살리기 운동에 힘썼다.

백씨는 2015년 11월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했다가 경찰 물대포에 맞아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서울대학교병원에서 317일간 투병하다 지난해 9월25일 숨을 거뒀다. 정부는 약 1년 뒤인 올해 9월19일 공식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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