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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 미국 백악관의 생각은 틸러슨 국무장관과 다른 것 같다

  • 허완
  • 입력 2017.12.14 09:37
U.S. President Donald Trump and Secretary of State Rex Tillerson look up during a Cabinet meeting at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U.S., November 20, 2017.  REUTERS/Kevin Lamarque
U.S. President Donald Trump and Secretary of State Rex Tillerson look up during a Cabinet meeting at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U.S., November 20, 2017. REUTERS/Kevin Lamarque ⓒKevin Lamarque / Reuters

미국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북한과의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파격 제안한 직후, 백악관이 미묘하게 상반되는 입장을 내놨다. 미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주무부처 수장의 발언에 무게가 실리지 않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13일(현지시각) “북한의 최근 미사일 시험발사를 볼 때, 지금은 분명 (대화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북한이 원할 때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던 전날 틸러슨 장관의 발언과 사뭇 배치된다.

이 관계자는 “북한 정권이 근본적으로 행동을 개선할 때까지는 북한과의 어떤 협상도 미뤄져야 한다는 게 정부의 일치된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국무장관이 밝힌 것처럼, (대화 조건에는) 추가 핵·미사일 실험이 없어야 한다는 것도 포함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전날 틸러슨 장관은 대화가 시작되려면 북한이 추가 도발을 중단하는 일종의 ‘평화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그 기간이 얼마나 지속돼야 한다는 뜻인지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일각에서는 ‘60일’이라는 추측도 있지만 틸러슨 장관은 직접 이를 부인한 바 있다.

그동안 틸러슨 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엇갈리는 의견을 밝혀왔다. 지난 9월 틸러슨 장관은 북한과의 대화채널이 존재하며, 북한의 대화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틸러슨 장관의 이름을 거론하며 북한과의 대화 시도는 “시간 낭비”라는 트윗을 올렸다. 공개적으로 면박을 준 셈이었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좋은 경찰’과 ‘나쁜 경찰’ 역할을 분담해 맡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내놨다. 그러나 상원 외교위원장인 밥 코커(공화당) 상원의원은 “그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 바 있다.

백악관은 틸러슨 장관의 이번 제안이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 하에 나온 것인지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여러 차례 경질설에 휘말려 왔던 틸러슨 장관의 말에 영 무게가 실리지 않는 분위기다.

전날 틸러슨 장관의 발언이 나온 직후 백악관 새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이례적으로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보내 북한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실제로 백악관 관계자들은 틸러슨 장관의 유화적 발언 톤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압박’ 정책을 지원해 줄 것을 동맹들에게 독려한 상황에서 틸러슨 장관의 발언이 동맹국들을 혼란스럽게 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

국무부는 한 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헤더 노어트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평화적인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신뢰할 만한 대화에 나설 의향이 있을 때 우리는 대화에 열려있다”고 말했다. 다시 ‘비핵화’가 전제조건으로 등장한 것.

노어트 대변인은 “북한이 지금 그런 종류의 대화에 임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볼 만한 근거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거듭 “틸러슨 장관이 새로운 정책을 내놓은 게 아니다”라며 “(대북)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국방부에서 아시아 전문가로 일했던 반 잭슨 뉴질랜드빅토리아대 교수는 NPR에 이렇게 말했다.

“일관성이 완벽히 결여되어 있다. 본질과 레토릭을 구분하는 데 있어 완벽히 무능을 드러내고 있다. (...) 지난 10개월, 11개월 동안의 맥락에서 볼 때 틸러슨 장관이 말한 걸 어떻게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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