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오메가3 효과 없다는 교수가 '효과 없다'고 한 다른 약들

  • 김원철
  • 입력 2017.12.13 11:09
  • 수정 2017.12.13 11:17
Woman holding a glass of water and pills, detail
Woman holding a glass of water and pills, detail ⓒTijana87 via Getty Images

'오메가3' 지방산이 심근경색·뇌졸중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에 모두가 충격을 받고 있다. 이 연구는 국립암센터 명승권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 연구팀이 수행했다.

이 연구팀을 이끈 명승권 교수는 좀 특별한 이다. 그는 '메타분석' 전문가다. 개별연구를 진행하진 않고 다른 팀이 한 연구를 종합 분석만 한다.

'동아일보'는 명 교수의 연구방법론을 이렇게 설명한다.

의약 연구의 첫 단계는 실험실 연구와 동물실험이다. 여기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면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그런데 똑같은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으로 임상시험을 해도 ‘효과가 있다’ ‘효과가 없다’ ‘효과는 없고 부작용만 있다’ 등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메타분석은 이처럼 같은 주제에 대한 다양한 개별 연구 결과를 종합해 분석하는 연구 방법이다. 한두 편의 임상시험 논문만을 근거로 삼는 것보다 신뢰도 높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 최근 여러 임상의학 분야에서 질병의 예방, 진단 및 치료 권고안을 만드는 중요한 근거로 활용한다.

-동아일보, 명승권 국립암센터 교수 “건강기능식품, 효능 입증될 때까지 ‘식이보충제’로 불러야”

그가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 '건강기능식품'들이다. 사실 아래 열거한 것보다 좀 더 있다.

1. 비타민

명 교수는 2013년 30여편의 논문을 메타분석한 ‘비타민 및 항산화보충제의 심혈관 질환 예방에 대한 효능’이라는 연구를 통해 비타민과 항산화보충제가 심혈관 질환에 효과가 없고, 오히려 방광암의 경우 암 발생률을 1.52% 높인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 의학저널에 발표됐다. 이 연구로 2013 대한가정의학과 추계학술대회에서 대한가정의학회 학술상을 받았다.

그는 비타민에 관해 여러 연구를 했다.

명 교수가 2015년 2월까지 나온 관련 논문들을 분석한 또다른 연구를 보면, 비타민C 보충제가 뇌졸중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살펴본 임상시험은 4건으로 모두 3만2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는데, 이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비타민C 보충제는 뇌졸중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망막혈관질환의 치료 효과도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만 고혈압의 경우 비타민C 보충제가 높은 쪽 혈압을 4.9㎜Hg 정도 감소시켰다. 그러나 이 정도 효과는 운동을 하는 등 생활습관을 교정할 때 떨어지는 혈압 수치인 5㎜Hg보다 낮았다.

비타민C 보충제가 암 예방에 도움되는 것도 아니다. 그는 국제학회지에 발표된 비타민C 보충제와 암 예방의 관련성을 조사한 7편의 임상시험을 종합해 메타분석한 뒤 "음식이 아닌 보충제의 형태로 비타민C를 복용한 군과 위약을 복용한 군 사이에 암 발생률이나 암 사망률에 차이가 없다"고 결론냈다. 이 연구는 대한가정의학회 공식 SCI급 영문학술지인 Korean Journal of Family Medicine(Impact Factor 1.08) 2015년 11월호에 ‘Efficacy of vitamin C supplements in prevention of cancer: a meta-analysis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제목으로 실렸다. 명 교수는 이 논문으로 제26회 과학기술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2.글루코사민

그는 2012년 3월 '한겨레'에 기고한 '글루코사민, 관절염 예방효과 없다'는 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글루코사민과 콘드로이틴의 효과에 대해 세계적으로 발표된 총 37편의 임상시험결과를 종합 분석한 결과, 글루코사민이나 콘드로이틴의 경우 관절통 감소, 관절기능 향상 등에서 약간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왔다. 그런데 글루코사민이나 콘드로이틴 제조회사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은 연구 등에서는 통증 감소와 기능 향상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왔고 그 반대의 경우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결과를 통해 글루코사민 등은 관절염의 예방, 관절 통증 감소, 관절기능 향상 등에 효과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2012년 1월부터 글루코사민 성분의 관절염치료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3. 칼슘보충제

명 교수는 2013년 3월 '한겨레'에 기고한 '칼슘보충제, 심혈관질환 위험 높여'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지난달 4일 <미국의학협회지-내과>에는 칼슘보충제를 먹으면 심장 및 혈관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는 미국 캘리포니아 등 여러 주에 사는 38만여명의 50~71살 남녀를 대상으로 평균 12년 동안 관찰한 것이다. 연구 결과 남성의 경우 칼슘보충제를 먹은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견줘 심장 및 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20% 높았다. 하지만 칼슘보충제가 아닌 음식을 통해 칼슘을 섭취하면 남녀 모두 심장 및 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이 더 높아지지는 않았다.

이어 지난달 13일에는 칼슘 섭취 및 심장질환 발생 위험에 대해 6만여명의 스웨덴 여성을 대상으로 19년 동안 관찰한 연구 결과가 <영국의학저널>에 실렸다. 이 연구에서는 음식 및 보충제로 칼슘을 섭취하면 사망률과 심장 및 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이 1.5~2.1배 정도 높아졌다. 또한 음식으로 칼슘을 섭취하면 위험성을 높이지 않았지만 보충제로 섭취하면 사망률을 2.6배 높였다.

사실 이 두 개의 대규모 연구가 발표되기 전에도 칼슘보충제와 심장 및 혈관질환의 위험성에 대한 임상시험이 많이 있었다. 기존에 발표된 11편의 임상시험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가 2010년 '영국의학저널'에 발표됐는데, 여기서도 칼슘보충제를 먹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심근경색증의 발생 위험이 27% 높았다.

정리하면 칼슘을 음식으로 섭취하면 심장 및 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이지 않았지만 보충제의 형태로 먹으면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4. 한의학

명 교수는 한의학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제대로 된 임상실험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주간경향'과 한 인터뷰에서 '한의학에서 주장하는 수천년간 임상실험, 이것도 일종의 메타분석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라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 (한의학은) 수백수천년간 그런 정보를 선택적으로, 과장해서 정리한 것이다. 근거중심 의학에서는 임상실험 전 단계로 관찰단계를 거쳐 환자군 연구 단계가 있는데, 한의학은 이 약을 먹고 좋아졌다는 사람만 연구한 환자군 연구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침술, 뜸, 구황, 허브(한약), 기, 기도, 명상 등을 모두 보완대체요법으로 분류한다. 미국 국립보완대체요법센터에서 2000년부터 2011년 동안 1년에 1000억씩 10년간 1조원의 예산을 쓰고 이들을 하나하나 검증했다. 수백건을 임상실험한 결과 대부분 근거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그 결과를 권고안 형식으로 공개했다. 지금 인터넷에 들어가면 확인해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5. 홍삼

2016년 11월 명 교수팀은 국립암센턴 김정선 교수팀과 함께 1996∼2013년 17년간 국제학회지에 발표된 인삼·홍삼류의 섭취와 피로회복 및 체력향상의 관련성을 알아본 12편의 임상시험을 종합해 메타분석한 결과 "인삼과 홍삼이 체력향상에 뚜렷한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임상적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의학데이터베이스인 펍메드(PubMed), 엠베이스(EMBASE), 코크란 라이브러리(Cochrane Library)를 통해 문헌검색을 시행, 최종적으로 12편(미국 7편, 한국 2편 등)을 무작위 배정해 비교임상시험한 연구결과(총 630명의 대상자)를 종합해 메타분석을 수행했다. 그 결과 12편 중 4편의 임상시험에서는 인삼·홍삼류를 섭취한 사람들은 위약(가짜약)을 섭취한 사람들에 비해 약간의 피로도 감소가 관찰됐다. 그러나 8편의 임상시험에서는 체력향상에 별다른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명 교수는 “주관적 피로감은 약간 줄었으나 그 정도가 크지 않았고, 체력향상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혀졌다”며 "이번 연구에서 인삼류 섭취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피로회복에 약간의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단지 4편의 임상시험에 불과하다. 1편을 제외한 나머지 3편은 연구대상자 수가 40~80명대로 비교적 적었고, 우리나라 홍삼을 이용한 연구는 2편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보시다시피 명 교수는 대부분의 건강기능식품을 '디스'한다. 그가 문제삼는 건 섭취방법이다. 과일, 채소 등 음식을 통해 천연 비타민, 천연 항산화제를 섭취하면 암과 심혈관질환의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오메가-3도 등푸른생선 같은 음식으로 섭취할 때는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칼슘 역시 유제품, 녹색 채소, 뼈째 먹는 생선 등 음식으로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그는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흔히 ‘오렌지=비타민C’로 알고 있지만 오렌지엔 비타민C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성분이 함께 들어 있으며, 생선을 먹으면 오메가-3 말고도 여러 영양성분이 인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며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표준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적게 먹고, 다양한 과일과 채소를 먹어야 한다. 김치를 줄이고 다른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한다. 무엇보다 담배를 끊고 적절한 음주를 해야 한다. 싱겁게 먹는 것도 중요하다. 건강보조식품을 먹는 건 돈과 시간낭비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각종 비타민, 단백질, 칼슘, 칼륨, 나트륨, 인, 철 등 거의 모든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고 있다. 일부가 권장량보다 10∼20% 모자라지만 문제 될 게 없는 수준이다. 많이 부족하다고 알려진 비타민D는 적정 권장량을 놓고 갑론을박이 있다. 이렇게 영양 상태가 좋은 것은 식단이 채식 위주여서다. 세계보건기구는 건강을 위해 과일과 채소를 하루 400g 이상 먹으라고 권장하는데 우리는 더 많이 먹는다. 다만 김치의 비중이 높아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므로 좀더 다양한 색깔의 채소를 많이 먹으면 된다. 건강은 뭐 하나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동아일보, 명승권 국립암센터 교수 “건강기능식품, 효능 입증될 때까지 ‘식이보충제’로 불러야”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명승권 #오메가3 #비타민 #영양제 #건강기능식품 #라이프스타일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