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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5개국이 미국의 '예루살렘 선언'을 규탄하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과 관련해 8일(현지시간) 긴급 소집된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동맹들로부터도 뭇매를 맞았다.

미국의 오랜 우방인 영국과 프랑스·독일·스웨덴·이탈리아 등 유럽 5개국조차 회의 직후 미국의 결정을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공동성명에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미국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길 준비를 시작하겠다는 미국의 결정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15개 이사국은 차례로 돌아가면서 미국을 비난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기서 미국만은 외로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옹호했다.

NYT는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외교 무대에서 미국 정책에 대한 이례적인 공개 비난이 나왔다"고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며 미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스웨덴, 이집트, 영국, 프랑스, 볼리비아 등 이사국들은 이것이 국제사회 평화를 해치는 것이라고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오랜 기간 이-팔 분쟁과 관련해 국제사회 해법으로 인식된 '2개 국가 해법'을 깨뜨리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나 이들 이사국이 분노와 좌절을 표명하는 것 이외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불명확하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은 5개 상임이사국 중 하나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비난하려는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영국과 프랑스, 스웨덴, 독일 이탈리아의 대사들은 안보리 회의실 바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안보리 결의에 반하는 것이며 역내 평화의 관점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의 결정에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인구 대부분이 무슬림이면서도 흔치 않게 이스라엘을 인정한 국가인 이집트도 마찬가지였다.

아므르 압델라티프 아부라타 이집트 대사는 "이것은 위험한 선례"라면서 "예루살렘의 지위와 관련한 유엔 안보리 결의들이 여기에 있다. 이는 모든 국가들이 유엔 헌장에 따라 이행하고 준수할 것을 맹세했다"고 지적했다.

안보리는 이스라엘이 1967년 전쟁을 통해 점거한 동예루살렘을 '점령지'로 간주하며 이곳의 지위는 향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 최종 단계에서 정해야 한다고 재차 밝혀 왔다.

이스라엘은 건국 이후 예루살렘을 수도로 선포했으나 이는 국제사회 대부분이 인정하지 않았고,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을 미래 국가의 수도로 삼기를 원한다.

미국의 니키 헤일리 주유엔 대사는 이사국의 비판을 홀로 방어했다. 헤일리 대사는 1948년 건국 이래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 역할을 해온 점이 "많은 이들이 부인하고자 하는 엄연한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대니 다논 이스라엘 대사.

이사국은 아니지만 회의에 초청된 이스라엘의 대니 다논 대사는 헤일리 대사를 유일하게 거든 사람이었다. 그는 트럼프의 발표를 "용감한 결정"이라고 불렀다.

이에 정면으로 맞선 팔레스타인 대사 리야드 만수르는 안보리가 예루살렘의 지위와 관련한 새 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미국의 이번 선언은 "평화 중재자로서의 실격"이라고 강조했다.

리야드 만수르 팔레스타인 대사.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예루살렘 수도 인정 결정에 대해 "현실 인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으며 이는 평화협상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국이 예루살렘의 지위와 관련해 이-팔 중 어느 한 쪽을 지지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것이 예루살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주장을 배격하고 이스라엘을 역성든 것이며, 이로써 국제사회 합의를 깨고 향후 평화협상을 왜곡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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