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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케어' 반대하는 의사들의 주장은 과연 정당한 걸까?

  • 허완
  • 입력 2017.12.11 10:45
10월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국민건강수호 비상태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참석자들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10월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국민건강수호 비상태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참석자들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스1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의사들이 거리에서 ‘문재인 케어 반대’를 외치고 나서면서 ‘문재인 케어’가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더(the) 친절한 기자들’에서 핵심 내용만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9일 서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민이 아픈데 지켜주지 못하는 나라, 의료비 부담으로 가계가 파탄나는 나라, 환자가 생기면 가족 전체가 함께 고통받는 나라, 이건 나라다운 나라가 아니다”라며 “건강보험 하나로 큰 걱정없이 치료받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관련 기사 : 문재인 정부 의료케어 발표…비급여 전면 건강보험 적용)

‘오바마 케어’에 견줘 ‘문재인 케어’로 불린 이 대책의 핵심은 국민 의료비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비급여 진료를 획기적으로 줄이자는 내용입니다. ‘비급여 진료’란, 의료 치료비에서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치료를 말합니다. 환자가 전액을 부담하게 되는 치료비인 겁니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문재인 케어 반대 및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반대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문재인 케어’에서는 미용이나 성형 수술을 제외한 모든 비급여 항목에 건강보험이 적용됩니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로봇수술, 2인실, 고가 항암제 등 그동안 환자가 전액 치료비를 냈던 비급여 진료항목은 3800여개에 이르는 데요. ‘문재인 케어’는 이에 대해 환자의 부담을 전체 비용의 50~90%로 차등 부담하게 하는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대장암을 앓고 있지만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항암제가 듣지 않은 환자의 경우 한해 약값이 4590만원에 이르지만 ‘문재인 케어’가 적용될 경우 30%만 내면 되기 때문에 1380만원으로 부담이 줄게 됩니다.

의료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간병비, 선택진료(특진)비, 상급병실료 등 이른바 ‘3대 비급여’ 부담도 더 줄이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특진을 받으면 추가로 15~50% 진료비를 더 내야하지만, 내년부터는 완전히 폐지할 방침입니다. 현재 4인실까지만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병실 입원료는 내년 하반기부터 2~3인실까지 보험 적용을 확대하고요. 2019년부터는 중증호흡기질환이나 산모 등 의학적으로 1인실 입원이 필요한 경우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문재인 케어’를 위해 2022년까지 모두 30조 6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문재인 케어’가 완성되면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5년 기준 63.4%에서 70%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건강보험 보장률은 의료비 총액에서 국가가 건강보험으로 비용을 부담하는 비율을 말합니다. OECD 국가들의 건강보험 보장률 평균은 80%입니다. 전체 의료비 가운데 건강보험 보장 비율을 뺀, 환자가 부담하는 비율의 경우 한국은 2014년 기준 36.8%로서 OECD 평균치인 19.6%에 견줘 1.9배나 됩니다. OECD 국가들에 견줘 한국의 환자들이 부담하는 의료비가 그만큼 더 높은 겁니다. 건강보험 보장률 70%가 완성되어도, 환자 부담 비율은 30%에 그치기 때문에 OECD 평균치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장이 10월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국민건강수호 비상태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통과한 2018년도 예산에서 건강보험 국고지원액은 정부안보다 삭감됐습니다. 정부안에 5조4201억원으로 돼 있던 건강보험 가입자 국고지원액이 국회 예산심사를 거치며 2200억원(4%) 줄어 5조2001억원으로 확정된 것입니다. 건강보험 수입이 53조3209억원일 것으로 예상했을 때 정부가 내주는 돈이 9.8%에 그치게 돼, 법정기준인 14%를 크게 밑돌게 됩니다. 국고지원율이 10%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건강보험 국고지원이 법에 명문화된 2006년 이후 처음입니다. 매년 정부는 국민건강보험법 108조에 따라 국민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의 20%를 국고로 지원해야 합니다. 일반회계로 14%, 건강보험증진기금 6%를 지원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 보장률을 70%대까지 끌어올리는 ‘문재인 케어’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이 됐습니다.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기 위해 5년간 30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상태인데요. 건강보험이 쌓아둔 흑자 21조원의 절반 가량을 활용하고, 거기에 국고지원을 늘리고 보험료율을 올려 나머지 재원을 충당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3% 수준으로 예상됐던 내년 건보료 인상률은 2.04%로 결정됐고요. 삭감된 예산 때문에 국고지원까지 줄면 보장성을 높일 재원이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임에도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의사들은 오히려 거리에서 ‘문재인 케어’ 반대를 외치고 나섰습니다. 이들은 “모든 의료행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문재인 케어’를 이행하면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바닥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비상대책위가 연 이날 집회를 연 이유는 의사들의 기준에서 ‘원가 이하’의 건강보험 수가(건강보험이 정한 개별 진료항목 가격)를 보전해 온 비급여 항목이 줄어들면 경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인식에서 비롯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관련 기사 : 궂은 날씨 대한문 앞에 의사 3만명 모인 이유는?)

10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문재인 케어 반대 및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반대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아울러 의사들이 정보를 독점하던 비급여 의료 진료 행위가 건강보험 적용으로 공적 관리체계에 들어오는 상황을 반대하는 목소리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의협이 문재인 케어를 반대하는 핵심 이유는 ‘비급여의 급여화’에 있다. 당장 비급여 수입이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보건복지부가 재정균형 차원에서 보전(급여수가 인상)해주겠다 제안했다. 그런데도 강하게 반대한다. 왜?”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의 설명을 보면,

“의료서비스는 판매자(의사)와 구매자(환자) 사이 정보비대칭성이 가장 큰 영역이다. 사실상 파는대로 사야한다. 특히 비급여가 그랬다. 비급여의 급여화는 앞으로 모든 의학적 진료행위가 공적 관리체계로 들어온다는 걸 의미한다. 지금까지 의사와 환자 사이 직거래로 종료되던 비급여 행위가 국민건강보험 관리체계로 들어온다. 진료비를 청구하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내역을 제시하는 게, 같은 전문가가 들여다보는 게 불편한 거다.

불편할 수 있다. 지금은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았으니. 하지만 의학적 성격의 진료라면 모두 국민건강보험 체계로 들어오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대승적으로 의사들이 받아들여야 한다. 이 틀에서 여러 파생문제들을 풀어야 한다. 그래야 의사들에 대한 신뢰도 높아진다.”

라고 합니다. 의사들의 의료 행위에 대한 공적 시스템의 감시 강화를 불편해하는 것이 의사들 집회의 본질이라는 주장입니다. 의사들의 목소리, 과연 정당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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