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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싸움이 다 나쁜 건 아니다

서로가 자존심을 내세우며 상대를 비난만 하는 싸움을 하는 관계라면 서로가 이해받는다는 느낌을 전혀 못 받을 것이다. 허나 그런 상황에서 내가 느꼈던 서운함/억울함/두려움 등을 당연히 느꼈을 법한 감정이라며 상대가 인정을 해준다면, 방금 전에 있었던 복수심이나 분노는 눈 녹듯 사라지게 된다.

  • 박지선
  • 입력 2017.12.14 12:33
  • 수정 2017.12.14 12:41

"차라리 싸움도 안 하는 게 더 낫지 않아요?" 내 앞에 앉아 있던 사람이 묻는다.

"아뇨." 나는 확신에 차서 대답했다. "싸우고 나서 다시 봉합했을 때 오히려 관계가 더 끈끈해지고 신뢰도 깊어질 수 있어요."

서로가 의견이 맞지 않거나 마음이 달라서 다툼이 심해지는 상황인데, 그 순간에 상대가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 말을 한다면.

"그래, 네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겠다."

그 순간, 흔히들 말하는 '온전히 수용 받는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격한 감정이 오고 가는 상황 속에서 싸움의 대상인 그가 내 마음을 공감해 준다면. 그가 나를 진심으로 아끼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이는 서로가 즐거운 상태에서 공감을 해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갈등 상황 속에서의 공감은 내 자존심이나 내 속상한 마음보다 상대방의 마음을 더 귀하게 여길 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로가 자존심을 내세우며 상대를 비난만 하는 싸움을 하는 관계라면 서로가 이해받는다는 느낌을 전혀 못 받을 것이다. 허나 그런 상황에서 내가 느꼈던 서운함/억울함/두려움 등을 당연히 느꼈을 법한 감정이라며 상대가 인정을 해준다면, 방금 전에 있었던 복수심이나 분노는 눈 녹듯 사라지게 된다. 또한 상대방에 대한 신뢰나 애정은 더욱 커지게 되어있다.

이해받는 느낌, 수용 받는 느낌. 그 느낌을 언어적으로 표현하기에는 한계를 많이 느끼기도 하지만 아마도 이와 가장 비슷할 듯싶다.

10대 1로 싸우러 갔는데, 상대팀 10명 중에 강한 사람이 오히려 내 편을 들어줄 때의 느낌. 세상에 많은 사람이 내게 등을 돌리거나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여겨도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 한 명은 있다는 느낌. 그런 든든한 느낌이다.

그러니 갈등을 두려워하지 말자. 갈등으로 인해 오히려 우리의 관계가 더 가까워질 수도 있다. 대신, 그 갈등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그것이 관건이긴 하다.

갈등 속에서 서로를 비난하며 나의 상처만 부각시키는 감정싸움을 할 것인지, 아니면 나를 보호하면서도 상대도 존중할 수 있는 싸움을 할 것인지 말이다. 그 차이는 '상대방의 마음을 듣기 위해 내 자존심을 잠시만 거둬둘 수 있는가'의 여부에 달려있다.

지금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나는 궁극적으로 저 사람과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은가'에 대해서 말이다. 만약 계속해서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결론이 났다면, 갈등 상황에서 한 번만이라도 시도해보자. '내게는 당신의 마음도 소중합니다.'의 제스처를.

"너를 비난하려고 하는 건 아니야. 나도 서운하고 화났다고 얘기하고 싶었던 거야. 그런데 네 마음도 어떤지 듣고 싶어."

* 이 글은 필자의 브런치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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