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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FCC가 끝내 '망중립성 규제'를 폐지했다. '자유로운 인터넷'을 죽였다.

  • 허완
  • 입력 2017.12.15 05:20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끝내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했다.

FCC는 14일(현지시각) 망중립성 규제 폐기 최종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공화당 추천 FCC 위원 3명이 찬성표를 던져 이 안건은 3대2로 통과됐다.

이에 따라 AT&T나 버라이즌, 컴캐스트 같은 통신사들, 즉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가 특정 트래픽의 속도를 늦추거나 아예 특정 트래픽 접속을 차단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오바마 정부가 2015년 제정한 망중립성 규제가 2년 만에 폐지된 것.

이날 표결에 부쳐진 폐기안은 통신법상 인터넷 액세스의 성격을 '공공서비스(타이틀2)'에서 '정보서비스(타이틀1)'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터넷망을 전기나 수도처럼 공공 서비스로 분류했던 규제를 풀어 사업자(ISP)가 원하는 대로 인터넷망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로써 ISP가 인터넷망을 오가는 트래픽에 우선순위를 부여해 속도를 더 빠르게 하거나 반대로 특정 트래픽(서비스·앱 등)의 속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특정 트래픽을 아예 차단한 뒤 추가 요금을 내도록 하는 일도 가능해진다.

ISP가 자신들이 소유한 자회사의 트래픽을 우대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버라이즌이 넷플릭스의 트래픽 속도는 떨어뜨리고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신들의 자회사인 파이오스의 트래픽은 속도를 빠르게 할 수도 있는 것.

허프포스트US는 이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따라서 예를 들어 컴캐스트는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데이터 과다 사용을 이유로 추가요금을 요구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AT&T는 특정 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아예 차단할 수도 있다. 또는 허프포스트의 모회사인 Oath를 소유한 버라이즌이 고객들에게 허프포스트 콘텐츠를 볼 때는 데이터 요금을 매기지 않는 일도 가능해진다.

(허프포스트US 노동조합은 산별노조인 동부미국작가조합(WGAE)에 소속되어 있으며, 망중립성을 지지하고 이번 폐기안에 반대한다.) (허프포스트US 12월14일)

아지트 파이 FCC 위원장은 "통신사업자는 자본주의 시장 원칙에 따라 유·무선 통신망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망을 ISP의 '사유재'로 보는 것이다. 그는 이번 결정의 수혜자로 꼽히는 ISP 중 하나인 버라이즌 출신이다.

상원의원 에드 마키(민주당, 메사추세츠)는 다른 15명의 동료 의원들과 함께 FCC의 이번 결정을 법적으로 다투겠다고 밝혔다. 의회의 검토를 받도록 해 "FCC의 부적절하고 편향된 정책을 수정하고 인터넷을 대기업이 아닌 시민들의 것으로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FCC의 망중립성 폐기 결정이 당장 한국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4일 망중립성 규제를 폐기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에는 2011년 망중립성 원칙을 담은 규제가 처음 도입됐고, 2015년에 좀 더 구체화된 기준이 마련된 바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송재성 통신경쟁정책과장은 14일 "미국의 정책 변경이 글로벌 트렌드라고 보기는 이르다"며 한국 국내 통신정책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과장은 "(망중립성 원칙에 입각해 수립된) 국내 가이드라인을 당장 변경할 생각이 없으며, 유럽연합(EU)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미국의 정책 변경 과정과 영향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12월14일)

한국에서는 KT나 SK브로드밴드 같은 ISP가 관련법에 따라 '기간통신사업자'로 규정되어 있다. "공공의 이익과 국가산업에 미치는 영향, 역무의 안정적 제공의 필요성" 등을 고려해야 할 강제 규정이 있는 것. 망중립성 규제도 이를 근거로 시행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망중립성 규제를 유지하겠다고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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