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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고소한 배우가 공개석상에서 호소했다

검찰은 지난 7일 김기덕(57) 감독을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김씨가 영화촬영 현장에서 출연배우 A씨 뺨을 두 차례 때려 폭행한 혐의였다. 하지만 A씨가 폭행죄와 함께 고소한 강요, 강제추행치상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선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혐의없음’ 처분했다. A씨는 2013년 영화 ‘뫼비우스’ 촬영 당시 폭행과 더불어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스1'에 따르면, A씨는 14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검찰의 약식기소 및 불기소 처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블라인드 뒤편에 자리한 그의 목소리는 울분에 찬 듯 심하게 떨렸다고 한다.

A씨는 호소문 첫 문단부터 눈물을 쏟았다. 그는 "나는 4년 만에 나타나 고소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이 고소 한 번 하는데 4년이 걸린 사건"이라고 입을 열었다.

A씨는 "지난 2013년 사건 직후 나는 두 달 동안 집 밖에 나가지 못할 정도로 심한 공포에 시달렸다"며 "영화계 변호사, 지인들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지만 '세계적인 감독을 상대로 고소하는 것이 승산 있겠냐', '화는 나겠지만 그냥 잊으라'는 조언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트라우마라는 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며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행, 성폭력 사건 뉴스 기사를 접할 때마다 당시의 사건이 떠올라 고통을 겪는다. 누가 내 앞에서 손만 올려도 당시 폭행 충격이 떠올라 참을 수 없는 불쾌감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그는 “김기덕 필름 측은 여배우가 잠적했다는 거짓을 유포했다. 사건이 공론화 된 후 악플에 시달렸다. 협박에 가까운 글을 남긴 누리꾼 가운데서는 김기덕 감독과 인연이 있는 사람도 있었다”면서 “검찰은 다시 한 번만 사건의 증거를 살펴보고 억울함을 풀어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기덕 감독은 지난달 검찰 소환 조사에서 폭행은 인정했지만 연기를 지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사전에 협의 없이 남자 배우의 성기를 만지라고 강요한 것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김기덕 감독은 지난 8월 낸 공식입장문에서 "제가 직접 촬영을 하면서 상대배우의 시선컷으로 배우를 때렸거나 아니면 제 따귀를 제가 때리면서 이정도 해주면 좋겠다고 하면서 실연을 보이는 과정에서 생긴 일로서 이것도 약 4년전이라 정확한 기억은 아닙니다. 어떤 경우든 연출자 입장에서 영화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집중하다 생긴 상황이고 다수의 스텝이 보는 가운데서 개인적인 감정은 전혀 없었습니다"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A씨와 기자들 간 질의응답이 있었다.

-김기덕 감독을 고소하고, 이걸 공론화시킨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가?

“현재까지는 후회하지 않는다. 사건이 최종적으로 끝나야지 이 사건이 내 인생에 어떤 의미인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죽을 때까지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을지 아닐지도 알 수가 없다. 언론이 도와주셔서 이 사건이 내 인생에서 의미 있는 기억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부탁드린다. 나설 가치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할리우드에서는 미투캠페인(# MeToo) 등으로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고 심각성을 알리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미투캠페인은 세계적인 배우들이 굉장히 많이 앞장섰다. 나처럼 힘없는 배우가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이 사건을 계기로 더 많은 분들이 용기를 내고, 그런 시스템이 잘 갖춰지길 바란다.”

-고소장 접수 후 받은 압력이나 불이익은 없었는지?

“내가 받은 불이익은 김기덕 필름 측의 발표였다. 공식 발표를 통해서도 그렇고 SNS를 통해 내가 촬영 현장을 무단이탈을 했다는 걸 밝힌 스태프들도 있었다. 배우가 그것도 주연배우가 촬영장을 이탈하면 손해가 막심하다. 누가 그 배우를 쓰겠는가. 나 같은 무명배우는 이쪽에 발도 못 붙이게 만들었다. 내가 이 자리에 설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로 인해 아직도 괴롭다. 그런데 밥벌이조차 못하게 만들었다. 김기덕 감독이 무단이탈이라는 용어를 썼을 때 그게 배우에게 어떤 의미인지 과연 몰랐을까.”

-검찰 구형 소식을 듣고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충격적이고 두려웠다. 명예훼손이나 강요 부분에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했는데 이해가 안 됐다. 검찰에서 외면할까봐 많이 두렵다.”

-촬영현장에서 많이 두렵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얘기해줄 수 있는지?

“공포스러웠다. 감독은 첫 촬영 날부터 내게 좋은 감정이 아니었다. 나도 그걸 느꼈다. 연기지도를 했다고 했는데 난 구타를 당했다. ‘감정 잡게 할 거야’라고 한 뒤 갑자기 세 대를 때렸다. 두 대가 너무 아파서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였고 한 대는 손가락만 스쳤다. 그 뒤 카메라를 켠 뒤 ‘액션’을 외쳤다. 어느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거나 제재를 하지 않았다. 외로웠고 매니저도 없었다. 도대체 내가 김기덕 감독한테 무슨 잘못을 했기에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얻어맞아야 했나.”

-고소사실이 알려진 뒤 김기덕 측에서 온 연락은 없었는가?

“없었다.”

아래는 A씨 입장 전문이다.

저는 오랜 고민 끝에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오늘 이 자리에 나왔다.

저는 4년 만에 나타나 고소한 것이 아니다. 이 사건은 고소 한 번 하는데 4년이나 걸린 사건이다.

사건 직후 2개월 동안 거의 집 밖에도 못 나갈 정도로 심한 공포에 시달렸다. 2013년 6월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에 피해를 알렸다. 바운도 했고 변호사도 만났고 심리 상담 치료도 시작했다. 하지만 무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사건은 진행되지 않았다.

이후 영화계 변호사분, 지인 분들을 찾아가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했지만 세계적인 감독을 상대로 고소하는 것이 승산있겠냐, 화는 나겠지만 그냥 잊으라는 조언이 대부분이었다.

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트라우마란 것은 그렇게 쉽게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행, 성폭력사건뉴스 기사를 접할 때마다 저는 당시의 사건이 떠올라 고통을 겪는다. 심지어 누가 제 앞에서 손만 올려도 저는 당시의 폭행 충격이 떠올라 참을 수 없는 불쾌감에 시달린다.

제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판정을 받은 것은 2017년도로 사건 발생 4년 후다. 이에 강제추행치상으로 고소한 것이 타당하냐 묻는 분들도 계신다.

당시 저는 정신과에 다니면 진료 기록이 평생 남을까 두려워 병원에 가질 못했다. 병증을 겪고 있어도 정신과 질환은 당장 출혈이 있거나 거동이 불편한, 치료의 다급성을 요하는 경우가 아니기에 몇 년씩 방치되는 경우가 흔하다.

저는 지난 4년을 수치심과 억울함 속에서 방치된 채 보냈다.

녹취파일이 공개되면 아시겠지만 2013년 사건 발생 직후 저는 즉시 김기덕 감독님의 대리인 역할을 해 온 김기덕 필름 관계자 분께 사전협의 없이 강제로 남자 배우의 성기를 잡게 한 것과 폭행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 당시 김기덕 감독님은 "시나리오에 없는 것을 찍은 것에 대해 미안하다, 앞으로 절대 즉석에서 임의로 만들어서 찍지 않겠다", 심지어 대본까지 고쳐주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잠시 뒤 김기덕 필름 관계자는 갑자기 말을 바꿔 "감독님이 저에게 화가 났다. 돈을 조금 줄 테니, 이미 찍은 촬영분만 쓰거나 그것도 싫음 촬영을 접을 수밖에 없다. 둘 중 하나 선택하라고 통보했다.

저는 최종까지 김기덕 감독님과 의견 조율에 최선을 다했고, 결과적으로 저와의 촬영 중단을 결정한 건 김기덕 감독님이다.

저는 무책임하게 촬영장 무단이탈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기덕 필름 측은 언론에 배포한 공식 보도자료에서 "제가 일방적으로 출연을 포기하고 연락을 끊었다. 3회 차 촬영에서 오전 10시까지 기다려도 제가 오지 않자 피디가 저의 집 근처까지 와, 수차례 현장에 나올 것을 요청을 했지만, 제가 끝내 현장에 나오지 않았다는 구체적인 거짓말을 했고, 그의 스태프 역시 아시는 바대로 지난 8월 SNS를 통해, 여배우가 잠적했다는 등의 거짓을 유포했다.

녹취파일 마지막 부분, 저는 스태프가 저로 인해 잔금을 못 받을까 걱정 돼 그들이 잔금을 모두 받았는지 확인하는 녹취록까지 있는데 이게 어떻게 제가 잠적한 것입니까.

도대체 세계적인 김기덕 감독님이 무명의 힘없는 배우인 저에게 이렇게까지 하시는 이유가 과연 무엇입니까.

사건이 공론화된 후 저는 많은 악플에 시달렸다. 그중 저를 가장 고통스럽게 한 사건을 마지막으로 말씀드리며 호소문을 마치겠다. 한 달 가까이 반복해서 저의 실명과 신상을 인터넷에 유포하는 건 물론이고 언론에 제 신상을 제보하자는 협박에 가까운 댓글을 단 네티즌이 있었다.

경찰조사가 진행되자 그 네티즌은 제게 연락을 해 왔고, 저는 그분의 신상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분은 저보다 최소 15년 이상 데뷔가 늦은, 후배 영화 배우였다.

저는 그 분과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다. 오히려 그 분은 김기덕 감독님과 인연이 있는 분이었다.

정말 비참하다. 그들에 비하면 저는 명성도 권력도 아무 힘도 없는, 사회적 약자다. 게다가 저는 사건의 후유증으로 배우 일도 접었다. 같은 여자 연기자로서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지, 제가 영화계의 힘 있는 유명 배우였어도 그런 수모를 제게 줄 수 있는지, 그 여성 배우에게 묻고 싶다.

또한 저와 함께 촬영현장에서 함께 연기했던 모 배우는 "어떤 분이 촬영하다 나갔다는 얘기만 들었다. 나조차 그 분을 직접 뵌 적이 없다"는. 왜 굳이 이런 거짓 인터뷰를 할 수밖에 없는지. 저는 그 개인을 탓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저는 이 분들과 원한 관계에 있지 않다. 아니 개인적으론 알지도 못하는 분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거짓말하며 이렇게까지 제게 가혹한 짓을 하는지 저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검찰은 다시 한 번만, 한 번만 더, 사건의 증거들을 살펴봐 주셔서 이 억울함을 풀어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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