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 초인 2008년 10월 불거진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100억원짜리 양도성 예금증서(CD)’ 의혹의 제보자가 박주원 국민의당 최고위원(59)이라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당시 여당이던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이 의혹을 제기했고, 검찰은 이를 허위사실로 결론낸 바 있다.
8일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사정당국 관계자 ㄱ씨는 “김 전 대통령이 100억원짜리 CD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주성영 당시 의원에게 제보한 사람은 박주원 현 국민의당 최고위원”이라며 "(검찰 수사관 출신인)박 최고위원이 대검 정보기획관실 정보관으로 일하면서 얻은 정보라며 CD 사본과 모 은행의 발행확인서 등 DJ 비자금 의혹 자료를 주 의원에게 건넸다”고 말했다.
당시 김 전 대통령 측은 명예훼손 혐의로 주 의원을 고소했다. 검찰은 이듬해 2월 ‘100억원짜리 CD는 김 전 대통령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결론 냈다. 주 의원은 2010년 9월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 300만원형을 선고 받았다.
박 최고위원은 경향신문과 한 통화에서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들에 대해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 이 사건으로 누구도 욕되게 하고 싶지 않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의혹이 불거지던 2008년 당시 한나라당 소속 안산시장이던 박주원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지난 총선 때 안산시상록구갑에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했다. 지난 8월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선출된 그는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바른정당과의 통합파다.
'한겨레'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발칵 뒤집혔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사정당국자에 의해 밝혀졌다는 보도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검찰의 국민적 신뢰를 위해 검찰이 스스로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해당 보도를 언급한 뒤 “현재도 이러한 가짜뉴스로 고인의 명예에 심대한 타격을 가하고 있으며 유족은 물론 측근들에게도 피해가 막심하다”며 “검찰은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조사 해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DJ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리는 최경환 의원(광주 북구을)은 “박 최고위원은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불법정치공작에 가담한 경유를 밝히고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며 “박 최고위원은 어디서 그 정보를 제보받았고 어떤 의도로 주성영 의원에게 알려주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대표는 보도 내용의 진위를 가리겠다고 공언했다. 안 대표는 “(박 최고위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여부는)공소시효가 지난 이야기지만 덮어둘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 보도가 박 최고위원에 대한)정치적 음해인지도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의혹 당사자인 박 최고위원은 8일 오전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박 최고위원은 '뉴스1'과 한 통화에서 '경향신문' 보도에 대해 "대하소설"이라며 "말도 안 되는 것을 왜 이제 와서 십수년 전 얘기를 쓰나. 저는 누구한테 그런 것을 제보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에 뭐 그런 일(정치권 의혹)이 한두건이었나"라며 "저는 기억도 없다. 내가 주 전 의원한테 제보한 적도 없다"고 거듭 부인했다. 이어 "사석에서 그분(주 의원)이 국회의원 신분이고 하니깐, 그런 정보들이 바깥에서 소문들이 많이 떠도는데, 그런 말이 들린다는 얘기는 했었지만 제가 뭘 제보하거나 한 일은 없다"고 주장했다.
'뉴스1'에 따르면, 국민의당과 호남에서 적자 경쟁을 벌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총공세를 퍼부었다. 이개호 민주당 최고위원은 "제보자가 놀랍게도 박주원이라는 분인데 현재 국민의당 최고위원"이라며 "국민의당은 정말 이 어이없는 사태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진상을 밝히고 분명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범계 민주당 최고위원도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 이 이야기를 담은 기사에서 박주원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는데 (제보자라고) 본인 인정인 셈"이라며 "국민의당은 스스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는 정당이라고 자처하는데 이 사안의 실체를 철저히 가려 박주원 최고위원에 대한 응분의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안철수 대표는 9일부터 2박3일 호남 일정을 앞두고 있다. 호남이 다른 지역보다 바른정당과 통합에 회의적인 분위기라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돌파구를 궁리할 때가 아닌 것 같다.