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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와 벨기에 브뤼셀의 공통점

  • 구세라
  • 입력 2017.12.15 10:21
  • 수정 2018.02.09 11:54
ⓒGettyImages

비슷한 점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경기도와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1000년이 되었다는 사실. 1018년 (고려 현종)에 ‘경기’의 역사가 시작됐고, 비슷한 시기 먼 유럽에서는 브뤼셀이 만들어졌다. 특히 경기도의 나이는 2018년이면, 자그마치 1000살이 된다.

자, 천년 동안 이어져 온 장소라면, 놀라운 비밀 몇 가지는 숨겨져 있을 것. 그 1000년을 지킬 수 있었던 4가지 비법을 지금 확인해보자. 혹시 아는가. 예측 불가의 다음 1000년도 조금은 답을 찾을 수 있을지.

1. 여행지 핫스팟 : 천년 간, 사람들의 방문이 끊이질 않는다.

#’경기도’에는 1100년 된 은행나무

‘천년의 나무가 존재한다면, 당신은 그곳을 그냥 지나칠 수 있나요?’ 경기천년을 상징하듯, 경기도 양평 용문사에는 1100년 된 은행나무가 존재한다. 30년, 50년 인생에도 숱한 이야기들이 있는 법, 하물며 천년 넘게 버틴 이 나무에는 ‘신라의 마지막 세자가 나라 잃은 슬픔을 안고 심었다는 둥' 많은 설이 전해진다. 신라가 멸망하며 심어졌다는 이 설이 가장 유력한 이유는, 내년이면 고려 건국도 1100년이 되기 때문이다. 신라에서 고려로 넘어가 지금의 대한민국이 되기까지 1100년, 용문사 은행나무도 그 세월을 고스란히 함께 했다니! 더욱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겠지?

#’브뤼셀’에는 700년 된 광장 ‘그랑폴리스’

그만큼 오래된 건 아니지만 벨기에 브뤼셀에도 1300년대에 지어져 관광객들이 가장 처음 방문하는 곳이 있다. ‘그랑 폴리스’인데, 큰 광장을 뜻한다. 주변에 대형 시장이 생기며 예술적 건축물들이 둘러싸인 형태로 발달했다. 근처에 있는 오줌싸개 동상(Manneken Pis) 역시 많은 스토리텔링이 깃든 유물로, 외국의 원수가 벨기에를 방문할 때 오줌싸개 동상의 옷을 만들어오는 관습도 이어져 오고 있다. 실제로 옷을 입고 소변을 누는 모습은 꽤나 흥미롭다.

#’라이프치히’에는 800년 된 ‘성 토마스 교회’

천년의 도시가 또 있다. 경기도보다 2년 앞서 천년을 맞이한 독일 라이프치히의 자랑, 성 토마스 교회. 이곳에 가면, 문화와 예술의 도시답게, 800년 노하우를 계승해온 성 토마스 합창단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특히 바흐가 음악감독을 맡으며 그 명성이 더욱 굳건해졌다고. 이외에도 라이프치히에선, 고흐의 중년 이후 삶의 흔적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을 것.

2. 천년의 맛 : 역사가 있는 맛집엔 '스토리'가 있다

#경기도 수원 치킨 맛집 핫플레이스 경기천년, 정조 때부터 유명한 수원 갈비부터 여주 이천 쌀밥, 백암순대, 국밥까지 역사를 자랑하는 맛집도 천 곳이 넘을 듯. 그중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 있는 ‘수원 통닭거리’는 수원역 근처 남문 쪽에 위치, 수십 년 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방송에도 자주 소개되는 ‘장안통닭’, ‘진미통닭’은 가마솥에서 깨끗한 기름으로 닭을 튀겨 바삭한 데다가, 닭모래집을 서비스로 줘 양까지 풍족! 이 맛을 잊지 못해 수원을 다시 찾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조금 걸으면, 세계문화유산 ‘수원 화성’ 성곽길도 만날 수 있으니 데이트코스, 외식코스로 딱 좋다.

#벨기에 하면 ‘고디바초콜릿’ 100주년을 앞둔 세계적인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는 브뤼셀에서 첫 매장을 오픈, 이미 한국에도 여러 지점을 둘 정도로 유명하다. 한국보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여행하는 동안 입에 초콜릿을 묻히고 다닐지도 모를 일. 왠지 미국 시애틀에 가면, 스타벅스 1호점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고, 서울 강남에도 생겼다지만 뉴욕에 가면 쉑쉑버거 본점에 가고픈 당신이라면 필수로 방문하게 될 듯.

#괴테가 단골이었던, 라이프치히의 레스토랑 괴테의 단골 술집, 500년이 넘은 아우어바흐켈러는 맥주를 사랑하는 독일 여행자라면 그냥 지나치긴 너무나 아쉬울 곳이다. ‘파우스트’의 배경이 되기도 해 책을 읽어본 사람들에겐 역사 속으로 들어간 기분을 선사할지도. 레스토랑 내부는 우디앨런의 영화에 나오는 장소처럼, 은은한 조명 아래 앤티크한 테이블과 의자가 빈틈없이 배치돼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넓은 홀엔 언제나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요리와 술을 즐기다가 옆을 돌아보면 작은 기프트샵이 있는데, 괴테와 관련된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다.

PLUS: 주말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남한강 따라 여주여행 도자기와 아울렛으로 유명한 여주는 처음부터 경기도에 속했던 건 아니었다. 강원도 여주에서 1031년에 경기 땅이 되었다는데. 한강 유역에 위치한 지리적 조건으로, 임진왜란 당시 왜란을 물리치는 데 큰 힘이 되기도 했다. 아닌 게 아니라 남한강 따라 유적지가 많다. ‘신륵사’는 남한강 가에 자리해 오랫동안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 곳. 신륵사 외에도 남한강에서 황포돛배를 타고 영원루, 여주보, 세종대왕릉 등 유적을 볼 수 있는 것도 큰 강점이라 가족끼리, 연인끼리 가기 좋은 여행핫스팟이다. 맛집으로는 천서리 막국수, 강천매운탕이 유명하고, 강계 봉진막국수는 SBS '백종원의 3대천왕'에 소개되었다고 하니 출출할 때 들러봐도 좋다.

3. 천 년 전에도, 현재에도 청년이 남달랐다

#30세 청년 정약용 역사가 있는 곳엔, 청년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다산 정약용이 수원 화성 축성 계획안을 작성하라는 명을 받은 나이가 만 30세라는 사실, 알고 있었는가. 다산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젊은 청년에게 화성 설계를 지시한 정조의 파격적인 인사와 그 혜안이 두고두고 회자될 법도 하다. 이에 보답하듯 정약용은 거중기를 발명, 약 6km에 달하는 성곽을 건설하는데 3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정조는 “네가 거중기를 만들어 무려 4만 냥이나 절감됐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은 리더로도 익히 알려져 있다.

#20대 후반, 조선 여류학자 ‘강정일당’ 경기도엔 남다른 여성 학자도 있다. 조선시대, 경기도 과천에 한 부부가 살았다. 강정일당은 스무 살 때 6살 어린 14세 선비를 신랑으로 맞았다. 가난했던 부부는 한집에 살면서도 편지를 주고받으며 토론할 정도로 조용히, 또 나란히 학문에 매진했다. 조선시대 여성은 과거에 응시할 자격도, 벼슬길에 오를 기회도 없었다지만 그녀는 “남녀의 품성은 차이가 없고, 여성도 성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을 신념으로 품고 공부했다. 이런 며느리에게 “가난이란 보통으로 있는 것이다. 언제나 운명에 맡기고 절대로 걱정하지 말아라” 일러주는 시어머니는 또 어떠한가. 학문과 수양에 매진했던 정일당의 저술은 오늘날 ‘정일당유고’에서 그 일부가 전해진다. 정일당의 묘소는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에 있다.

#천년 후, 경기도 대학생들의 이야기 경기문화재단은 천년을 이어온 이러한 경기의 정신을 ‘캠퍼스투어’를 통해 지켜나가고 있다는 후문. 경기 청년들도 반갑게 응답했다. 성균관대, 한양대, 경희대, 아주대 등 경기도 소재 20개 대학생들의 가장 큰 목소리는 ‘교통’ 분야에서 모아졌다. 다수의 학생들이 서울, 경기, 인천에서 대중교통으로 통학을 하기 때문이라는데, 3,000 건이 넘는 제안 중 교통이 40%를 차지했을 정도다. 또 장학금 및 청년수당 확대, 문화시설 인프라 구축 의견 등 경기도는 가장 가까이에서 청년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왔다. 이러한 의견들은 추후 10대 핵심과제 설정 시, 활용될 수 있다고 하니 청년들의 능력에 날개를 달아줄 ‘경기천년플랫폼’을 기대해봐도 좋은 이유겠지?

4. 천년 전에도 ‘소셜네트워크(SNS)’는 존재했다

과거에도 소셜네트워크가 있었다면, 그곳은 ‘장시’다. “장시는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 간 상품과 문화를 연결해주던 민인들의 삶이 담겨 있는 곳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기록을 봐도 그렇고, 장시는 현재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SNS 플랫폼의 역할을 해왔다. 이곳에 마을 아낙네, 보따리 상인들이 모여 수다를 떨었는데, 상상해보면 댓글을 다는 모습과 같지 않을까. 방식만 다를 뿐, SNS의 본질인 소통의 역할은 충분히 왁자지껄하게 이루어졌다. 정조 11년, 경기도 수원 평택 지역에 어떤 유언비어가 삽시간에 퍼진 것을 그 근거로 들 수 있겠다. ‘오랑캐의 기병이 갑자기 이르렀다’는 소문은 일명 ‘바이럴’을 통해 충청도까지 퍼져나갔다고 하니, SNS의 기능을 톡톡히 한 것 맞지?

천년간, 소통이 끊이지 않았던 경기도. 천년이 되는 2018년엔 더욱 소통하고자 ‘윙카’ 버스를 타고 도민들을 만나러 다녔다. “게릴라 콘서트는 봤어도, 도에서 버스 타고 도민과 이야기한다는 건 처음 듣는 소린데?” 경기도민들도 초반엔 어색해했지만, 나중엔 되레 윙카를 기다리기도 했다는 훈훈한 이야기도 들린다. ‘경기천년플랫폼’을 위해 ‘소통’과 ‘도민 참여’에 주력해 목소리를 모은 경기도는 이 결과를 토대로 미래의 경기도를 꾸려 나갈 계획. 과거를 돌아보고, 기념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닌 다음 천년, 경기 이천년을 기획한다고 하니,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건 모두가 동의하는 부분일 것.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좋다고 느끼는 점, 소소한 행복감은 물론이고 때때로 겪는 자잘한 불편함도 직접 정책실행자에게 전달하고 공감 받을 수 있다면? 그것이 진짜 이상적인 도시이자 살고 싶은 도시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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