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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대선개입' 구속영장 줄줄이 기각...왜?

법원이 ‘범죄 다툼 여지가 있다’는 점을 들어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개입 사건 관련자들을 석방하거나 구속영장을 잇따라 기각해 논란을 빚고 있다. 13일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의 구속영장마저 기각되면서, ‘윗선’까지 염두에 뒀던 검찰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줄줄이 영장 기각, 왜?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객관적 증거자료가 대체로 수집된 점, 주요 혐의 사실에 대한 역할 및 관여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는 점, 관련 공범들의 수사 및 재판진행 상황과 김 전 기획관의 주거 및 가족관계 등을 종합하면 구속사유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김 전 기획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명박정부 시절 국군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 전 기획관은 2012년 1월 비서관에서 기획관으로 승진한 직후 사이버사의 정치개입 활동과 관련된 업무보고를 받고, “군 사이버사령부 증원하라”는 이 전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하는 등 군 정치개입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 결과 청와대를 나오면서 군사기밀이 담긴 문건들을 들고나온 사실이 드러나 군사기밀보호법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원이 구속적부심에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 등 군 사이버사 사건 주요 피의자를 석방한 것이 이번 영장심사 결과에도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애초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고 구속됐던 이들이 구속적부심으로 석방되면서 법원의 스텝이 꼬인 것 같다”고 말했다. 범죄 혐의가 더 분명해 보이는 김 전 장관 등을 이미 풀어줬는데, 사실관계 입증이 더 복잡한 김 전 기획관을 구속하면 자기모순에 빠지게 될까 법원이 우려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윗선’ 수사에 어떤 영향?

법원의 이번 판단을 두고는 군의 정치·선거 개입이라는 심각한 반헌법적인 범죄에 대해 지나치게 안이한 기준을 적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헌법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별도로 군의 정치적 중립 준수(제5조 2항)를 규정하고 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국민들은 군이 선거에 동원됐다는 객관적 증거들이 다 나왔다고 보는데, 유독 법원만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여기기는커녕 오히려 다른 사건보다 관대하게 처분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이 전 대통령으로 거슬러 올라가려던 수사도 차질을 빚게 됐다. ‘군 정치개입’과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중 이 전 대통령의 관여가 좀 더 뚜렷한 쪽은 ‘군 정치개입’ 사건이다. 검찰은 2012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군 사이버사령부 군무원 증원을 독촉하는 내용이 담긴 ‘브이아이피 지시사항’ 문건 등을 확보했다. 하지만 군과 이 전 대통령의 ‘연결고리’인 김 전 기획관의 영장이 기각되면서, ‘퍼즐 맞추기’가 쉽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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